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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구 기둥 도면’을 설명하는 그래픽으로, 정사각형 형태의 기둥 단면에 주철근(주요 철근) 배치와 ‘2-bundle(2 묶음)’ 표시가 나타나 있다. (사진=MBC)
사회

“숫자 ‘2’ 못 봤다”는 현대건설…노조 “철근 2,500개 남았을 텐데 육안 확인도 안 했나”

‘3공구 기둥 도면’을 설명하는 그래픽으로, 정사각형 형태의 기둥 단면에 주철근(주요 철근) 배치와 ‘2-bundle(2 묶음)’ 표시가 나타나 있다. (사진=MBC)
‘3공구 기둥 도면’을 설명하는 그래픽으로, 정사각형 형태의 기둥 단면에 주철근(주요 철근) 배치와 ‘2-bundle(2 묶음)’ 표시가 나타나 있다. (사진=MBC)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공사장의 지하 기둥에서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시공사의 도면 해석 오류 해명을 둘러싼 논란과 인허가기관의 늑장 대응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MBC 보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곳은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GTX 승강장부 기둥이다. 해당 구간은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해 추진 중이며, 시공은 현대건설(3공구)이 맡고 있다.

조사 결과 기둥 80본 가운데 일부는 주철근을 2열로 시공해야 했으나 실제로는 1열만 배근됐으며, 이로 인해 전체 80본 중 50본이 준공 구조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수된 3공구 기둥 설계도면을 보면 사각형 테두리를 따라 기둥 뼈대 역할을 하는 주철근의 위치가 검은 점으로 찍혀 있고, 그 위에는 ‘두 묶음’을 뜻하는 ‘2-BUNDLE’이 명시돼 있다. 도면대로라면 각 점마다 주철근을 두 개씩 넣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작업자가 도면의 영문 표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 설계도면 해석에 오류가 있어 점이 한 개라 주철근을 한 개씩만 넣었다고 해명했다. 옆 공구(영동2) 도면은 2열 표기인 반면 해당 공구(영동3)는 1열에 ‘2-bundle’로 표기돼 있어, 점은 봤지만 숫자 2는 보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연세대 부동산개발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는 “구조 설계자가 도면을 다 확인했을 것이고 감리는 도면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80개가 빠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 역시 “도면 밑에 종류와 개수를 쓰게 돼 있다”며 “전문가 입장에서 유감이며 현대건설이 망신을 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전 골조 업체의 시공, 원청 시공사의 확인, 감리단의 검사 등 품질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둥 한 개당 적게는 24개, 많게는 36개의 철근이 빠져 전체 누락 수량이 2,50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설계대로 자재를 구입했다면 철근 자재가 대량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허가기관인 서울시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 2025년 11월 시공사로부터 시공 오류를 최초 보고받았으나,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 29일에야 국토교통부에 해당 구간 보강 방안 수립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르면 다음 달로 예정됐던 무정차 방식의 GTX-A 전 구간 개통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9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과 서울시의 엄중한 책임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한종탁 수도권북부지역본부장, 박중용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기간망 건설현장에서 뼈대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것은 시민 안전과 공공 신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대건설에 대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노조는 또한 “서울시는 건축법 제24조에 근거해 철근 배근, 거푸집 설치 등 주요 공정에 대해 동영상 기록관리를 지침화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몰랐어도 문제이고 알고도 방치했어도 문제”라고 규탄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는 바디캠, GPS 등 스마트 안전 장구를 착용시켜 감시를 강화하면서도 원청의 시공 책임과 품질관리는 허술했다”며 원청 단협을 통한 부실시공 신고 절차 마련과 품질 시공 동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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