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총수 개인 지분 확대에 주주 반발…’회사기회 유용’ 상법 위반 쟁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식이 549만 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추산한 정 회장의 개인 누적 출자액은 약 7,000억 원대에 달하지만, 개인 출자 세부 내역은 국내 공시 체계 밖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접수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상 정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식은 549만2,162주(지분율 22.50%)로 집계됐다.
■ ‘공시 사각지대’ 속 7,000억 출자…배당금 쏟아부으며 잔여 지분도 인수 예정
같은 공시에서 현대글로비스 보유분은 274만6,082주(11.25%), 현대차가 지배하는 미국 투자지주사 HMG글로벌은 1,373만404주(56.24%)로 기재됐다.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나머지 주주 몫은 244만3,314주(10.01%)이며 발행주식 총수는 2,441만1,962주다.
정 회장의 주식수는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수의 정확히 두 배에서 두 주가 모자란 수치로, 지분율(22.50% 대 11.25%) 역시 2대 1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인수 이후 두 주주가 같은 비율로 증자에 참여해 왔다는 뜻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022년 말 10.33%에서 현재 11.25%까지 올랐다.

공시상 정 회장 개인의 구체적인 납입 금액은 명시되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비상장법인이어서 국내 대량보유상황보고나 임원·주요주주 소유상황보고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역시 국외 계열회사는 거래 상대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장부 가액을 비례 적용하면 정 회장의 출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2026년 1분기보고서상 보스턴다이내믹스 투자주식의 별도재무제표 장부금액은 3,541억674만 원이다. 별도재무제표에서 관계기업 투자는 원가로 계상되는 만큼 사실상 누적 취득원가다. 두 주주가 동일한 단가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가정할 경우, 정 회장의 누적 취득원가는 약 7,082억 원으로 산출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중 891억2,615만 원을 추가 납입해 지분을 늘린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 역시 지난해에만 약 1,782억 원의 개인 자금을 넣은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말 취득원가(현대글로비스 1,420억21만 원, 정 회장 추정 2,840억 원)를 제외한 이후 증자 참여액은 약 4,242억 원으로, 개인 출자액의 60%가 인수 이후 추가로 들어간 셈이다.
자금 여력은 계열사 배당에서 나온다. 각 사 사업보고서상 2025년 결산 주당 배당금에 정 회장 보유 주식수를 곱하면 현대글로비스 869억9,989만 원, 현대차 559억8,478만 원, 기아 480억1,705만 원 등 상장 계열사 6곳에서 1,974억3,247만 원(세전)을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넣은 것으로 추산되는 1,782억 원과 규모가 비슷하다.
한편 투자 대상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사업보고서상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난해 매출은 1,500억6,612만 원, 당기순손실은 5,284억4,812만 원이다. 올해 1분기 순손실 역시 1,838억1,993만 원으로 전년 동기(1,197억2,978만 원) 대비 53.5% 증가했으며, 1분기 매출은 348억5,545만 원에 그쳤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결산에서 이 투자주식의 손상평가를 실시했으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지 않아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고 사업보고서에 적었다. 회수가능액 추정에 적용한 할인율은 16.63%다.
정 회장의 추가 부담을 예고한 조항도 공시에 남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존 주주에게 부여된 보통주 매도청구권(풋옵션)은 2021년 6월 21일 발행됐고, 거래종결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 30일 내에 행사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풋옵션에 대해 주주 간 협약에 따라 다른 매수인들과 연대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기재했다. 정 회장의 추가 출자가 선택이 아니라 5년 전 계약에서 이미 예정된 의무라는 의미다.
현대글로비스가 이 연대책임을 내재파생상품 부채로 잡아 놓은 금액은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말 모두 114억5,337만 원이다. 반면 업계에서 거론되는 실제 인수 부담은 현대글로비스만 4,000만 달러 안팎으로, 장부에 달린 부채의 다섯 배를 넘는다.
그룹은 이미 지분 전량 확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전인 지난해 8월 6일,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주주의 풋옵션 행사기간이 끝난 뒤 30일 내에 쓸 수 있는 보통주 매수청구권(콜옵션)을 설정했다.
2021년 인수 계약 당시 설정된 5년 시한(2026년 6월 21일)이 지나도록 기업공개(IPO)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6일 기존 주주들이 계약에 따라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인수 대금은 3억2,5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잔여 지분 9.65%를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인수할 경우 정 회장의 추가 부담금은 약 8,000만 달러, 우리 돈 1,200억 원가량이 된다. 이 경우 정 회장 지분율은 25% 안팎으로 올라가고 누적 투자액은 8,200억 원대에 달하게 된다.
■ 시민단체·투자자 반발…’회사기회 유용’ 상법 위반 여부 쟁점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기관투자자 단체는 법적·제도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29일 논평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로보틱스 분야의 전략적 자산인 만큼, 해당 지분은 계열사가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총수가 상당한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할 경우 투자 성과와 경제적 이익의 일부가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될 수 있어 일반 주주의 이익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 시장과 주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지난달 21일 현대차 이사회에 제언을 전달하고 잔여 지분을 현대차가 지배하는 HMG글로벌이 전량 취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정 회장이 일부라도 추가 인수하면 개정 상법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법적 쟁점은 상법 제397조의2(회사기회 유용 금지) 위반 여부다.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이자 기아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로봇 사업 지분 취득 기회가 회사에 귀속되는 사업기회였는지와 이사회의 적절한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가 향후 거래의 정당성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각 주주사가 지분 인수 의무 발생과 관련해 내부 절차에 따라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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