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버넌스 전문가 자처한 강성부 KCGI 체제서도 기관경고·임원 면직…내부통제 ‘구태’
인수 1년도 안 돼 자본금 까먹은 펀드가 500억 배정…NCR 712%에도 ‘건전성 강화’ 명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대표 강성부)가 지난해 인수한 한양증권이, 그 최대주주인 KCGI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프리미엄(할증) 증자’를 내세웠다.
그러나 발행가는 최근 한 달 평균 주가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주가가 주가 급락이 반영된 ‘최근일 최저가’로 산정된 결과다. ‘거버넌스 전문가’를 자처해 온 KCGI가 정작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소액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채 최대주주만 시장 평균을 밑도는 값에 지분을 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KCGI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대상으로 500억원(499억9999만여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는 보통주 238만952주, 발행가는 주당 2만1000원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상법과 정관이 허용하는 적법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다만 이번 증자는 의사결정과 인수 주체가 사실상 동일 그룹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독립적 견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양증권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케이씨지아이’ 소속 계열사이며, 김병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KCGI자산운용 초대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또한 KCGI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업무집행조합원인 ㈜케이씨지아이의 부대표 겸 CFO 정태두씨는 한양증권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셀프 증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는 ‘책임경영’과 ‘신사업 진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인수 이후에도 잇단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이 그대로여서 ‘알맹이 빠진 자본확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할증 발행’이라지만…형식은 할증, 실질은 저가 인수
회사가 ‘할증’을 강조하는 근거는 기준주가 산정 방식에 있다. 발행가 2만1000원은 기준주가 1만8605원보다 12.9%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주가는 이사회 전날을 기산일로 한 ‘최근일 가중평균주가’로, 최근 주가 급락이 반영된 가장 낮은 값이다. 같은 공시의 과거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는 2만1253원, 1주일간은 1만9915원이다. 산정 기준으로 삼은 주가가 최저점이어서 ‘할증’이라는 외형이 나왔을 뿐, 한 달 평균과 비교하면 최대주주는 오히려 253원 싸게 신주를 받는다.
제3자배정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방식이다. 신주 238만여주를 전량 KCGI가 인수하면서 KCGI 측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 수 기준 29.59%에서 약 40%로 높아진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만 따지면 비율은 더 올라간다. 반면 지난해 말 49.87%였던 소액주주 몫은 그만큼 희석된다. 한양증권은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자본조달 과정에서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 권리보호를 위한 별도의 명문화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 ‘거버넌스 전문가’ KCGI의 모순…기관경고에 임원 무더기 징계
내부통제 부실은 최근까지 반복됐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 관련 정보 이용금지 위반으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금지 위반으로 과태료 4천만원을 부과했다. 전직 임직원도 무더기 징계를 받아 전 대표이사는 문책경고 상당, 전 상무대우는 면직 상당, 전 본부장은 정직 3개월 상당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사고도 현재진행형이다.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월 202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발생한 35억원 규모 배임 혐의를 자체 점검으로 적발해 전직 임원을 형사 고소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한 강성부 대표의 KCGI가 정작 인수 기업의 ‘구태’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NCR 712%인데 “건전성 강화”…배정 펀드는 원금까지 까먹어
증자 명분인 ‘재무건전성 강화’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말 한양증권의 순자본비율(NCR·개별)은 712.9%로, 금융당국 규제 기준(100%)의 7배를 넘는다. 자본총계도 5천141억원에서 5천818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증자로 자기자본은 6천3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난다. 다만 장외파생상품업에 진출하면 위험액이 커져 필요자본 부담이 늘어나는 점은 증자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500억원을 대는 KCGI 2호 펀드의 상태다. 이 펀드는 지난해 60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매출은 1천400만원에 그쳤다. 자본금 1천720억원보다 자본총계(1천660억원)가 적어, 인수 1년도 안 돼 원금을 까먹고 있는 상태에서 증자 대금을 대는 셈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KCGI의 최대주주는 지분 49.49%를 보유한 강성부 대표다.
중앙그룹 관련 익스포저도 시장에서 변수로 거론된다. 다만 회생 관련 전체 규모로 알려진 840억원은 업계 추산치로 1차 공시로는 확인되지 않으며, 사업보고서상 중앙그룹 계열로 거론돼 온 유동화회사(에이치와이중앙제일차)에 대한 매입보장약정 잔액은 2024년 말 200억원에서 2025년 말 0원으로 줄었다. 회사는 신탁 구조로 대부분 회수가 가능해 부실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변경 기대로 52주 최고 3만15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 1만원대 후반으로 반 토막 난 점도 시장의 신중한 시선을 보여준다.
한양증권은 이번 증자가 신사업 추진과 자본 확충을 위한 것으로, 시가 대비 할증 발행과 1년 의무보호예수를 통해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의지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