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영업적자의 늪에 빠진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지난해 상반기만 92억 원의 천문학적인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에도 재무 건전성 회복 대신 총수의 경영권 수성을 위한 ‘방패막이’로 자금을 전용한다는 비판 속에 사내이사 4연임까지 강행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사업 구조상 자체 사업보다는 계열사에서 거둬들이는 수익 비중이 높다.
회사는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투자 지주회사로, 상표권 사용료와 배당금, IT 사용료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지난해 한진칼은 상표권 사용료 412억 원, 배당금 수익 879억 원 등을 벌었으며, 이 가운데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브랜드 사용료는 389억 원에 달한다.
■ 적자 늪에도 고액 보수 고수…책임 경영 대신 ‘3년 임기’ 연장에 총력
하지만 지주회사로서 계열사 수익을 흡수하고 있음에도 경영 효율은 악화됐다.
한진칼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75억 원으로, 전년(492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1,603억 원에 그치며 전년(5,122억 원)보다 약 68.7%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원태 회장의 보수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 회장이 지난해 상반기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령한 보수는 한진칼(43억 원), 대한항공(38억 원), 진에어(11억 원) 등 총 92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 수령한 전체 보수 103억 원의 약 89.3%에 해당한다. 특히 지주사인 한진칼에서의 보수는 2021년 17억 원에서 지난해 43억 원으로 3년 만에 2.5배 가량 급증했다.
회사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비상 경영 상황임에도 고액 보수를 수령한 조 회장은,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사내이사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한진칼 제13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제4호 의안으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해당 안건이 가결될 경우 조 회장은 향후 3년의 임기를 추가로 확보하며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제6호 의안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상정될 예정이어서, 경영 실적 악화 속에서도 경영진 보수 문제를 둘러싼 주주 간 의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 호반건설과 지분 격차 1.56%p…우호 세력 이탈 대비한 ‘실탄 확보’ 분석

현재 한진칼의 지배구조는 조 회장(5.78%)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20.02% 수준으로, 2대 주주인 호반건설(18.46%) 간의 격차가 1.56%포인트에 불과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호반그룹은 이미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려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조 회장의 ‘실탄 확보’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호반건설은 2022년 한진칼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며 조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실탄도 넉넉하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LS 지분을 매각해 약 20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말 열리는 정기주총이 올해 경영권 경쟁의 첫 관문으로 주목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보수 확대를 우호 세력인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출회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현재 델타항공(14.90%)과 한국산업은행(10.58%) 등 조 회장 우호 지분은 45.50% 수준이며, 여기에 이른바 ‘한진칼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지분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코어그로쓰(지분 4.9%)’에 SK에너지(840억 원), 현대차(600억 원), 기아(400억 원) 등이 참여 중이며, 유진자산운용의 ‘유진 그로쓰(지분 4.1%)’에는 이마트(1,000억 원), HD현대오일뱅크(500억 원)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펀드의 성격이다. 대신 코어그로쓰는 만기 없는 개방형 펀드로 차익 실현 우려가 적지만, 유진 그로쓰는 지난해 12월 만기 연장이 결정됐음에도 재무적 투자 목적인 만큼 언제든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시장에 풀릴 이들 지분을 직접 사들여 지배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며, 조 회장이 이를 위해 보수를 대폭 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보수는 회사 규모 확대에 따라 증가한 것”이라며 “경영권과 연결해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조 회장의 지분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