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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외교부가 포스코에 10억 헤알(약 2,600억원) 채무를 추궁하는 Poder360 보도 화면 캡처. CSP 제철소 공사 관련 현지 채권자 피해가 핵심 쟁점이다. (출처: Poder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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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억 포기했는데 2600억 청구서 왔다”…포스코이앤씨, 브라질발 ‘법인격 부인’ 폭탄

브라질 외교부가 포스코에 10억 헤알(약 2,600억원) 채무를 추궁하는 Poder360 보도 화면 캡처. CSP 제철소 공사 관련 현지 채권자 피해가 핵심 쟁점이다. (출처: Poder360)
브라질 외교부가 포스코에 10억 헤알(약 2,600억원) 채무를 추궁하는 Poder360 보도 화면 캡처. CSP 제철소 공사 관련 현지 채권자 피해가 핵심 쟁점이다. (출처: Poder360)

대여금 53억원 파산 전부터 전액 손실 처리…법원은 “본사가 브라질법인 채무 갚아라”

포스코이앤씨가 파산한 브라질 현지법인에 빌려준 돈 53억원을 이미 전액 손실로 처리하며 발을 뺐지만, 브라질 법원이 본사 책임을 인정하는 ‘법인격 부인’ 결정을 내리면서 최대 2600억원에 이르는 현지 채무를 대신 떠안을 위기에 놓였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 채무를 받아내기 위해 주한 브라질대사관을 통해 포스코이앤씨 본사에 직접 접촉해 협상 재개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라질 세아라주에서 건설업을 하던 현지법인 ‘POSCO ENGENHARIA E CONSTRUCAO DO BRASIL LTDA.’는 브라질 발레·동국제강·포스코가 함께 만든 CSP 제철소 건설을 마친 뒤 지난해 10월1일 파산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다.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POSCO ENGENHARIA E CONSTRUCAO DO BRASIL LTDA.)이 '파산'을 사유로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되었음을 명시한 사업보고서 내 '연결대상 종속기업의 변동내역' 표. (출처: 포스코이앤씨 2025년 사업보고서)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POSCO ENGENHARIA E CONSTRUCAO DO BRASIL LTDA.)이 ‘파산’을 사유로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되었음을 명시한 사업보고서 내 ‘연결대상 종속기업의 변동내역’ 표. (출처: 포스코이앤씨 2025년 사업보고서)

■ 대여금 53억원 파산 전부터 전액 손실 처리…법원은 “본사가 브라질법인 채무 갚아라”

포스코이앤씨가 이 브라질법인에 빌려준 돈은 2022년 말 25억원에서 2023년 말 41억원, 2024년 말 54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그런데 회사는 이 돈이 늘어날 때마다 매번 같은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돈을 빌려주면서 동시에 “못 받을 돈”으로 처리해온 셈이다. 법인이 파산한 지난해 결산에서는 이 대여금과 충당금이 한꺼번에 장부에서 빠지며 잔액이 0원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브라질 법조매체 콘주르(ConJur)는 이 법인이 파산 신청 때 법원에 신고한 채무가 6억4400만 헤알(약 1700억원)이라고 보도했고, 실제로는 신고되지 않은 채무까지 합쳐 10억 헤알(약 26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경제매체 포더360도 지난 6일 총 채무가 10억 헤알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포스코이앤씨가 회계상 이미 손실 처리한 53억원과는 완전히 별개로, 브라질법인이 현지 협력업체·근로자·세무당국 등에 갚아야 할 빚이다.

그런데 브라질 법원이 이 빚까지 한국 본사가 갚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포더360에 따르면 브라질 포르탈레자 세아라주 제3상사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한국 본사가 브라질법인의 은행계좌를 직접 통제하고 지급을 승인했으며 파산 신청까지 주도했다며, 본사와 최상위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에까지 채무 책임을 넓혔다. 법인격을 부인한 것이다. 원래 자회사가 파산해도 모회사는 투자한 돈까지만 책임지면 되는 게 원칙인데, 법원이 이 원칙을 깨고 “본사와 자회사가 사실상 한 몸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 결정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어서 항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1년 전 지주사 공시엔 소송 53건·430억원 있었는데, 파산 뒤엔 통째로 사라져

포스코홀딩스 연결 공시의 '우발부채' 항목에 브라질 법인(POSCO ENGINEERING & CONSTRUCTION DO BRAZIL LTDA.) 관련 소송 53건, 소송가액 약 430억 원(43,024백만 원)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던 내역. (출처: 포스코홀딩스 2024년 사업보고서)
포스코홀딩스 연결 공시의 ‘우발부채’ 항목에 브라질 법인(POSCO ENGINEERING & CONSTRUCTION DO BRAZIL LTDA.) 관련 소송 53건, 소송가액 약 430억 원(43,024백만 원)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던 내역. (출처: 포스코홀딩스 2024년 사업보고서)

이번 사태를 예고하는 신호는 이미 1년 전 공시에 있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3월12일 낸 2024년 사업보고서 우발부채 목록에는 이 브라질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53건, 소송가액 180,818천 BRL(약 430억원, “공사대금 청구 소송 등”)로 구체적으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 항목은 브라질법인이 파산한 뒤 나온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는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홀딩스 어느 쪽 공시에서도 사라졌다. 지난 3월18일 낸 포스코이앤씨 2025년 사업보고서의 소송 목록에는 국내외 다른 소송들만 담겼을 뿐 브라질법인 얘기는 없다. 그런데 브라질 법원의 법인격 부인 결정은 콘주르 보도 기준 지난 1월24일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사업보고서를 내기 두 달 전에 이미 알 수 있었던 위험이 정작 공시에는 담기지 않은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6조6995억원에 영업손실 4902억원, 순손실 4959억원을 냈다. 부채비율은 175.5%다. 국내에서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발 우발채무까지 떠안게 되면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브라질 법원 결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현지 채권자들과 협상할 계획이 있는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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