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신평 ‘부정적’ 강등한 6월 26일, 이사회는 PFV에 400억 대여 의결
순손실 3160억·월드타워 담보 1.6조에도 계열 자금집행 멈추지 않아
롯데물산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낮아진 바로 그날, 이사회를 열어 계열 부동산개발회사에 400억원을 빌려주기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손실 확대와 신용도 저하가 맞물린 시점에 신규 자금을 집행한 것이어서 재무 부담 관리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롯데물산이 지난 7일 공시한 특수관계인 자금대여 내역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롯데한강선유PFV에 400억원을 대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여는 이달 1일 연 6.34% 금리로 실행됐고, 만기는 오는 10월 1일까지 3개월에 불과한 단기 자금이다. 공교롭게도 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물산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날도 같은 지난달 26일이었다.
■ 순손실·강등에도…양평동 개발에 쏟아붓는 실탄
이번 대여는 롯데물산이 옛 롯데칠성음료 소유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부지를 2804억원에 사들여 개발하기 위해 세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초기 사업 자금을 대주는 것이다. 롯데물산은 지난달 9일 이 부지의 개발 사업권을 PFV에 287억원에 넘기고, 부지 매수인 지위까지 자회사로 이전했다. 회사로서는 10년 만에 재개하는 자체 개발사업이지만, 정작 곳간 사정은 넉넉지 않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연결 기준 31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2425억원)보다 30% 넘게 커진 규모다. 부동산 임대 본업에서 영업이익 1316억원을 올렸지만, 지분 20%를 가진 롯데케미칼에서 난 지분법손실 4137억원과 금융원가 2174억원이 흑자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별도 기준으로도 차입금이 2조2073억원, 부채비율은 73%까지 올라섰고 지난해 이자비용만 1092억원을 물었다.
대여 자체는 롯데물산이 자체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에 초기 사업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통상적인 자금 집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순손실 확대와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맞물린 시점에 신규 대여가 이뤄졌다는 점은 롯데물산의 재무 여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 월드타워 담보에 대산석화 보증까지…커지는 계열 부담
롯데물산의 재무를 짓누르는 계열 지원은 곳곳에 걸려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은행 지급보증을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월드몰을 담보로 내줬으며, 담보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448억원에 이른다. 다만 롯데물산은 담보를 대준 대가로 롯데케미칼에서 연 0.26% 요율의 수수료를 받는데, 예상 수수료는 242억원 규모다. 여기에 롯데건설이 세운 유동화회사 ‘프로젝트샬롯’에 대한 자금보충약정도 떠안고 있다.
부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은 실적을 짓눌러온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롯데대산석화㈜로 떼어낸 뒤 HD현대케미칼과 합치는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이 과정에서 신설법인의 승계 채무에 대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연대채무보증을 새로 떠안았다. 같은 기간 코리아세븐(순손실 1169억원)과 롯데알미늄(단기 신용등급 A2→A2-)의 신용지표도 나란히 내려앉았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그룹 재무의 완충 역할을 해온 롯데물산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롯데물산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 계열사의 재무 부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롯데케미칼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분법손실로 지난해 31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체 재무여력도 약화됐다.
신용평가업계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롯데물산의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의 핵심 지원 축인 롯데물산의 재무 여력이 약화될 경우 계열사 전반의 자금조달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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