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진 사장이 이끄는 한샘이 본업 실적이 꺾이고 시공 현장의 갑질·하자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비자 하자보수에는 81억원만 쌓아둔 채 사모펀드 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1900억원 가까이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결정한 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연말로 예정된 IMM PE의 인수금융 만기를 앞둔 주가 방어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이달 9일 이사회에서 500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별도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자사주로 환원하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했다. 2분기 분기배당도 재개했다.
회사 측은 주가 저평가 해소를 내세웠지만, 실제 이득은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모인다. 한샘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약 30%에 달해 IMM PE 측 지분 35%만으로 사실상 의결권 과반을 쥔다.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이면 유통주식이 줄어 대주주 지배력과 주당 가치가 함께 오르는 구조다.
반면 소비자를 향한 약속은 공허해지고 있다. 한때 인테리어 시장의 ‘절대 기준’으로 통하던 리하우스는 상담부터 시공·사후관리까지 본사가 책임진다는 ‘무한책임’을 내걸었지만, 현장에서는 부실시공과 하자보수 지연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끊이지 않는다. 정작 회사가 하자보수에 대비해 쌓은 충당부채는 81억원에 그친다.
■ 자사주·배당, 왜 ‘PE 수혜’인가
자사주 매입 시점은 IMM PE의 빚 만기와 맞물린다. IMM PE는 2021년 창업주 조창걸 회장의 지분을 1조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약 8500억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는데, 그 만기가 올해 12월이다.
이번 자사주 신탁계약의 만료일 역시 12월 9일로 만기 시점과 겹친다. 인수가(주당 22만1000원) 대비 주가가 85% 넘게 빠지면서 담보인정비율(LTV) 등 재무약정을 위반한 상태여서, 연말까지 주가를 떠받치려는 매입이라는 분석이 투자은행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주주환원책 발표 이튿날 한샘 주가는 장중 8% 넘게 올랐다.
과거 대규모 배당의 재원도 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샘은 2024년 분기배당으로 1400억원대를 풀었으나 2025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2024년 이익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빌트인 담합 과징금 충당부채 594억원을 되돌린 일회성 환입이 반영됐다.
한샘은 2024년 4월 특판가구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211억5000만원을 부과받은 당사자로, 확정액보다 많이 쌓았던 충당금을 환입하자 그 차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결국 일회성 환입과 자사주 매입의 끝에는 의결권 과반을 쥔 IMM PE가 있다.
이에 대해 한샘은 자사주 취득 목적을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했다. IMM PE 측도 “인수금융 만기 연장을 위해 대주단과 협의 중이며, 본업의 본질적 턴어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 견제 장치도 좁아졌다. 한샘은 100% 자회사 한샘넥서스(대표 손영동)를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한 소규모·무증자 방식으로 다음 달 31일 흡수합병한다. 일반주주는 찬반 통로가 없고, 합병이 끝나면 한샘넥서스가 보유한 한샘 주식 12만1220주가 자사주로 편입돼 대주주 지배력은 더 강화된다. 한샘은 지난달 28일 코리아 밸류업지수에서도 편출됐다.
■ ‘무한책임’ 구호 뒤, 현장은 갑질·하자
대주주 환원이 가속하는 사이 본업과 현장은 흔들리고 있다. 한샘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39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6억원으로 72.6% 급감했다. 영업이익만 56.4% 늘었는데, 매출원가율을 낮추고 고정비를 깎은 결과다.
비용을 쥐어짜는 동안 시공 현장 분쟁이 잇따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한샘 간부가 임직원 할인으로 진행한 목동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협력사에 폭언과 재작업을 강요해 2500만원의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20일에는 수원의 한 신혼집 인테리어에서 공사 지연·하자·AS 부실을 호소하는 소비자 폭로가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한샘은 갑질 의혹에 대해 “공용부 공사는 협력사와 고객 간 사적 계약이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제3 전문기관에 검증을 의뢰했다”고 반박했다.
소비자 분쟁에 대비한 안전판은 빈약하다. 한샘이 쌓은 하자보수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81억6000만원에 그친다. 반면 경기 군포 물류창고 화재 소송 등 한샘이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모두 20건으로, 군포 화재 한 건에만 210억원의 충당부채를 인식해 뒀다. 회사가 담합·소송 리스크에는 수백억원을 쌓으면서 정작 소비자 하자 대비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배정한 것이다.
경영진 구성도 대주주와 맞닿아 있다. 한샘 경영을 총괄하는 김유진 사장(대표집행임원)은 2023년 말 IMM PE 파트너(부사장)로 승진한 운용사 핵심 인력으로, 한샘 대표를 맡으면서 대주주의 이해를 동시에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 이사회 의장도 IMM PE 측 이해준 기타비상무이사가 맡고 있고, 리하우스 사업은 김윤희 전무가 본부장으로 이끈다.
한샘의 최대주주는 하임 유한회사 등 IMM PE 계열로, 그 정점에는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를 운용사로 둔 사모펀드 ‘로즈골드4호’가 있다.
결국 경영·이사회 핵심이 대주주 측 인사로 구성된 구조에서, 소비자 하자와 현장 신뢰 회복보다 대주주의 재무 일정과 이해에 맞춘 자금 집행이 우선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한책임’을 내건 브랜드 구호와 달리 하자 처리 지연과 현장 분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배구조가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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