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엔 한 주도 못 주고 보상은 ‘검토’
증권 3000억 자사주에 캐피탈은 500억 ‘지배력 확대’ 매수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 사태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그룹이 사태 와중에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쌍끌이’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7일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닷새 앞선 12일 미래에셋증권 주식 50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청약자에 대한 보상은 달러 환전 수수료와 청약 대기이자를 메워주는 수준에서 논의되는 반면, 같은 시기 그룹은 회삿돈 수천억원을 자기 주식을 사 모으는 데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두 거래 모두 결과적으로 그룹 총수인 박현주 회장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져 책임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스페이스X 상장 과정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국내 기관·전문투자자로부터 5억달러(약 7천억원) 규모의 청약을 받았으나,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국내 투자자에게 돌아갈 공모주를 단 한 주도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현장점검에 착수한 뒤 이를 무기한 검사로 전환하고,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대외 발언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 “주주가치 제고”라더니…최대주주는 대놓고 ‘지배력 확대’ 매수
미래에셋증권은 17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2천억원(389만여주)과 우선주 1천억원 등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취득 목적은 “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공시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미래에셋증권 보통주 91만주 내외(500억원 내외)를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장내 매수하기로 결의하면서, 그 목적을 ‘주주가치’가 아니라 곧이곧대로 “지배력 확대”라고 적었다.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최대주주가 직접 장내에서 주식을 더 사들이니, 같은 시기 두 갈래로 오너 측 지분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지배력 확대’라는 실제 목적이 한 그룹의 공시에 나란히 적힌 셈이다.
지배 사슬의 정점에는 박 회장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33.23%(특수관계인 포함, 지난해 12월 기준)를 보유한 미래에셋캐피탈이며, 그 미래에셋캐피탈의 최대주주가 바로 박 회장(34.32%·871만여주)이다. 박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이미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주식만 보통주 기준 21.5%(약 1억2천만주)를 쌓아두고 있고, 자기주식을 포함한 계열 우호지분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의 55%가량에 이른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증권에 누적 출자한 금액은 약 1조5천805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은 비상근·미등기 임원이지만 책무구조도상 그룹의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맡아 해외 사업의 중장기 방향 수립과 사업 기회 발굴에 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해 두는 제도로, 박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미래에셋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도 지정돼 있다. 그는 지난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배정받을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이 상당 규모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대를 키웠으나, 실제 배정은 ‘0주’로 끝나 총수의 공언이 투자자를 오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무배당 캐피탈의 ‘우회 환원’…임원은 고점 매도, 회삿돈은 美펀드로
회사의 곳간은 두둑하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3천7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7% 급증했고, 순이익도 1조원을 넘겼다. 미래에셋캐피탈도 지난해 연결 순이익 1조7천805억원을 거뒀다.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도 그룹의 돈은 청약 피해자 보상보다 자사주·지분 매집으로 먼저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수익 983억원을 거뒀지만, 정작 자사 주주에게는 2023년 이후 3년 연속 현금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자회사 이익으로 끌어모은 현금을 주주에게 푸는 대신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더 사 모으는 데 쓴 셈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보수도 받지 않는 비상근·미등기 임원으로, 배당이나 보수가 아니라 지분과 지배력의 형태로 그룹의 과실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비등기 임원들은 사태 직전 보유 주식을 잇따라 처분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 비등기 상무는 지난달 8일 보유 주식 5천761주 전량을 주당 7만4천~7만6천원대에 팔았고, 또 다른 상무도 같은 날 3천886주 전량을 7만5천원대에 매도했다. 임원들이 7만원대 고점에서 빠져나온 뒤 주가는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임원 개인의 매도는 적법하게 신고된 거래지만, 시점이 공교롭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그룹은 자기 돈으로는 미국 혁신기업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미국 혁신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계열 사모펀드에 1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 출자를 의결했고, 미래에셋캐피탈도 같은 펀드에 2천만달러(약 297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고객에게 돌아갈 스페이스X 물량은 ‘0주’였던 반면, 회사 자체 투자로는 미국 성장기업 펀드에 수천억원을 베팅한 셈이어서 투자자들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각자 대표이사인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명의로 청약에 참여한 전문투자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이르면 다음 주 환전 수수료·경과이자 보전 등을 담은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책임의 정점으로 지목된 박 회장은 사태 이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청약 모집과 내부통제 전반으로 검사를 확대한 가운데, ‘0주 사태’의 책임이 어디까지 향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