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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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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서클’ 칼 빼든 정부, 정작 룰은 안 나왔다…양종희 연임 심판대 오른 KB금융 회추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금융당국이 공언해 온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가 7월을 넘기며 미뤄지고 있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이 유일한 상황에서,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새 규칙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1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11월 20일이다. KB금융 2026년 1분기보고서 임원 현황에 공시된 기준이며, 임기 만료까지 남은 기간은 넉 달이 채 되지 않는다. 1961년생인 양 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이사와 지주 부회장을 거쳐 2023년 11월 회장에 취임했으며, 보고서상 재직 기간은 2년 4개월(2026년 3월 말 기준)이다.

■ 정부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이월…인선 시계는 계속 작동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그동안의 제도 개선에도 이사회 참호 구축과 CEO 장기 연임 측면에서 미흡한 사항이 확인됐다”며 “이사회 참호 구축 원천 차단과 CEO 연임 절차 개선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고 후속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7월 중 발표를 목표로 금융사별 간담회 일정까지 조율했으나, 최종 공개 시점을 8월 이후로 넘겼다. 시장에서는 개선안 발표가 사실상 연기된 분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개선안의 배경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소위 관치금융의 문제 때문에 정부에선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데, 한편으로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멋대로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도 방치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장기 재임 관행을 겨냥해 “회장과 은행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10~20년씩 하는 모양”이라고도 했다.

이후 추진된 방안의 골자는 ▲금융지주 회장 3연임 제한 법제화 ▲연임 안건 주주총회 상정 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특별결의 ▲사외이사 독립성 및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등이다. 다만 회장 임기를 법률로 직접 제한하는 방식이 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성 논란이 당국 내부에서 제기되면서 최종 발표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취임해 첫 연임에 도전하는 양종희 회장의 경우, 당국이 검토 중인 ‘3연임 제한’ 규정에는 직접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의 제도 확정이 지연된 상태에서 인선 절차만 먼저 진행되는 형국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전임 회장 당시 임기 종료 넉 달 전 개시하던 절차를 올해는 5개월 전인 6월 초에 시작했다. 지난 7월 3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한 데 이어, 오는 8월 27일 1차 인터뷰를 통해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고 9월 11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10월 초 회추위 및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을 마무리한다. 한편 변수로 언급됐던 금감원 정기검사 역시 9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검사 착수 시점은 최종 후보 확정 이후가 될 전망이다.

■ 회추위 전원 사외이사 구성…지주·계열사 이사회 구조 논의

KB금융 1분기보고서 기준 회추위는 조화준·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직 양종희 회장은 회추위원에서 제외돼 있으며, 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조화준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조 위원장은 KT캐피탈 대표이사와 BC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회계학 박사로, 2025년 3월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보고서상 양 회장의 담당 업무는 ‘대표이사,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장, ESG위원’으로 명시돼 있다. 회장 본인은 지주 회추위에 참여하지 않으나 은행·증권·카드 등 주요 계열사 CEO를 추천하는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구조다.

이번 숏리스트에 포함된 내부 후보 4명은 양 회장과 이재근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전 국민은행장),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전 KB국민카드 대표), 이환주 국민은행장이다. 이 중 이환주 행장은 KB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양 회장이 위원장인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도 수록돼 있다. 외부 후보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비공개를 요청한 1인이다.

회추위원 7명 중 서정호 사외이사를 제외한 6명의 임기는 2027년 3월 정기주총까지로, 차기 회장 선임 이후에도 이사회에 남는다. 이사회 의결 기록을 보면 2025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 안건 가운데 반대표가 나온 사례는 한 건이다. 2025년 4월 24일 이사회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안)’에 대해 김성용 사외이사가 “당사의 밸류업 정책 추진에는 예측 가능성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김 사외이사는 현재 회추위원이자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 반기 최대 실적·1조3천억 자사주 소각 vs 국민연금 ‘단순투자’ 전환

양 회장의 연임 평가 요소로는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지난 23일 공시된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실적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3조8천845억9천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7% 증가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순이익은 1조9천921억8천900만원으로 14.60% 늘어 분기 기준으로도 최대치다. 상반기 매출액은 62조4천563억원으로 42.13%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은 감사보고서 기준 5조8천331억6천200만원으로 확정됐다.

KB금융 이사회는 7월 23일 2분기 주당 배당금 1천155원(배당총액 4천55억원, 배당기준일 8월 7일)을 결의하고, 삼성증권과 7천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예정 주식 수는 399만7천715주(7월 22일 종가 17만5천100원 기준)다. 앞서 4월 23일 결의한 6천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은 358만1천623주 매입으로 7월 16일 완료돼 오는 12월 23일 소각될 예정이다. 회장 임기 만료 시점 전후로 총 1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날 이사회 안건에는 사외이사 7명이 전원 참석해 모두 찬성했다. 소각이 이어지면서 발행주식총수는 양 회장 취임 무렵 4억351만1천72주에서 현재 3억5천468만7천734주로 12.1% 감소했다.

반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17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를 통해 KB금융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바꿨다고 공시했다. 보고의무 발생일은 6월 13일로, 회추위가 승계 절차에 착수한 지 열흘가량 지난 시점이다. 국민연금은 확인서에 “보유하는 주식등의 수와 관계없이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보유 지분은 공시 당시 9.33%(3천310만1천147주)였고, 7월 21일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기준으로는 6월 30일 현재 9.23%(3천273만4천500주)다. 당국이 개선안에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를 담겠다고 밝힌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계열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도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은 7월 8일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해 7월 10일부터 시행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인 6억원보다 자체적으로 한도를 더 낮춘 첫 시중은행 사례로, 해당 결정을 이끈 이환주 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 6인 중 한 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KB금융은 외부 출신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다”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직 회장과 지배구조 개선 및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 사이에서 회추위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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