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1이 주주환원 계획을 2027년으로 미뤄둔 사이,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만 3세 장손에게 139억원어치 지분을 넘겼다. 주가가 장부가치의 3분의 1에 머무는 국면이어서 저평가가 승계 발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의장은 지난 13일 E1 보통주 16만4천주를 장손 구건모군(2023년 2월생)에게 증여했다. 산정 기준가는 수증일 전일 종가 8만4천700원, 139억원 규모다. 구 의장 지분은 87만6천860주(12.78%)에서 71만2천860주(10.39%)로 줄었고, 구군 지분은 8천818주(0.13%)에서 17만2천818주(2.52%)로 늘었다.
구군은 구동휘 LS MnM 대표의 아들이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외손자로, LS·두산 양가 4세다.
■ ‘주당 28만원’인데 증여가는 8만4천원
증여는 구 의장 단독이 아니었다. 같은 날 구자용 E1 대표이사는 구희나·구희연씨에게 각 6만7천주를, 구자균씨는 구소연·구소희씨에게 각 10만주를 넘겼다. 세 사람 몫을 합치면 하루 만에 49만8천주, 같은 기준가로 422억원이 아래 세대로 이동했다. 구자용 대표는 9.77%에서 7.82%로, 구자균씨는 10.14%에서 7.23%로 지분이 낮아졌다.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가격이다. E1의 지난해 말 개별 기준 자본총계는 1조9천321억원으로, 발행주식(686만주)으로 나눈 주당 순자산가치는 약 28만원, 자기주식을 뺀 기준으로는 약 33만원에 이른다. 증여 기준가 8만4천700원은 그 4분의 1~3분의 1 수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안팎에 그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장주식 증여재산가액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씩 넉 달간의 종가 평균으로 매겨진다. 주가가 낮을수록 과세표준이 줄어 증여세도 낮아진다. 합법적인 절세지만, 저평가에 따른 손실은 소액주주가 떠안고 절세 이익은 대주주 일가가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증여 이튿날인 14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이른바 ‘주가 누르기’ 기업에 대한 상속·증여세 과세 강화 방침을 밝혔다. PBR 0.8배를 밑도는 상장주식은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선으로 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구체안은 이달 말 세제개편안에서 확정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저PBR 기업 명단을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 공표하기로 했다. E1의 PBR 0.3배는 모두 해당 구간이다.
■ 밸류업은 ‘검토 예정’, 승계는 예고대로 실행
E1은 3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했다. 그러나 계획에는 목표 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 같은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 자기주식 활용 방안은 ‘검토 예정’, 차기 배당정책(2026~2028년)은 ‘2027년 정기주주총회 전 발표 예정’으로 미뤄졌다.
주주환원이 예고에 그친 사이 승계는 그대로 진행됐다. 구 의장은 6월 11일 거래계획보고서를 내 ‘7월 13일 16만4천주 증여’를 예고했고, 한 달 뒤 그대로 실행했다. 밸류업 공시부터 증여 완료까지 석 달 반이 걸렸다.
E1은 발행주식의 15.72%인 107만8천여주를 자기주식으로 들고 있다. 저평가 국면을 감안하면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여지가 크지만, 이 지분은 배당에서도 제외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은 7조1천141억원, 배당성향은 25.1%였다.
■ 증여 사흘 전 배당 결의…수증분도 배당 챙겨
E1 이사회는 증여 사흘 전인 지난 10일 주당 450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배당 기준일은 이달 31일, 지급일은 8월 14일이다.
증여일이 6월 11일 공시로 이미 7월 13일로 못 박힌 상태에서, 배당 기준일은 그보다 뒤인 31일로 정해졌다. 새로 넘어간 주식 몫 배당까지 수증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구군은 보유 17만2천818주로 약 7천800만원을, 넘어간 49만8천주 전체로는 2억2천만원 안팎이 수증자들에게 지급된다. 기준일이 증여일보다 앞섰다면 이 배당은 구 의장 등이 받았을 몫이다. 이번 중간배당의 시가배당률은 0.5%다.
구군은 증여 전인 5~6월에도 여러 차례 E1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6월 8일에는 1천210주를 주당 8만2천522원에 매수하며 9천985만원을 썼고, 공시에 적힌 취득자금 원천은 ‘보유예금 등’이다. 만 3세 유아가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한 뒤 곧바로 100억원대를 증여받은 만큼, 자금 원천을 두고 검증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21년에도 오너가 일부는 세금 연부연납 담보로 E1 주식 각 3만8천754주를 중부·삼성세무서에 제공한 것으로 공시돼, 저가 승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주가 부진이 부의 대물림 통로로 이용되지 않도록 지배구조 개선과 세제 운용 전반의 감시 체계를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