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완결형 AI 커머스’를 공언했던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오픈AI와의 협력 발표 불과 열흘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더 큰 문제는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대응이다.
1일 제보팀장과 업계 관계자, 삭제된 기사들을 확인한 결과 신세계 측 요청으로 관련 비판 기사가 삭제·수정된 정황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의사결정 수준과 폐쇄적 언론 대응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신세계와 AI 동맹을 지적하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진입하면, ▲’존재하지 않는 링크’ 문구가 노출되거나, ▲ 네이버 뉴스탭 제목에서 기존 ‘정용진 회장’ 키워드만 사라진 관련 기사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10일 만에 무산되어 정정 요청으로 언론사에서 난감해하며 삭제했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6일 챗GPT를 활용해 이마트 상품 검색부터 결제·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차세대 AI 커머스’ 청사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MOU 체결식에서 “2027년 상용화” 목표를 내세우며 국내 유통사 최초라는 타이틀을 강조했다.
그러나 4월 17일, 신세계는 “리플렉션AI와의 협업 확장 및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을 공식 이유로 오픈AI와의 협력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범용 AI 커머스 모델의 실효성 문제와 사업 중복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단 사유보다 더 큰 논란은 그 이후 불거졌다. 실패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자 신세계 측이 주요 매체에 정정·삭제를 요청하며 사실상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세계그룹 자체 뉴스룸에서도 오픈AI 관련 기사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정용진 회장의 체면 관리에 급급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로 지적된다. 오픈AI와 리플렉션AI라는 두 파트너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충분한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국내 최초’, ‘AI 퍼스트’라는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해 실무 검토보다 대대적 홍보가 앞선 ‘보여주기식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이다. 주주와 소비자에게 제시한 장밋빛 미래를 열흘 만에 뒤집은 행보는 그룹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는 이를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리플렉션AI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한 곳으로, 알파고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물들이 포함돼 있으며, 신세계그룹이 이미 3월부터 협력해온 파트너사였다. IT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AI 빅네임을 활용해 혁신 이미지를 구축하려다 준비 부족이 드러나자 급히 방향을 튼 전형적인 전시성 프로젝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진짜 AI 전환(AX)은 외부 챗봇 도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흩어진 내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재고·물류·가격 결정 등 유통의 고질적 비효율을 개선하는 고통스러운 실행이 수반돼야 한다. 신세계 컨트롤타워는 이번 사태를 직시하고, ‘진짜 AI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일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지, 신세계 혁신의 민낯으로 기록될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