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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임직원들이 2022년 2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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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4년, 처벌은 대표이사만…’무풍지대’ 남은 SPC 허영인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임직원들이 2022년 2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임직원들이 2022년 2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검찰, 평택 SPL 사망사고 前계열사 대표엔 1·2심 결심서 모두 징역 3년 구형

허영인 회장엔 “경영책임자 아니다” 혐의없음 논란 지속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5년 7월, 경기 시흥 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았다. 한 달 전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숨진 현장이었다. 그는 경영진 앞에서 “월급 300만원 받는 노동자의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질책하고 안전 대책을 주문했다.

6개월 뒤인 2026년 2월 3일, 대통령이 발을 디뎠던 바로 그 공장의 3층 식빵 생산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근로자 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4월 10일, 이번엔 같은 공장 생산설비에서 컨베이어 센서 교체 작업 중이던 20대와 30대 노동자 2명의 손가락이 기계에 절단됐다.

이 대통령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삼립 시화공장 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며 “주관적 의도에 관한 부분까지 잘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1년 안에 사망 1건, 화재 1건, 절단 사고 1건. 모두 같은 공장, 같은 회사다.

“사명만 바꿨지, 공장은 그대로”

SPC그룹은 올해 초 사명 변경과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핵심 생산거점인 시화공장에서 인명 사고가 이어지며 리더십 신뢰와 현장 통제력에 균열이 드러났다.

2026년 1월 13일, SPC그룹은 지주사 ‘상미당홀딩스'(SMDH)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상미당홀딩스는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 수립, 준법, 안전, 혁신 등 ‘관리와 지원’에 집중하며, 특히 최근 몇 년간 겪은 안전 사고와 사법 리스크 등을 의식해 준법·안전 경영 기능을 홀딩스로 일원화하여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사명으로 선택된 ‘상미당(賞美堂)’이 최근 몇 년간 그룹을 괴롭혀온 중대재해·노동 이슈 등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는 시각이 나왔다.

반복되는 산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책임자인 오너는 법망 밖에 있다.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2022년 SPL 평택 공장 사망사고다.

유족은 허영인 SPC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2023년 8월 허 회장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SPL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은 매주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품질안전회의, 주간회의, 월간회의에서 보고되고 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이 회의에는 허 회장이나 SPC 그룹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SPC 그룹 회장으로서 계열사인 SPL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는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처벌은 SPL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집중됐다.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전 SPL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검찰은 지난 4월 1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1심과 동일하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며, 항소심 선고는 5월 15일 예정돼 있다.

유족의 문제의식은 검찰 판단과 달랐다.

검찰이 ‘회의 참석 여부’와 ‘형식적 권한 구조’를 기준으로 책임 주체를 한정했다면, 유족은 기업 운영의 실질에 주목했다.

유족 측은 “SPL은 영업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독립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 SPC그룹의 의사에 따라 파리크라상에 제품을 저가로 공급하며 그룹 전체의 이익 구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며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주체는 SPC그룹”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의도한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SPC 사례는 이 법이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실질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법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규정한다. 법문상으로는 등기 여부와 무관하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오너의 안전보건 업무 개입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책임이 계열사 대표이사 선에서 머무는 경향이 반복됐다.

SPC만의 문제가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이파크 붕괴, GS건설의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 DL이앤씨 여천공장 사망사고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 사고는 났지만 책임의 범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SPC그룹은 2025년 12월 충청북도 음성군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최첨단 스마트 신공장 건립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도입해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혁신적 생산시설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으로, 2026년 착공·2028년 준공 예정이다.

2028년 완공 예정인 음성 스마트 신공장이 열리기까지, 현재 시화공장은 계속 가동된다. 그리고 그 공장에서 오늘도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면, 그 효과는 현장에서 입증돼야 한다.

지주사 전환, ‘승계 포석’이라는 시각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에서는 비켜선 허영인 회장을 둘러싸고, SPC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전·준법 차원을 넘어 ‘승계 포석’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행 구조에서 허 회장이 보유한 파리크라상 지분 63.31%를 두 아들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증여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반면 지주사 체제에서는 상미당홀딩스를 중심으로 유상증자, 현물출자, 지분 교환(스왑) 등 지주사 특유의 재무 기법을 활용할 수 있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미당홀딩스의 대표이사는 도세호 파리크라상 대표가 겸직하고 있으며, 지분은 허영인 회장(63.31%), 장남 허진수 부회장(20.33%), 차남 허희수 사장(12.82%), 배우자 이미향 씨(3.54%) 등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한 오너 일가 사유 지주사 구조다.

허 회장은 현재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노조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돼 보석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또 다른 사법 리스크의 그늘 아래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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