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지배구조 관련 투서가 요즘 엄청나게 들어온다. 누구는 나쁜 사람이고,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부터…”
“그 주장들이… 상당히 타당성 있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 만들어 돌아가며 계속 해먹더라.” (이재명 대통령, 2025. 12. 19.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 발언)
이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금융 개혁 원칙과 맞닿아 있다. 오너가 없는 지배 구조 속에서도 특정 경영진 중심으로 권력이 고착된 신한금융지주의 현실을 정조준한 것이다. 또한, 소유가 분산된 금융지주가 공적 책임보다 내부 인사 질서와 연임 구조를 우선해 왔다는 비판 속에서, 진옥동 회장의 연임 국면은 대통령의 원칙론이 시험대에 오른 상징적 사례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지적해온 ▲부패한 이너서클 ▲금융계급제 ▲이자 약탈 ▲금융 전횡 등 이른바 ‘금융 적폐’의 지표들이, 상고 출신 한계를 깨고 금융그룹 수장에 오른 진옥동 회장의 경영 행보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시장의 비판이 제기된다.
진옥동 회장은 2019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3년 3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까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연임이 성사될 경우, 그는 2019년 은행장 취임 시점부터 계산해 무려 10년간 그룹 경영 수뇌부의 정점을 독점하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국민연금의 전격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는, 대통령이 천명한 금융 개혁의 국정 철학이 실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 국민연금, 진옥동 회장 연임 ‘반대’… 10년 장기 집권 논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9일 제5차 위원회를 열고, 오는 26일 예정된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제4호 ‘진옥동 사내이사 후보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진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한지주 지분 9.13%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이다.
이번 안건은 기금운용본부를 넘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상정됐다. 국민연금 지침에 따르면, 진옥동 회장의 과거 제재 이력은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해 심층 심의 대상이 된다.
해당 이력은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2021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에 기반한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금융지주에는 기관주의와 과태료, 신한은행에는 영업 일부 정지 3개월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주의’, 진옥동 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가 각각 내려졌다.

금융사 임원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 제한을 동반하는 중징계다. 당초 진 회장에게는 문책 경고가 사전 통보됐으나, 최종적으로 주의적 경고로 낮아지면서 연임이나 지주 회장 선임에 큰 제약이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진옥동 회장은 2023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진 회장의 과거 징계 이력을 이유로 최초 선임 당시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다만 내부 지침상 ‘도과기간’ 원칙에 따라 다소 경직된 판단이라는 해석이 있었지만, 이번 상황은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의 경영 흐름은 대통령이 질타한 ‘민간 카르텔’의 전형적인 구조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12월 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진옥동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며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19일 업무보고에서 “이너서클이 돌아가며 해먹는다”고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임 확정이라는 ‘기득권의 결단’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경고’로 해석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전격적인 반대 결정은, 대통령의 경고가 국정 철학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집행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집사 게이트’ 연루 금융사, 신한은행 유일… 진옥동 회장 취임 초 30억 원, 자본잠식 상태 IMS모빌리티에 투자
이 과정에서 과거 진 회장의 연루 의혹과 IMS모빌리티 투자 건은 단순한 경영 판단을 넘어 ‘금융 사유화’와 ‘내부 통제 부실’의 상징적 사례로 재조명되며, 국민연금 반대의 명분을 강화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신한금융 계열사 출신이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대주주인 렌터카업체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가 있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회장의 신한금융지주 회장 취임 초인 2023년 6월,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IMS모빌리티의 재무 상태였다. 2023년 초 기준 총자산 556억 원에 부채가 1,413억 원으로 자산의 2.5배를 넘었고, 순자산은 -857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일반적인 벤처 투자 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이나 파산 검토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이었다.
게다가 신한벤처투자가 IMS모빌리티의 전신인 비마이카에 2020년 이미 250억 원을 투자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예성 씨가 과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에서 근무한 경력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인연이 아닌 배경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투자가 진행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예성 씨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1심에서는 공소기각과 무죄가 선고됐다. 특검 수사를 통해 일부 재무 부실과 대기업들의 사법 리스크 대응 정황이 드러났으나,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금융사로 연루된 사례는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진옥동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도 계열사에서 연속적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순탄치 않은 임기를 이어갔다. 2025년 4월 말부터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감독원의 집중 검사를 받았으며,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금융사고가 당국의 강력한 조치로 이어졌다.
2024년 8월 신한투자증권에서는 ETF 운용 과정에서 직원 부주의로 1,3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어 신한은행과 신한자산신탁 등 계열사 3곳에서도 파생상품 운용 손실, 업무상 배임, 사기, 횡령, 금품수수 등 다양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금감원 제재공시에 따르면 2024년 5월 15일부터 2025년 5월까지 신한금융 관련 제재 건수는 12건에 달했다. 8월에는 신한은행 창구 직원이 고객 현금 일부를 빼돌리다 적발됐고, 신한베트남은행에서는 현지 채용 직원의 37억 원 횡령 혐의가 확인되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
이처럼 안팎으로 도덕성 리스크와 내부통제 부실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진 회장은 조직 내 인적 쇄신보다는 핵심 인력을 결속해 ‘정권 보호’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24년 말 단행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파격적인 임기 연장이다.
국내 시중은행장들은 연임 시 보통 추가 임기 1년을 부여받는다. 취임 시 2년 임기를 합하면 흔히 ‘2+1 임기’라고 불린다. 하지만 진옥동 회장은 2024년 말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추가 임기 2년을 부여했다. 통상적인 ‘2+1 임기’ 관행을 벗어난 조치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자금시장그룹장과 경영기획그룹장을 거치며 은행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면밀히 이해하고 있다. 1990년 입행 후 둔촌동지점장, 소비자보호센터장,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거쳤으며, 진옥동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될 당시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정상혁 은행장의 임기가 진옥동 회장의 임기보다 1년 더 길다는 사실이다. 진 회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3월 이후에도, 정상혁 은행장의 임기를 2026년 12월까지 보장하며 사실상 장기적인 영향력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
■ 금융계급제 강화, 대통령 금융 철학과 배치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가난할수록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계급제’를 질타하며 금융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주문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오히려 저신용자 금리를 급격히 올려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정부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는 앞서 9월에도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며 금융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문제를 환기한 것이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신한은행의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 평균 대출금리는 8.66%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는 4개월 만에 3.18%p 급등한 수치이며, KB국민(5.75%), 하나(5.81%), 우리은행(6.22%) 등이 5~6%대 금리를 유지하며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신한은행의 고금리 구조는 은행이 임의로 부과하는 ‘가산금리’가 주도했다. 저신용자 대상 가산금리는 6.30%로 경쟁사(4%대)를 크게 웃도는 반면, 우량 고객(951~1000점) 가산금리는 2.59%로 5대 은행 중 최저였다. 취약 차주를 위한 우대금리 지원도 0.64%에 그쳐 시중은행 최저 수준이었다.

결국 가난한 고객에게는 높은 마진을, 부유층에게는 혜택을 집중하는 ‘역진적 금리 체계’가 고착화된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정기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회사 입장을 밝혔다. 신한금융 측은 “라임펀드 판매 여부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지 않았으며, 진옥동 후보자가 이를 직접 지시하거나 결재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 측은 “기관 제재가 존재한다고 해서 진 후보자를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의 직접 책임자로 평가해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즉, 라임펀드 사태는 불법 행위로 인한 과거 사건으로, 감독당국의 제재와 그룹 차원의 책임 정리가 이미 완료돼 후보자 선임 판단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고금리 논란에 대해서도 신한은행 측은 “저신용 차주의 기존 대출 만기를 대환할 경우 신규 취급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많아, 대출 건수와 종류에 따라 가산금리와 최종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금리 급등 현상을 개별 사정으로 해명했다.
한편, 신한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 만큼, 이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반대 결정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 주총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국민연금 반대 이전부터 금융감독원은 2025년 11월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 TF’를 가동해 CEO 3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의무화, 사외이사·CEO 임기 시차화, 승계 절차 사전 공시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히 진옥동 회장의 연임 여부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 권력이 공적 책임과 투명성의 영역으로 귀속될지, 아니면 기존 기득권 중심 체제를 유지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번 결정은 국내 금융지주 전체가 직면한 지배구조 리스크의 무게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