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학교 급식실에서 수십 년간 조리 업무를 수행하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가 전국 최초로 순직을 인정받았다.
이번 결정은 급식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의 위험성을 국가가 공식 확인한 것을 넘어, 교육공무직의 노동이 공공성을 지닌 ‘공무 수행’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 8개월 만의 결실… “급식 노동의 공공적 가치 확인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강경숙 국회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故 이영미 조합원의 순직 인정 사실을 공개했다. 고인은 2000년대 초부터 급식실에서 근무하다 2022년 폐암 산재를 승인받았으며,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사망했다. 유가족과 노조는 단순 산재에 그치지 않고 순직 인정을 신청한 지 8개월 만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그간 교육공무직은 학교 운영의 필수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상의 한계로 인해 ‘순직’ 논의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급식실이 고도의 산업적 위험이 상존하는 현장임을 명시하고, 이곳에서의 노동이 국민(학생)의 건강권과 직결된 공적 영역임을 국가가 손을 들어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현재까지 폐암 산재로 숨진 또 다른 13명의 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이끌어낼 법적·사회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예산 삭감에 멈춘 ‘환기 시설 개선’…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우선”
노동계는 이번 순직 인정을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대책이 여전히 사후 처리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정인용 교육공무직본부장은 “교육부가 5개년 개선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세수 결손에 따른 교육교부금 감소로 환기 시설 개선 예산이 삭감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급식실 현장은 폐암 위험 외에도 심각한 인력난과 근골격계 질환, 화상 등 복합적인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정승희 충북지부 급식조리분과장은 “폐암뿐 아니라 매년 증가하는 낙상과 절상 등 현장의 안전 공백을 메울 실질적인 결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고인의 아들이 보낸 대독 메시지가 참석자들의 울림을 더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이 개인의 불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반드시 제도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절규했다.
이번 순직 인정은 단순히 한 명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넘어, 학교 급식 체계 전반의 안전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경고다. 정부와 교육 당국이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죽음의 급식실’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인력 확충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과 협력하여 환기 설비 교체 및 인력 충원 등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해 가용한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