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덕이 191억 흑자 예측한 특수가스, 첫해 208억 적자
CB 전환 땐 조현준 측 효성화학 71%
효성그룹의 알짜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8100억원을 들여 자본잠식에 빠졌던 계열사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을 떠안았지만, 비싸게 산 그 사업이 곧바로 적자를 내고 정작 이득은 지배력을 키운 조현준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량 상장사의 자금이 오너 지배력이 더 큰 부실 계열사를 살리는 데 쓰이면서, 효성티앤씨 일반 주주에서 오너 측으로 사실상 부(富)가 옮겨갔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 투자 실패 등으로 2024년 말 연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679억원)로 돌아서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국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가, 지난 12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유지 결정을 받아 15일 거래가 재개됐다.
이 회생의 핵심 자금줄이 그룹 캐시카우 효성티앤씨였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1월 100% 자회사 효성네오켐홀딩스를 세워 4600억원을 출자하고, 이 회사가 신한은행 등에서 빌린 3500억원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출자와 보증을 합쳐 8100억원을 짊어진 셈이다.
효성네오켐홀딩스는 이 돈으로 자회사 효성네오켐을 통해 효성화학의 알짜 사업이던 특수가스(NF3 등) 사업부를 9200억원에 사들였다. 효성티앤씨는 인수 무렵인 지난해 2월 공모 회사채 1000억원도 새로 찍었다.
문제는 이 거래가 효성티앤씨 주주에게 남는 장사였느냐는 것이다. 인수 당시 외부평가기관인 삼덕회계법인은 특수가스의 첫해(2025년) 영업이익을 191억원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08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예측을 208.7% 빗나간 것으로, 매출도 예측치(2107억원)의 67%인 1413억원에 그쳤다.
적자는 올해도 이어져 효성네오켐은 1분기 59억원, 지주 격인 효성네오켐홀딩스는 4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1분기 연결 영업이익 862억원을 낸 우량 회사 효성티앤씨가, 9200억원을 치르고도 손실 나는 사업을 떠안은 것이다.
이 영업양수는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91.8%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8.2%가 반대표를 던졌고 일부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까지 행사해 회사가 자사주 2만3823주를 사들였다.
조현준 회장은 계약 당사자인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을 모두 거느린 ㈜효성의 최대주주여서, 공정성을 의식해 영업양수 이사회 의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실 효성화학을 떠받친 또 다른 축은 지주사 ㈜효성이다. 효성은 효성화학에서 온산 탱크터미널(1519억원)과 백금촉매(933억원)를 사들였고, 2024년부터는 효성화학이 찍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 전환사채 3000억원어치를 직접 인수했다.
여기에 지난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까지 자금보충·채무보증으로 떠받쳐, 효성이 인수하거나 보증한 효성화학 자본성 증권만 5000억원에 이른다. 이로써 효성의 계열사 채무보증 총잔액은 1조6027억원으로 늘었고, 이 중 효성화학 몫만 9379억원이다.
지원의 과실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으로 돌아왔다. 효성이 직접 인수한 3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12월의 후순위 전환사채(CB) 1000억원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 지원이 곧 지배력 강화로 연결된다. CB를 반영한 효성의 효성화학 특정증권 소유비율은 32.84%에서 59.97%로 뛰었고, 조현준 회장 등 특수관계인 합산 보유비율도 52.17%에서 71.50%로 높아졌다.
전환권을 행사하면 오너 측 의결권은 그만큼 더 커진다. 조 회장과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보유 중인 효성화학 주식 일부(각각 24만3370주·8만1200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맡겨 두고 있다.
정작 8100억원을 댄 효성티앤씨 주주를 위한 방어막은 없었다. 효성티앤씨는 8년 연속 배당을 이어왔지만, 이번처럼 회사를 흔드는 대규모 사업 변동에서 주주를 지킬 장치는 두지 않았다.
효성티앤씨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소유구조나 주요 사업 변동 등에 대한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 권리보호 등 주주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밝혔고, 효성화학도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효성티앤씨 지분을 9.98%에서 10.92%로 늘리면서, 향후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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