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원주씨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과 재계에서 또다시 ‘삼성 4세 승계’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보도는 한동안 떠돌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다. 이 회장 본인이 이미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대못을 박은 적이 있다는 점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대에서 데이터과학을 전공하고 학위 수여식을 통해 졸업했다.
이 회장은 이날 시카고대 졸업식에 직접 참석해 장녀의 졸업을 축하한 뒤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앞서 2022년 콜로라도 칼리지에 진학했다가 시카고대로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졸업과 인턴 경험은 통상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씨를 둘러싼 반응은 달랐다. 졸업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과 재계에서는 ‘삼성 4세 경영수업’, ‘미래 후계자’,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차기 경영인 후보’ 등의 해석을 잇따라 내놨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부회장 시절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80여년을 이어온 삼성 오너 경영의 승계 방식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당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본인이 스스로 천명한 약속인 만큼, 그 말은 본인이 지킬 일이다.
![2026년 6월 미국 시카고대학교 졸업식에서 이재용 회장의 장녀 이원주 양(왼쪽 첫 번째)이 동기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붉은 학사 가운 스톨을 걸치고 있다. [사진 SNS 캡처]](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6/d7be1d3a-0c3d-4ff7-b2bc-6fd9a4837591.jpg)
이원주씨의 그동안 행보를 사실대로 짚어보면 이렇다. 이씨는 2023년 8월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미국 퀄컴 인턴으로 합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매체들은 이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서 영문 이름 ‘매디슨 리(Madison Lee)’로 인턴십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카고대 재학 중이던 2024년에는 시카고 소재 소규모 비영리단체(NGO) ‘글로벌 시카고 시몬스센터’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공개될 때마다 ‘4세 경영수업’ 해석이 따라붙었다.
이씨는 2004년 3월 이 회장과 임세령 대상·대상홀딩스 부회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1998년 결혼했으나 2009년 이혼했다.
퀄컴 인턴 보도 당시 삼성전자 측은 “개인적인 사안으로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도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단계라는 것은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도 이씨의 삼성 경영 참여 계획은 알려진 바 없고, 삼성 역시 이씨의 향후 진로나 그룹 내 역할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졸업과 인턴 경험만으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현상에 대해 혈연 중심 승계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청년이라면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으로 평가받을 시기에, 재벌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조원대 기업집단의 미래 지배자 후보로 해석되는 셈이다.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경영은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 임직원, 협력사의 이해관계 위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경영권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전문성이나 경영 역량보다 ‘누구의 자녀인가’가 먼저 거론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혈연 중심의 시각이 강하게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특혜 논란으로 사회적 비판의 중심에 섰고, 지배구조 문제는 한국 재벌 체제의 대표적 과제로 꼽혀 왔다. 그럼에도 시장과 언론의 일부 관심은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보다 ‘다음 세대 총수 찾기’에 쏠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이씨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한 개인의 성장 과정이 공개될 때마다 승계 서사의 일부로 소비되는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 자녀의 졸업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장 먼저 후계자 여부를 묻는 분위기는 결국 기업을 가문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라며 “관심은 특정 가문의 다음 세대가 아니라, 경영권이 어떤 원칙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검증되는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의 졸업이 던지는 질문은 ‘삼성 4세가 등장하는가’가 아니다. 이미 본인이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는지, 그리고 한국 사회가 여전히 기업의 미래를 혈연 중심 승계의 틀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프랑스 리옹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 메달 시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2/20251225_094012-428x400.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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