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이 수입차 딜러사 지분을 차명으로 지배했다고 직접 인정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실명화 작업은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문서에는 조 부회장이 두 수입차 딜러사 지분을 각각 100%와 19.99% 보유한 것으로 명시돼 있지만, 두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그 이름이 없다.
■ 공정위 공식 문서 “조현상이 100%·19.99% 보유”…감사보고서엔 흔적 없어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인 중앙모터스(제24기)와 폭스바겐 딜러사인 마이스터모터스(제20기)가 올해 4월 3일 각각 제출한 최신 감사보고서(2025년 1월~12월 회계연도 기준) 주주 명부에는 조 부회장 이름이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중앙모터스의 공식 주주는 박세철(49%)·권현숙 대표(36%)·박수원(15%) 등 3인이고, 마이스터모터스는 이기준 대표(49%)·김폴현태(20%)·자기주식(31%)으로만 구성돼 있다. 두 회사의 주주 구성은 육성 자백이 공개된 지난해 7월 이후에도 전혀 변동이 없다.
그러나 공정위가 올해 5월 1일 기준으로 공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유지분도’의 ‘친족(조현상) 주식소유현황’란에는 ‘마이스터모터스㈜(19.99), 중앙모터스(100.0)’가 수치와 함께 명시돼 있다. 정부 공식 문서가 조 부회장의 지분 보유 사실을 수치로 못 박은 것이다.
이 지분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회사를 마름모형(◇)으로 표기하게 돼 있다. 마름모형에 해당하면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돼 더 엄격한 감시와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실제로 지분도에서 중앙모터스는 마름모형(◇)으로 표시돼 있다.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이 회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의미다. 정부 스스로 “조현상이 이 회사를 지배하며 사익 편취 우려가 있다”고 공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감사보고서 주주 명부에는 조 부회장 이름이 없어, 사익편취 규제를 받으면서도 실명 등재조차 안 된 기형적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마이스터모터스는 일반 직사각형으로 표시돼 있다. 조 부회장의 지분이 19.99%로 마름모형 기준인 20%에서 단 0.01%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0.01%의 차이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선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규제 기준선 바로 아래에 지분율이 정확히 맞춰진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조 부회장이 2019년 10월 자신의 오른팔로 불렸던 전 효성그룹 임원과의 통화에서 마이스터모터스를 암호명 ‘V’로 지칭하며 “우리가 51%를 가진 대주주”라고 수차례 인정한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출처: 뉴스타파 (Newstapa), 「회장님 목소리 ② 암호명 V… 조현상, 폭스바겐 수입사 ‘차명 지배’도 자백」 (2025년 7월 공개)
당시 조 부회장은 2007년 지분 매입 자금이 계열 금융사 효성캐피탈에서 빌린 돈이라는 사실도 직접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은 이후 해당 지분 31%를 2019년 마이스터모터스에 85억8000만 원에 되팔아 매입가 대비 842%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마이스터모터스 장부상 자사주 31%가 바로 이 매각분이다.
공정위는 2024년 초 이들 회사의 계열사 신고 누락 사실을 인정하고 경고 조치를 내렸으나, 처분 대상을 당사자인 조 부회장이 아닌 형 조현준 효성 회장으로 지정해 ‘솜방망이 제재’ 논란이 일었다. 검찰 고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 특검·증거인멸에 2선 후퇴까지…거액 배당은 ‘지주사 요건 충족’ 포석?
조 부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지분을 넘어 부동산으로도 번졌다. 그는 2011~201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딩(현 어메이징 타워)을 차명으로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 효성캐피탈로부터 업계 평균(LTV 70% 미만)을 크게 웃도는 담보인정비율(LTV) 86%로 442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특검 수사를 앞두고는 조 부회장의 측근이 차명 관련 법인 관계자에게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지시하며 6억 원의 금품을 제시했다는 증거인멸 시도 정황도 드러났다.
이러한 법적 압박 속에서도 조 부회장의 자금 확보 행보는 거침이 없다. 조 부회장은 2024년 계열분리 과정에서 324억 원의 보수를 받아 재계 연봉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HS효성과 개인 지주사 에이에스씨(ASC)를 통해 총 781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특히 에이에스씨 배당금 617억 원 중 512억 원을 다시 회사에 빌려주는 ‘재대여’ 형식을 취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행위제한 규정 충족과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현금을 확보해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HS효성은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자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매수해, 2026년 초 기준 지분율을 28%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 요건인 30%까지는 약 2%포인트가 남은 상황이다.
HS효성은 올해 4월 1일 그룹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김규영 전 효성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재계에서는 피의자 신분인 조 부회장의 사실상 경영 2선 후퇴이자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차명 지분 실명화와 공시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본인의 육성 자백이 공개됐음에도 10개월 넘게 공정위가 경고 이상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며 “공정거래법상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 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HS효성 측에 연락했지만,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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