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개 증권사 중 8억3천만원 최다…MTS 장애 4년간 11건
실적·자기자본 1위에도 소비자보호 도마…김남구·김성환 책임론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전산장애로 고객에게 물어준 배상액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새 수익률 오표기와 개인정보 오접속 등 전산 오류가 잇따르면서 금융감독원이 보상안 마련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 보호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전산사고 관련 배상액은 8억3천6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13개 증권사 전체 배상액(13억5천238만원)의 60%를 웃도는 규모로, 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배상액 2위는 대신증권(2억3천5만원), 3위는 키움증권(9천900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격차가 컸다. 1분기 13개 증권사의 전산장애 발생 건수는 모두 21건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장애가 한 차례도 없었던 곳은 메리츠증권뿐이었다. 발생 횟수만 보면 토스증권(5회)과 카카오페이증권(4회) 등 핀테크 계열이 잦았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매수·매도 주문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사례에 대해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개별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런 주문 지연 관련 보상금이 누적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 달 새 오표기·오픈API 오접속…금감원 “보상안 마련하라”
배상액이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된 고객 피해가 컸다는 의미인데, 최근 들어 오류가 더 잦아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일부 고객 계좌의 수익률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11일 매도가 체결된 일부 계좌의 매입단가가 잘못 반영된 것이 원인으로, 16일 오전 정상화 전까지 투자자 피해 주장이 잇따랐다.
한 투자자는 “38.8% 수익이라고 나와 매도했으나 결국 30만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자자가 민원을 내자 금감원은 18일 한국투자증권에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회사는 피해 규모를 산정 중이다.
수익률 정보 오류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3월에도 일부 퇴직연금 계좌에서 잔고와 보유 수량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돼 일부 투자자가 잘못된 정보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도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일에는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개발자 플랫폼인 ‘KIS 디벨로퍼스’에서 이용자가 타인 계정으로 접속돼 이름·휴대전화 번호·이메일 등 일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장애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장애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1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 ‘배상’으로 끝나지 않는다…전자금융 제재도 잇따라
전산 부실은 일회성 사고를 넘어 감독당국의 제재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기보고서에 기재된 제재 이력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만 네 차례 당국의 조치를 받았다. 2025년 3월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1천800만원을 부과받은 데 이어 4월에는 같은 사유로 기관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11월에는 변경약관 게시·통지 의무 위반으로 1천800만원, 12월에는 전산자료 보호대책 수립·운용 위반으로 4천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매겨졌다.
앞서 2024년 11월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도 보안취약점 분석·평가 사후관리 미흡, 전산자료 보호대책 미흡, 장애관리 업무절차 불합리,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업무통제 미흡 등 다수의 개선 요구를 받았다. 2021년 3월에는 채권 과다 입고와 관련한 프로그램 변경·통제 절차 미흡으로 과태료 4천8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 외형은 업계 1위인데…김남구·김성환 책임 도마
이런 부실은 회사의 외형·실적과 대비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12조7천85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1위이며, 같은 기간 연결 순이익은 7천84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5.1% 늘었다. 업계 최상위권의 몸집과 이익에도 전산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서는 가장 많은 배상과 잇단 오류를 기록한 셈이다.
책임은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지는 김성환 사장에게 향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문화한 책무구조도가 시행 중이어서, 반복되는 전산 부실에 대한 실효적 대책 마련이 시험대에 올랐다.
내부통제를 최종 감독하는 이사회 의장은 그룹 오너인 김남구 회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장과 회장을 겸하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다만 보상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견제 기능을 맡는 위원회에까지 오너와 사내이사가 참여해 이사회 독립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생절차로 250억원가량의 자금 회수 위험에 노출되자 리츠 관련 딜에서 잇따라 발을 빼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발행어음 중심의 단기조달 구조에 따른 리스크 관리 과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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