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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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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자사주 262만주’에 갇힌 밸류업…배당 깎는 사이 박찬구 일가 지분율만 올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발행주식 10% 넘는 자사주 소각 미루고 300억 추가 매입…경쟁사의 7배

순이익 2909억에도 배당 24% 삭감…소각·매집에 회장 일가 지배력만 계단식 강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금호석유화학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안팎에 머물며 ‘K-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도 발행주식의 10%가 넘는 대규모 자기주식을 쥔 채 현금배당은 줄이고, 그 사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만 두터워지는 자본 배분이 기업가치 재평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월 보통주 87만4417주(약 1065억원)를 소각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보유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다만 절반만 소각하는 방식인 만큼, 시장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자사주가 회사에 남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절반 소각’ 생색에도…경쟁사 7배 자사주 그대로

실제 소각 이후에도 자사주 규모는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달 18일 기준 회사가 직접 보유한 자사주는 262만4417주로 발행주식(보통주 2515만주)의 10.43%에 이른다. 신탁이 보유한 물량(13만4106주)을 더하면 비중은 10.97%로 올라간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1.4%대에 그치고 LG화학은 보통주 자사주를 사실상 보유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비중은 경쟁사의 7배를 웃도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더욱이 회사는 보유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새로 체결했고, 지난달까지 177억원어치(약 13만주)를 사들였다. 회사는 신탁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도 계약 종료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존 보유 자사주의 절반만 3년에 걸쳐 나눠 소각하는 방식으로는 10%를 웃도는 잔여 물량이 장기간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언제든 대량 매물로 출회될 수 있다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제기된다. 2021년 OCI와 자사주를 맞교환한 전례를 고려하면,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가 향후 경영진의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현금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배당총액은 435억9700만원으로 전년(573억1650만원)보다 23.94% 감소했고, 배당성향은 14.99%에 그쳤다. 지배주주 순이익이 2909억원에 달했지만 배당은 뒷걸음질친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가 내세운 주주환원율은 42% 수준을 유지했다. 줄어든 배당의 빈자리를 자사주 소각이 채운 ‘숫자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분쟁 소강 속…소각·매집에 오너 지배력만 강화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남은 주주의 지분율을 자동으로 끌어올린다. 그 효과는 총수 일가에 집중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8.11%, 장남 박준경 사장이 8.68%를 보유해 부자 합산 지분이 16.8%에 이르고, 장녀인 박주형 부사장(1.30%)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장내 매수를 이어갔다. 소각으로 분모가 줄고 일가가 매집까지 하면서 지배력이 계단식으로 강화되는 구조다.

반면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10.33%)의 지분은 변동이 없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부터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으며 경영권 분쟁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서 2024년 주총에서 박 전 상무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요구한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은 부결됐다. 분쟁의 불씨였던 자사주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오너 일가의 지배력만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본 배분이 재무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36.6%로 적자와 유상증자에 내몰린 경쟁사보다 건전하고, 지난해 순이익도 2909억원 흑자를 냈다.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7%로 회사가 제시한 목표(2026년 7%)를 밑돌았다.
순이익의 45%가 관계기업 지분법이익에서 발생한 만큼 본업의 수익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재무 체력은 충분하지만 자본 활용 효율은 낮고, 주주환원 역시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의 밸류업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금호석유화학의 저평가는 부실이 아니라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0%를 웃도는 잔여 자사주의 처리 원칙을 분명히 하고, 오너 일가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에 맞는 자본 배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재평가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친 주주환원율 40%(2024∼2026사업연도)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탁으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계약 종료 후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으며, ROE는 2026년 7%, 2030년 10%를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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