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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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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외치던 조원태 대한항공, ‘투계 밀수’ 우회로에 또 뚫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마닐라 직항 끊자 베트남 ‘환적’ 기승…”마리당 180달러, 농업용 위장” 밀매 여전

‘ISO 37301’ 준법인증 무색…통합 메가 캐리어, 美 하원 ‘운송 금지’ 압박에 평판 리스크

미국발 투계(싸움용 수탉) 직항 운송을 중단했던 대한항공이 두 달 만에 ‘베트남 우회 노선’에 다시 뚫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동물권단체 애니멀 웰니스 액션(AWA)이 최근 공개한 잠입 조사 결과, 밀매업자들이 대한항공 화물기로 투계를 베트남에 실어 나른 뒤 필리핀으로 환적하는 새 밀수로가 드러나면서 국제 불법 밀매의 공급망 통로 역할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ESG 경영과 준법 시스템을 강조해 온 대한항공이 서류상 허점을 악용한 ‘변칙 수송’에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질적인 내부통제 역량에 의문이 제기된다.

■ 직항 막히자 ‘호치민 환적’ 변칙 기승…화물기가 ‘밀매 통로’로

미국 동물권단체 애니멀 웰니스 액션(AWA)이 '노 플라이트, 노 파이트(No Flight, No Fight) 법안' 지지를 촉구하며 공개한 캠페인 영상 화면. AWA는 이 영상에서 "대한항공은 미국에서 동남아로 성체 수탉 한 마리를 보내는 데 최대 180달러를 받는다. 어떤 정상적인 농민이 평범한 닭 한 마리를 수출하는 데 그런 돈을 쓰겠느냐"며 해당 물량이 투계용 밀거래임을 주장했다. (출처=Animal Wellness Action 홈페이지·유튜브 캡처)
미국 동물권단체 애니멀 웰니스 액션(AWA)이 ‘노 플라이트, 노 파이트(No Flight, No Fight) 법안’ 지지를 촉구하며 공개한 캠페인 영상 화면. AWA는 이 영상에서 “대한항공은 미국에서 동남아로 성체 수탉 한 마리를 보내는 데 최대 180달러를 받는다. 어떤 정상적인 농민이 평범한 닭 한 마리를 수출하는 데 그런 돈을 쓰겠느냐”며 해당 물량이 투계용 밀거래임을 주장했다. (출처=Animal Wellness Action 홈페이지·유튜브 캡처)

7일 미국 동물권단체 AWA가 인도적경제센터(Center for a Humane Economy), 미국 댈러스모닝뉴스와 함께 지난 2일(현지시간) 벌인 잠입 조사에 따르면, 밀매업자들은 댈러스·로스앤젤레스(LA)·애틀랜타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화물 노선으로 수탉을 베트남 호치민까지 운송한 뒤, 타 항공사로 환적해 최종 목적지인 필리핀 마닐라로 밀수하는 우회 경로를 활용하고 있다. AWA는 이 같은 증거를 확보해 대한항공에 전달하고 미국발 성체 투계(게임파울) 운송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인천공항을 거쳐 마닐라로 향하던 연간 4만~5만 마리 규모의 수탉 운송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업자들이 화물을 ‘번식용 조류’ 등으로 위장 신고하는 수법으로 경로만 바꾸자, 선제적 조치는 두 달 만에 무력화됐다.

AWA는 성체 수탉 한 마리를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운송하는 데 최대 180달러(약 27만원)가 드는 점을 근거로, 이는 일반 농업 목적이 아니라 판돈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필리핀 투계 시장을 겨냥한 불법 거래라고 주장했다.

웨인 퍼셀 AWA 대표는 “우리는 대한항공이 필리핀행 통로 하나를 막은 것을 환영했지만, 지금 이 회사는 밀매업자들이 베트남으로 경로를 바꾸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성체 게임파울 운송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할 도덕적·법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2007년부터 연방법으로 투계 목적 동물의 항공 운송을 금지하고 있으며, 하원에서는 트로이 넬스 항공소위원장이 농업 목적이 입증되지 않는 성체 수탉의 운송을 제한하는 ‘노 플라이트, 노 파이트(No Flight, No Fight)’ 법안(H.R. 7371)을 발의해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화물기가 공항 화물 터미널에서 ‘번식용 조류’로 신고된 살아있는 닭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구성 이미지). 미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베트남 호치민을 거쳐 필리핀으로 환적되는 경로가 투계(싸움용 수탉) 밀수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동물권단체 조사 결과를 시각화했다. ⓒAI 생성 이미지 / 뉴스필드 구성
대한항공 화물기가 공항 화물 터미널에서 ‘번식용 조류’로 신고된 살아있는 닭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구성 이미지). 미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베트남 호치민을 거쳐 필리핀으로 환적되는 경로가 투계(싸움용 수탉) 밀수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동물권단체 조사 결과를 시각화했다. ⓒAI 생성 이미지 / 뉴스필드 구성

■ ‘통합 메가 캐리어’ 코앞…자화자찬 준법·ESG와 엇박자

이번 논란은 대한항공이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눈앞에 둔 시점에 불거졌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에 대한 항공운송사업 합병 인가 통지를 받았고, 그로부터 열흘여 만에 공급망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대한항공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6일, 합병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4일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합병이 마무리되면 초대형 통합 항공사로 재편된다.

대한항공은 2023년 규범준수경영시스템(ISO 37301)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지난 4월 갱신 심사를 통해 인증을 유지하고 5월에는 “전반적으로 법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준법 점검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최근 투자설명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는 합병 과정에서 특별위원회로 가동돼 합병비율과 절차의 공정성까지 검증했다. 그러나 이런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 자평이 나온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밀수 우회로가 드러나면서, 미국 연방법상 중범죄로 다뤄지는 투계 목적 운송조차 걸러내지 못한 회사가 정작 동물복지·불법 밀매라는 ‘S(사회)’ 영역에서는 국제 밀거래의 통로로 반복 지목되는 처지에 놓였다.

화물 사업이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16조5천19억원, 영업이익 1조5천393억원, 당기순이익 9천649억원을 올렸고, 이 가운데 화물 부문이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한다. 화물 경쟁력을 앞세워 몸집을 키우는 사이 그 화물망이 국제 밀매업자들의 우회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통합 항공사의 대외 신인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앞서 마닐라 직항 중단을 발표하며 “관련 법규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의 합법적이고 안전한 운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별 노선 차단이 아니라 미국발 성체 게임파울 운송 자체를 막는 근본 대책 없이는 밀매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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