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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익숙함과의 결별’ 선언했지만…롯데 3년 적자의 무게는 여전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화학 3년 누적 적자 약 2조 원·유통 부문별 부진 속 CEO 전면 교체

“시장은 ‘선언’보다 ‘숫자’를 기다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익숙함과의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경영 방침을 수익성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고, 부회장단 전원을 포함한 CEO 20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산업계의 시선은 신 회장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이 실적으로 이어지는지를 냉정하게 주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80여 명의 계열사 경영진을 모아 ‘2026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주재했다. 신 회장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경영 잣대도 제시했다. 신 회장은 투자자본수익률(ROIC)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미 투자가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지속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하며 세부사항을 조정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사업군별로는 식품은 핵심 브랜드 가치 제고, 유통은 상권 맞춤별 점포 전략을 통한 고객 만족 극대화, 화학은 정부 정책에 맞춘 신속한 구조조정 및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이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신 회장은 그룹의 성장세 둔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올해 역시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 선언의 배경, ‘약 2조 원 적자’와 구조적 부진

신 회장이 이처럼 강도 높은 자기부정의 언어를 꺼낸 데는 냉혹한 숫자들이 있다.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은 2022년 7,584억 원, 2023년 3,332억 원, 2024년 8,9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3년 누적 손실만 약 1조 9,864억 원, 즉 2조 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회복 지연이 주된 원인으로, 2025년에도 3분기 누적 기준 적자가 지속됐다.

유통 부문도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 5,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는 백화점 외국인 매출 호조와 베트남 해외 사업이 이끈 결과다. 국내 마트는 온라인 경쟁 심화 속에 영업적자로 전환됐고, 온라인 사업인 롯데온 역시 적자를 지속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계열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내외 설비투자 확대와 신사업 관련 지분투자 등으로 자금 부담이 확대되는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말에 앞서 조직 수술을 먼저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신 회장은 전체 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의 CEO를 교체했으며,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의 헤드쿼터(HQ) 체제를 폐지하고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으며,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신성장 사업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 시장의 시선 “방향은 맞다, 문제는 실행”

재계 안팎에선 신 회장의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문제는 속도와 일관성이다. 신 회장이 VCM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주문하는 내용은 해마다 비슷했다. 변화해야 하고, 혁신해야 하며,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전체 임원 규모를 13% 줄이고 CEO 21명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 사실상 2년 연속 대규모 수혈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는 그 간극을 드러낸다. 롯데지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배 수준으로 극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롯데케미칼의 업황 회복과 그룹의 밸류업 정책이 주가 반등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긍정적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GRS 등 주요 식품 계열사들은 핵심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며 효율과 경쟁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비핵심 자산 정리와 스페셜티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재무건전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수익성 경영 전환 선언은 외형 확장 시대의 종식을 최고 결정권자가 공식 인정한 것으로, 방향 자체는 맞다”면서도 “롯데의 위기는 화학 글로벌 공급과잉, 온라인 소비 전환, 건설 PF 리스크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된 것인 만큼 인적 쇄신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재편이 수반돼야 신 회장의 리더십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익숙함과의 결별’이 구호에 그칠지, 아니면 실적이라는 언어로 증명될지, 올 하반기 계열사들의 분기 실적이 그 첫 번째 답안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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