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메가 캐리어’ 탄생이라는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와 항공 안전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의 조건부 승인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짜인 운항 스케줄이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90% 공급 유지’ 조건의 역설… “휴가도 없이 비행하다 쓰러지는 현장”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 소속 7개 노동조합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과정에서 노출된 심각한 안전 위협 실태를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조건으로 ‘2019년 대비 90% 이상의 좌석 공급량 유지’를 내걸면서, 항공사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무리한 운항 편수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시기보다 20% 줄어든 인원으로 과거의 90% 운항률을 감당하라는 것은 인재(人災)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실제로 일부 객실 승무원들은 법정 휴가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비행에 투입되고 있으며, 과로로 인해 비행 중 실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조종사들 역시 야간 비행 급증에 따른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공정위의 기계적인 수치 맞추기가 항공 안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화물 매각 과정의 ‘강제 전적’과 정비 부실… “정부는 감독 책임 방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과정에서의 노동권 침해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는 화물 부서 직원 800여 명이 본인 동의 없이 신설 법인인 에어제타(구 에어인천)로 강제 전적됐으며, 이 과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합병 과도기 속에서 정비 부품 수급 혼선과 인력 유출로 인해 기체 안전 점검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경고했다.
최도성 아시아나조종사노조 위원장과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특정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합병 성사에만 급급해 사후 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좌석 수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승무원을 감축하는 행태가 비상시 ‘90초 내 탈출’이라는 골든타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연대협의회는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실에 서한을 전달하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 ▲조종사·승무원 피로 관리 제도 도입 ▲합병 과정의 노동기본권 침해 조사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노동자의 희생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급량 유지 조건 이행 과정에서 항공사들이 법정 비행시간 및 휴식 시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지 상시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