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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부영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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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0명’ 부영 이사회…이중근 회장 부녀, 계열사 16곳·13곳 겸직 독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부영그룹)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부영그룹)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국내 계열사 21곳 가운데 16곳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녀 이서정 이사도 13곳에 이름을 올려 부녀가 계열사 등기임원 자리를 광범위하게 나눠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5일 발표한 89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오너 일가 등기임원 등재 현황에 따르면, 이 회장의 겸직 계열사는 전체 국내 계열사의 76.2%에 달했다.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은 것이다.

이서정 이사 역시 총수 자녀 가운데 겸직 계열사가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의 겸직 규모는 2위인 권오일 대명화학그룹 회장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권 회장은 68개 계열사 가운데 15곳에서 등기임원을 맡았다. 겸직 계열사 수는 이 회장보다 1곳 적지만, 전체 계열사 대비 비율은 22.1%에 그쳤다.

부영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공시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부영그룹 대표회사인 ㈜부영이 지난 6월 1일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의 국내 계열사 21곳 등기임원 명단을 보면 이 회장은 16곳, 이서정 이사는 13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은 1983년 부영을 설립한 창업주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부영그룹 동일인(총수)이다. 2020년 실형이 확정되면서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났지만, 2023년 7~9월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2024년 10월부터는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제19대 중앙회장도 맡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이 맡고 있는 직책은 국내 계열사 16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영주택, 동광주택,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무주덕유산리조트, 천원종합개발, 오투리조트, 더클래식씨씨, 비와이월드 등 10곳에서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주사 격인 ㈜부영과 동광주택산업, 대화도시가스, 부영유통, 한라일보사, 인천일보 등 6곳에서는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해외 계열사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법인은 더 늘어난다. 부영비나, 부영라오, 부영라오뱅크, 부영크메르, 부영크메르Ⅱ, 캄인텔, 부영크메르뱅크, 씨엡립 부영CC 등 8곳을 포함하면 총 24곳이다.

장녀 이서정 이사도 국내 계열사 13곳에서 모두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부영,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대화도시가스, 부강주택관리, 부영유통, 비와이월드, 오투리조트, 더클래식씨씨, 한라일보사 등이다.

해외 계열사인 부영크메르Ⅱ와 부영크메르뱅크까지 포함하면 이 이사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법인은 15곳으로 늘어난다.

반면 장남 이성욱 씨의 등기임원 겸직은 1곳에 그친다. 골프장 운영사인 천원종합개발의 등기임원으로만 등재돼 있으며, 이 회사는 이 회장과 최양환 대표이사를 포함한 3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이 회장과 장녀가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광범위하게 겸직하고 있지만,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부영의 2025년 감사보고서 기준 이 회장의 지분율은 93.79%(1천313만1천20주)에 달한다. 주주 명부에는 자기주식 3.24%, 이성훈 씨 2.18%, 학교법인 우정학원 0.79% 등이 기재돼 있지만, 이서정 이사와 이성욱 씨의 이름은 없다.

■ 오너 일가 중심 부영 이사회…76건 모두 원안가결

지분뿐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부영그룹 21개 국내 계열사의 등기임원 가운데 사외이사로 등재된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운영 현황도 21개사 모두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돼 감사위원회 등 별도의 심의기구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 격인 ㈜부영의 등기임원은 최양환 대표이사, 이중근 사내이사, 이서정 사내이사, 김국백 감사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이사 3석 중 2석을 이 회장과 장녀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21개 계열사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사회 의사결정도 모두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대상 기간 부영그룹 21개 계열사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76건으로, 이 가운데 부결이나 수정가결은 한 건도 없었다. 76건 모두 ‘원안가결’로 처리됐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부영주택의 안건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영주택의 주요 의결 안건에는 계열사인 동광주택과의 대규모 부동산 거래도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25일 부영주택 이사회는 ‘자산(토지) 매각의 건’과 ‘자기거래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부영주택이 같은 해 12월 4일 제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동산매도’ 공시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시흥동 113-121번지 등 10필지, 총 4만7천500.8㎡ 규모 토지가 동광주택에 4천652억2천700만원에 매각됐다. 해당 부지는 부영이 종합병원과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온 옛 대한전선 터다.

공시상 거래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다만 해당 공시의 사외이사 참석 인원은 기재되지 않았고, 감사는 ‘불참’으로 표시됐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670-4번지 등 26필지, 총 2만8천61.7㎡ 규모 토지도 동광주택에 매각됐다.

■ 계열사 거래·기부금에 이어 해외 지급보증까지…겸직 임기도 줄줄이 만료

동광주택과의 토지 거래는 지난해 부영주택의 계열사 대상 자산 매각이 급증한 것과 맞물린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부영주택의 지난해 계열사 대상 기타자산(토지) 매도액은 5천240억2천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2개 사업연도에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자산 매도액이 모두 ‘해당사항 없음’이었다.

부영주택과 동광주택 사이의 거래는 매각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주택이 동광주택에 대해 보유한 채권 잔액은 4천210억6천500만원으로, 부영주택이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보유한 채권 4천332억7천100만원의 97%를 차지했다.

부영주택 이사회 의결 안건에서는 기부금과 후원금 지급도 눈에 띈다. 지난해 부영주택 이사회가 의결한 20건 가운데 절반인 10건이 기부금 또는 후원금 지급 안건이었다.

이 가운데 3건은 이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를 대상으로 했다. 지난해 5월 26일 기부금 지급, 11월 14일 기부, 11월 25일 ‘카렌다 기부’ 안건이 각각 상정됐고 모두 원안가결됐다.

세 안건은 모두 이 회장이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에 취임한 2024년 10월 이후 의결됐다. 돈을 지급하는 부영주택의 대표이사와 돈을 받는 대한노인회의 회장이 같은 인물인 셈이다.

하지만 부영그룹 계열사에는 이 같은 거래를 별도로 심의할 사외이사나 이사회 내 위원회가 없다. 앞서 확인된 ‘사외이사 0명’의 이사회 구조가 실제 계열사 거래와 기부금 의결 과정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해외 계열사 거래에서도 오너 일가의 개인 지분과 계열사의 자금 지원이 맞물린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 6월 제출된 동일인용 공시에 따르면 캄보디아 법인 부영크메르Ⅱ의 지분은 이서정 이사가 46.00%로 가장 많고, 부영주택이 39.20%, 이 회장이 9.8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하나은행에서 받은 1천100만 달러(약 152억5천800만원)의 대출에는 부영주택이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 안건은 지난해 7월 17일 부영주택 이사회에서 원안가결됐다.

부영주택은 이 회장과 이서정 이사의 개인 지분이 없는 ㈜부영의 100% 자회사다. 개인 지분이 집중된 해외 계열사의 차입에 그룹 계열사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다.

다만 해당 지급보증은 공시상 ‘공정거래법상 제한되는 채무보증 이외의 채무보증’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이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 상당수의 등기임원 임기가 이달부터 차례로 만료된다. 공시에 기재된 임기 만료 예정일을 보면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대화도시가스, 부영유통, 오투리조트, 비와이월드 등 10곳이 오는 8월 28일 임기를 마친다.

무주덕유산리조트·천원종합개발·인천일보는 9월 13일, 더클래식씨씨는 9월 14일 임기가 끝난다. 이 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은 국내 계열사 16곳 가운데 14곳의 임기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 사이에 만료된다.

특히 인천 송도 테마파크 사업을 맡은 비와이월드는 종업원 수와 매출액이 모두 ‘-‘로 기재된 회사다. 이 회장은 올해 4월 19일 이 회사 대표이사로 새로 취임했다.

부영그룹의 국내 계열사 21곳은 모두 비상장사다. 공시상 소수주주권 행사 내역도 21곳 모두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됐으며, 서면투표제를 도입한 계열사의 일반주주 의결권 행사 비율 역시 0.00%였다.

결국 부영그룹은 이 회장과 장녀 이서정 이사가 다수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가운데, 21개 국내 계열사에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고 이사회 내 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은 구조다. 여기에 소수주주권 행사 내역까지 확인되지 않으면서 오너 일가에 집중된 지배구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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