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이 재개된 이달 첫 사흘간 연기금이 시장 일각에서 우려한 ‘매도 폭탄’ 대신 업종·종목별 비중 조정에 가까운 매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코스콤 CHECK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 등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합산)에서 2158억원을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유예 종료 첫날인 1일에는 2181억원을 순매도했으나 2일 순매도액은 535억원으로 줄었고, 3일에는 558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기간 연기금 등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한국거래소 기준 19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어 SK스퀘어 1967억원, 삼성전기 1243억원 순으로 매도 규모가 컸다. 반대로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0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한지주도 각각 567억원, 532억원 순매수했다.
■ 발단은 신영증권 ’74조’ 보고서와 김성주 이사장 ‘점쟁이’
이번 관심은 신영증권 보고서에서 촉발됐다. 신영증권의 한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9000선을 넘고 국민연금이 매도 물량을 나눠 팔지 않을 경우 최대 74조400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물량을 나눠 파는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면 코스피 9000에서도 매도 규모가 37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함께 밝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달 1일 페이스북에 ‘국민연금 리밸런싱과 74조 매도폭탄의 진실’이라는 글을 올려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터무니없는 숫자”라며 “언제부터 애널리스트가 점쟁이 노릇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하다”고 적었다. 이어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들어가더라도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준정부기관 수장이 특정 증권사 보고서를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 신영증권도 “폭탄 아니다”…국민연금은 한도 비공개
정작 보고서를 쓴 신영증권 연구원도 매도 폭탄설과는 거리를 뒀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단시일 내 매도 폭탄을 쏟아낼 것이라는 해석은 무리한 추측”이라며 “지수 조정으로 당장의 매도 물량 부담은 축소됐고, 5~6월 연기금이 2조원대를 순매도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매도 규모 추정치는 증권사마다 40조~74조원으로 엇갈렸다. 국민연금이 지난 5월 국내 주식 보유 한도의 상단을 비공개로 돌리고, 지난 1월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한 회의록도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연기금 수급에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공무원연금·각종 공제회의 거래가 함께 반영된다. 다만 국민연금 운용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시장은 7월 연기금 매매 동향을 국민연금 리밸런싱 재개 영향을 가늠하는 간접 지표로 보고 있다. 리밸런싱은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