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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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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업체에 5,600억 쏟아부어… 국세청,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특별 세무조사 논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프리미엄’ 확립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고 자본시장 불공정 근절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국세청이 고려아연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이끄는 주체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인 데다, 국세청이 터널링·주가조작 업체 31곳 전면 조사를 공식 발표한 바로 그날 투입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6일 오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 투입해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하는 조사4국은 통상적인 정기 조사가 아닌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횡령 등 특정 혐의를 포착했을 때 투입돼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부서다.

■ “우연인가 타깃인가”… 국세청 ‘터널링 조사’ 발표날 고려아연 덮친 조사4국

국세청이 조사4국을 투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최윤범 회장의 터널링 혐의를 이미 포착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은 무조건 비정기세무조사만 전담한다”면서 “수사당국·금융당국이 이미 조사 진행 중인 사안일지라도 세무·회계적 연관성이 있을 시에는 모두 조사 대상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즉, 조사4국 투입은 ‘특정 혐의 사전 인지’가 아니라 ‘조사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업계와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탈세나 자금 유출 혐의에 충분한 정황이 모이지 않으면 조사4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례에 따른 해석이다.

중요한 시점과의 겹침도 눈길을 끈다.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시장 신뢰를 훼손한 주가조작·터널링·불법 리딩방을 정조준하며 31개 업체에 대한 2차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주가조작 및 회계사기 11개, 사주일가의 자산·이익 편취(터널링) 15개, 불법 리딩방 5개 등이며 탈세 혐의 금액은 2조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발표와 같은 날 고려아연 본사에 조사4국이 들이닥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가 국세청의 핵심 조사 대상으로 지목하는 첫 번째 의혹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고려아연이 90% 이상 출자한 펀드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 저스티스 제1호, 탠저린 제1호,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 등 5개로,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일 출자자(LP)로 참여한 셈이다. 원아시아 8개 펀드 총 약정액 6,938억 원 중 87%에 달하는 6,041억 원이 고려아연에서 흘러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출자자가 바로 고려아연으로, 고려아연은 SM엔터 지분 인수에 활용된 원아시아 펀드 ‘하바나 제1호’의 자금 중 90% 이상을 댔다. 이 하바나 제1호는 SM엔터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법원은 해당 펀드를 운용하며 자금을 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국세청이 이번 터널링 조사에서 명시한 사례 중 하나가 ‘투자 경험이 없는 지인 펀드를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우회 지원한 경우’로, 시장에서는 이 기술이 고려아연-원아시아파트너스 구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 핵심 의혹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를 약 4200억 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11월 잔여 지분을 추가 취득해 총 인수 대금은 약 5600억 원에 달한다. 이그니오홀딩스는 2021년 설립된 기업으로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최 회장 측이 거액의 영업권을 인정하며 인수한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의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그니오 투자에 깊게 관여한 페달포인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함 모 씨를 비롯한 현지 핵심 인력들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이 증언 요청을 인용한 바 있다. 인수 구조와 자금 흐름에 대한 법적 검증이 미국에서도 진행 중인 것이다.

아직 착공 전인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선지급한 경위도 국세청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법원 “현대차 신주발행 무효”… 최윤범 회장 ‘우군’ 잃고 5,000억 반환 위기

국세청 조사와 별개로 고려아연은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동시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6,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때 반영하지 않은 것을 ‘고의적 손실 누락’으로 보고, 감리위에서 최고 수준의 징계안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구도에 직격탄이 날아온 상태다. 고려아연 사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번호 2024가합52067)은 2025년 6월 27일 다음과 같이 선고했다.

“피고(고려아연)가 2023년 9월 13일에 한 액면금 5,000원의 보통주식 1,045,430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

이 판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풀어보면 이렇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공세에 맞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 9월 13일 현대차그룹(HMG Global)에 보통주 1,045,430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 504,333원에 5.0%의 증자비율로 이뤄진 이 거래의 총 발행금액은 5,272억 원이다.

상법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만 허용된다. 법원이 이를 무효로 판단했다는 것은, 해당 증자가 순수한 경영 목적이 아닌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져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무효’의 법적 효과는 단순한 취소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 법률행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현대차가 취득한 고려아연 보통주 1,045,430주(지분 약 5%)는 소멸하고, 고려아연은 현대차에 투자금 5,272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최 회장이 현대차·LG·한화 등 대기업과의 ‘혈맹’으로 구축한 우호지분 블록 중 가장 큰 축이 사법부에 의해 정면으로 부정된 것이다.

당초 영풍이 제기했던 이 소송은 현재 영풍의 종속회사인 유한회사 와이피씨가 승계해 끝까지 다투고 있다. 고려아연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사건번호 2025나208594)에서 2심이 진행 중이나, 1심 무효 선고 자체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발행은 정당했다”는 최 회장 측 논리에 깊은 균열을 낸 상태다.

영풍 측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청구 금액도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원고 영풍은 피고 최윤범 외 9명(이사 10인)을 상대로 약 8,369억 원 및 지연이자를 연대 지급하라는 청구취지를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언론에 보도됐던 4,005억 원은 소송 초기 청구액으로, 이후 청구취지 변경으로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손실 및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로 인한 회사 손해 보전이 소송의 핵심 취지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통상적인 정기 조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조사로,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로 사료된다”며 “2024년 모범납세자에 선정된 기업인 만큼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전 세무조사가 2021년에 이뤄졌고, 형식상 조사 주기만 놓고 보면 5년이 경과한 시점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조사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국세청 공식 창구는 “개별 세무조사와 관련된 사항은 일절 공개할 수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조사4국의 역할과 관련해 “조사4국은 원칙적으로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며, 수사당국이나 금융당국이 이미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라도 세무·회계적 연관성이 확인되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을 감내한 펀드 투자가 경영진의 사적 목적이었는지, 해외 기업에 대한 고가 인수가 순수한 경영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목적을 가진 자금 유출 행위였는지를 중심으로 소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는 5월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사가 해외 투자 과정에서 제기된 역외탈세와 국부 유출, 경영진의 사적 자금 유용 의혹 등을 규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해외 투자라는 명목 아래 이뤄진 일부 자금 흐름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윤범 회장은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라는 프레임 뒤에 숨지 마라”며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모든 관계자들을 즉각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4월 27일에는 고려아연 소액주주연합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시·견제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문제 삼아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금융위원회에도 진정서를 동시에 냈다. 소액주주 측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과 공시 적정성, 투자자 보호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며 전방위적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현 단계는 고발 접수에 그치는 것으로, 수사 착수와 기소 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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