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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25년 7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비상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체불 사건에 대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불기소 처분을 강력 규탄하며, 서울고검에 항고 인용과 검찰 수사 재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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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규정’으로 퇴직금 깎더니… 쿠팡, 일용직에 ‘처벌불원서’ 강요 논란

사진은 2025년 7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비상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체불 사건에 대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불기소 처분을 강력 규탄하며, 서울고검에 항고 인용과 검찰 수사 재개를 촉구했다.
사진은 2025년 7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비상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체불 사건에 대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불기소 처분을 강력 규탄하며, 서울고검에 항고 인용과 검찰 수사 재개를 촉구했다.

매출 45조 4,555억 원, 영업이익 2조 2,884억 원. 올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공시한 쿠팡이 정작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단돈 30만~50만 원의 합의금을 내밀며 ‘처벌불원서’ 작성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려한 재무제표 뒤에 가려진 노동 착취 구조와,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대기업의 꼼수가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쿠팡CFS) 노무팀은 최근 ‘퇴직금 미지급 사건’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합의금 지급을 조건으로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했다. 쿠팡CFS 측이 제시한 합의금 수준은 30만~50만 원이었다.

처벌불원서에는 ‘특별검사 측 기소 내용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향후 추가적인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독소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노동자 A씨는 “진정 어린 사과는커녕 처벌을 면하기 위해 푼돈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는 “처벌불원서를 써주지 않으면 언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태의 발단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CFS는 2023년 4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내부 지침을 바꿨다. 기존에는 ‘1년 이상 근무하고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면 됐지만, 새 지침은 ‘4주 동안 60시간을 단 한 번이라도 채우지 못하는 날이 생기면 계속근로 기간이 0으로 초기화’되는 이른바 ‘리셋 규정’을 도입했다.

하루벌이 일용직에게 4주 연속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를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가 아파서, 몸이 아파서, 비가 와서 하루만 쉬어도 1년 넘게 쌓인 근속 기간이 한순간에 ‘0’이 되는 구조였다.

상설특검 수사 결과, 이 내부 지침은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의 공식 취업규칙 변경 승인을 받기 약 두 달 전인 2023년 4월부터 이미 일방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의견 청취는 물론, 법률 자문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일방적 변경이었다.

처음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2024년 4월,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당시 주임검사였던 문지석 부장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관봉권·쿠팡’ 사건을 맡은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은 이 의혹을 재수사한 끝에 2026년 2월 3일, 검찰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고 엄성환 전 쿠팡CFS 대표, 정종철 현 대표, 쿠팡CFS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상설특검 출범 이후 첫 기소였다.

특검은 기소 후 “이 사건은 단순한 임금 체불이 아니라, 열악한 일용직 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해 회사 이익을 추구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나아가 쿠팡 그룹의 구조상 이는 국부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전국 노동청에 접수된 사건을 모두 취합해 피해 노동자 40명, 체불 퇴직금 합계 1억 2,382만 원으로 파악하고 일괄 기소했다.

그러나 쿠팡CFS 측은 2026년 4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피해자는 21명이며, 이 중 15명에게는 이미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맞섰다. 재판부가 “나머지 피해자들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쿠팡CFS 측 변호인은 “확인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 직후 노무팀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수십만 원의 합의금을 제안한 것이다.

형사 재판과 별개로 진행된 민사 소송에서도 쿠팡CFS는 패했다.

인천지법은 2026년 4월, 쿠팡CFS 전직 일용직 근로자가 제기한 미지급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해당 근로자의 상용성이 인정돼 사측에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며 퇴직금 202만 8,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용직이라도 사실상 상용직과 다름없이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쿠팡㈜의 2025년 연결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은 45조 4,555억 원, 영업이익 2조 2,884억 원, 당기순이익 1조 5,891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인 1조 4,659억 원은 미국 쿠팡Inc에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특검이 지적한 ‘국부 해외 유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대목이다.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합계 1억 원 남짓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수십만 원짜리 합의금을 내밀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체불임금은 보통 회사 사정이 어려워 발생하는데, 이 사건은 쿠팡CFS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열악한 일용직의 상황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런 악의성과 고의성에 비춰 쿠팡CFS가 진정한 사과를 하면서 이에 합당한 합의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감사보고서 주석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 다양한 법적 분쟁을 ‘우발부채’로 관리하고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2024년 8월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유통업계 역대 최대인 1,628억 원의 과징금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5년 11월에는 전직 직원의 내부 보안키 탈취로 고객 계정 3,370만 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쳤다.

쿠팡은 대형 법적 분쟁에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정작 경제적 약자인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문제에는 수십만 원짜리 합의금으로 간단히 처리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 경영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CFS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합의금 액수 책정과 합의 요구는 통상적인 형사사건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일용직 퇴직금 규정을 원상 복구해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고, 특검이 기소한 근로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지급하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에게 제시한 합의안은) 근로자의 포괄적 권리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대 기업이 친 ‘수십만 원짜리 합의’라는 그물 앞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도 전에 생계의 무게에 짓눌려 포기를 강요받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형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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