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판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8월 28일로 예정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 100일을 추모하며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와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절박한 목소리로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호소했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정철희 태안분회장은 16년간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었던 차별과 고통을 증언했다. 그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 계약 해지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법이 정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번 소송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파견이라는 진실을 법정에서 밝혀주어야 한다”는 그의 절규는 동료들의 목소리와 죽음을 대신한 생존과 정의, 마지막 희망을 담고 있었다.
■ 한전KPS, 사용자성 회피 시도… “안전관리 균열 초래”
최진일 새움터 대표는 한전KPS가 사용자 지위를 회피하기 위해 벌인 행태를 비판했다. 소송이 시작되자 직접 지시를 하던 관행을 중단하고 서류를 분리하는 등 사용자성을 부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이 안전관리의 공백을 초래했으며, 원청과 하청이 동일한 작업을 하면서도 별개의 위험성평가를 진행해 큰 차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발전소 정비노동자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작업을 하는데, 별개의 업체처럼 취급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며, 이 같은 구조가 노동자를 더 큰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불법파견은 ‘위험의 외주화’, 공공기관 책임 회피 비판
양은정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최근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전KPS 사건과의 유사성을 제기했다. 그녀는 김충현 노동자 사망 당시 원청이 책임을 회피했던 것처럼, 다른 사고들에서도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사무국장은 “불법파견은 위험의 외주화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공공기관조차 다단계 하도급을 묵인해 노동자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원이 소극적 태도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죽음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직접고용을 통한 구조적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집행위원장은 불법파견이 노동자들에게 고용 불안과 재해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16년간 15번이나 회사가 바뀌었지만 업무는 그대로인 하청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안전 교육과 인력 배치에서 배제된 현실을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아사히글라스나 한국지엠 창원공장 등에서 불법파견 판결 후 정규직 전환을 통해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하며, 재판부가 직접고용 판결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사)김용균재단, 건강한노동세상, 반올림, 노동건강연대 등 전국의 7개 노동안전보건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단순한 법적 정의를 넘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정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