
사명 바꾼 IPARK현산, 수주 ‘0건’… 정몽규 회장 연봉·배당·지분 ‘트리플 챙기기’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장 사의를 표명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의 후폭풍 속에서도 지주사 지분 매수와 연봉·배당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과 현금을 꾸준히 불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핵심 건설 계열사인 IPARK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한 건도 따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사명을 바꾼 뒤 브랜드 교체 효과를 입증해야 할 시점에 성적표가 비어 있다. ‘회사 성과’와 ‘오너 사익’ 사이의 간극이 공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 연봉 20억·배당 108억·지분 매수…세 아들 승계 포석까지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이 HDC에서 받는 급여는 연간 20억3500만원(매월 1억7000만원)으로, 상여 없이 기본급만으로 이 금액이 지급된다. 광주 참사 직후인 2022년 상여를 전액 없앴지만, 기본급은 오히려 매년 올라 2022년 월 1억5,700만원에서 2025년 1억7,000만원으로 꾸준히 인상됐다.
여기에 HDC가 올해 주당 45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총 배당액 223억원)하면서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HDC 주식(2012만주)에서만 약 90억5000만원의 배당이 발생한다. 배우자 김줄리앤(한국명 김나영)씨가 대표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유)가 보유한 391만주 몫(약 17억6000만원)까지 합산하면 정 회장 일가의 배당 수취액은 약 108억원에 달한다. 급여와 배당을 합산하면 HDC 한 곳에서만 한 해 약 128억원이 정 회장 일가로 흘러드는 구조다.
이런 흐름은 올해만이 아니다. 정 회장 본인 보유분 기준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HDC 한 곳에서만 급여 약 100억원·배당 약 322억원, 합계 422억원이 정 회장 개인에게 귀속됐다. 특히 2022년 HDC의 지배주주 귀속 연결 순이익이 -51억원(순손실)으로 돌아섰음에도 주당배당금(250원)은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이후 2023년 300원→2024년 350원→2025년 450원으로 배당을 매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정몽규 회장은 5월 19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3주 만에 다섯 차례에 걸쳐 HDC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8일 기준 정 회장 측의 HDC 보유 주식은 총 2549만9898주(42.68%)로 직전 보고(42.59%) 대비 0.09%포인트 늘어났다.
지분 매수에는 경영권 방어와 함께 ‘승계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장남 정준선 씨의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유)(HDC 0.61%), 차남 정원선 씨의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유)(0.37%), 삼남 정운선 씨의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유)(0.27%) 등 세 아들 개인회사가 올해 들어 HDC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세 아들과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결된 곳은 그룹 내 비상장 자산운용사인 에이치디씨자산운용(주)이다. 정 회장은 2017년 HDC자산운용 지분을 세 자녀에게 각각 나눠주며 승계의 첫 단추를 끼웠다. 공정위 기업집단 공시(5월 기준)에 따르면 배우자 김줄리앤씨가 대표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54.25%로 최대주주이며, 정운선(삼남) 개인 13.01%, 차남 정원선이 개인(8.30%)·더블유앤씨(4.71%) 합산 약 13%, 장남 법인인 제이앤씨 6.82% 순이다. 오너 일가의 HDC자산운용 합산 지분율은 87.34%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와 HDC자산운용의 합병을 통한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자산운용 지분(54.25%) 외에 HDC 지분 6.55%도 보유하고 있다. 세 아들이 HDC자산운용 지분을 늘린 상태에서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엠엔큐가 보유한 HDC 지분도 사실상 자녀들 쪽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생긴다. 직접 HDC 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비상장사 합병을 통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경영 일선에 나선 이는 차남 정원선 씨뿐이다. 그는 지난해 초 IPARK현산 상무보(미등기)로 선임돼 DXT장을 맡고 있다. 장남 정준선 씨는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중 매수에 나선 배경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42.68%라는 압도적 지분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주총회에서 쓸 수 있는 표는 그보다 훨씬 적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상호출자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어, 엠엔큐투자파트너스(6.55%)와 포니정장학재단(0.14%) 보유분은 주총에서 사실상 투표를 못 한다. 이 지분들을 빼면 정 회장 측이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2%대에서 35~36%대로 줄어든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인 VIP자산운용이 HDC 2대 주주(8.01%)로 올라서 있다는 게 문제다. VIP는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 투자한 뒤 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이사 선임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8% 지분이면 이사 선임이나 정관 변경 같은 주총 안건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더 주목되는 변수는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집중투표제다. 이 제도는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 주식 수에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제도 취지상, 일정 지분을 확보한 주주가 독립 이사 후보를 내고 표를 집중할 경우 대주주 측이 이를 부담스러워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HDC의 2대 주주인 VIP자산운용이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할 여지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이사회 진입이 성사될지는 주주 구성과 표 결집 정도, 대주주 측 대응 전략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 회장 측의 지분 매수 역시 단순한 지분 확대라기보다는, 집중투표제 시행 이후를 염두에 둔 의결권 방어 차원의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이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의 공식적인 설명이나 명확한 의사 표명이 없는 만큼, 향후 주주총회 구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여지도 남아 있다.
■ 계열사 법정관리·1319억 내부거래·공정위 재판…오너 리스크 가중
정 회장이 지배력과 사익을 키우는 동안 그룹 내부에서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HDC는 지난 5월 18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계열사 아이파크영창(주)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1956년 신향피아노로 출발한 70년 역사의 아이파크영창은 글로벌 어쿠스틱 악기 시장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268억원) 상태에 빠졌으며, 누적 결손금은 900억원을 넘는다. 관리인은 유위동 대표이사가 선임됐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8월 31일이다.
같은 달인 5월 26일에는 IPARK현대산업개발이 계열사인 ‘에이치디씨아이파크제2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토지 6971.6㎡를 약 1319억원에 매수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는 공시도 나왔다. 거래 목적은 ‘사업 추진방식 변경(임대→자체 분양)’으로,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인 만큼 일감 이전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법적 리스크도 짊어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 회사 20곳을 소속 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1억5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정 회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첫 공판은 오는 8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 정비사업 개점 휴업…자체 분양으로 버티지만 ‘미래 먹거리’는 공백
IPARK현산은 올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회사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로 6조5000억원을 제시했고, 이 중 절반(3조2500억원)을 도시정비에서 채울 계획이었다. HDC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To the Greater Value(더 큰 가치를 향하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LIFE·AI·ENERGY 3대 부문 재편을 선언했다. IPARK현산의 사명 변경도 이 흐름의 일환이지만, 브랜드 쇄신 효과를 수주로 증명해야 할 첫 해에 정비사업 성적표가 비어 있다.
단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11.9%로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익 개선의 주역은 도시정비가 아니라 자체사업(직접 분양)이다. 서울원 아이파크·천안 아이파크시티·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 등 자체 개발·분양 사업에서 높은 마진이 발생하며 전체 매출에서 자체공사 비중이 2024년 9.4%에서 올 1분기 21.4%로 뛰었다. 자체사업 재고 소진에 따른 ‘일회성 이익’ 성격이 짙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회사는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재건축인 이른바 ‘미미삼’과 목동11단지 등 하반기 주요 도시정비 사업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GS건설이 이미 상반기에만 7조원을 확보했고,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도 목동11단지에 눈독을 들이는 등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2026년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21조6820억원으로 외형은 유지하고 있으나, 자체사업 이익 소진 이후를 채워줄 도시정비 신규 수주 확보가 중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분 매수와 배당 확대가 이어지고 있으나, 동시에 일부 계열사의 경영 부담과 법적 절차 관련 사안이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9월 집중투표제 시행과 주요 주주의 요구 가능성, 자체사업 비중 확대에 따른 일회성 실적 요인 등을 감안할 때, 향후에는 도시정비 등 본업에서 안정적인 중장기 수주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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