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SK그룹의 ‘환경 플랫폼’ 전환을 상징하며 기대를 모았던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 무산에 따른 1조 원대의 ‘청구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말 반도체 전문가인 김영식 사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며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상장 지연에 따른 막대한 금융 비용 지출과 회계 신뢰성 훼손, 핵심 사업의 수익성 정체 등 산적한 난제들로 인해 ‘김영식 체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 상장 약속 미이행에 1조 원 투입…투자자만 ‘함박웃음’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6천5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지난 4월 모회사인 SK㈜가 보통주와 CPS 일부를 3천984억 원에 선매입한 것을 포함하면, 상장 무산에 따른 바이백(자차주 매입) 총액은 1조 484억 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SK에코플랜트가 약속했던 IPO 기한(2026년 7월)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사측은 “외부 사정”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로는 올해 1월 21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조차 하지 못하며 계약상 ‘고의 또는 중과실’ 간주 조항에 해당할 위기에 처했다. 결과적으로 FI 컨소시엄은 4년 만에 약 2천484억 원의 순수익(이자)을 챙겨 떠나게 됐으며, 이 금액은 SK에코플랜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7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상장 작업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회계 리스크다. SK에코플랜트는 2022~2023년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과대계상한 사실이 적발되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과실’ 결론을 받았다. 이로 인해 매출채권 약 4천600억 원이 과대 계상되는 등 재무제표가 전면 재작성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IPO 심사의 핵심인 회계 투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 역시 부담이다. 모회사 SK㈜가 이미 상장된 상황에서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의 별도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모자(母子)기업 동시 상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 환경 사업 수익성 ‘글쎄’…반도체 ‘셋방살이’ 실적
김영식 사장이 이끄는 현 체제는 환경 기업으로의 정체성 확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조 원을 들여 인수한 환경 사업(리뉴어스, SK tes 등)은 폐기물 처리 단가 하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감하며 기대했던 ‘고성장 플랫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실적 개선은 리밸런싱을 통해 편입한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등 반도체 계열사의 기저효과와 SK하이닉스향 캡티브(Captive)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사업 자체가 적자는 아니지만,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회사를 샀느냐’가 아닌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리스크 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해운대 마린원 PF 사업과 관련해 2천15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인수하며 우발부채 부담이 현실화됐다. 또한 ‘이천~문경 철도 건설’ 과정에서의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는가 하면, 시화 MTV 건설 현장 사고 등으로 인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생산 전문가로 영입된 김영식 사장이 건설과 환경, 에너지가 뒤섞인 비대해진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실추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