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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 서정학 대표이사. (출처=IBK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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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직전까지 “두 배 간다”…서정학의 IBK투자증권, ‘3년 적자’ 콘텐트리중앙에 매수·목표가 13,000원

IBK투자증권 서정학 대표이사. (출처=IB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서정학 대표이사. (출처=IBK투자증권)

정부(기재부)→기업은행→IBK투자증권 87.78% 국책 지배구조

리포트가 콕 집은 부채비율 318%·순손실 지속에도 목표가 고수, 매도 의견은 최근 1년 ‘제로’

모기업 JTBC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휩쓸려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주식 거래까지 정지된 중앙그룹 콘텐트리중앙[036420]에 대해, 서정학 사장이 이끄는 국책 금융그룹 계열 IBK투자증권이 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매수’ 의견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증권사는 콘텐트리중앙이 향후 3년간 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스스로 전망하면서도, 직전 거래일 주가의 두 배가 넘는 목표주가 1만3천원을 제시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각 사 공시를 종합하면, IBK투자증권 지분 87.78%는 국책은행인 중소기업은행(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고, 그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주식 총수(우선주 포함)의 59.5%를 쥔 사실상의 국가 소유 은행이다. 정부에서 기업은행을 거쳐 IBK투자증권으로 내려오는 3단 지배구조의 맨 끝에서, 무너지기 직전인 기업에 대한 매수 권유가 나온 셈이다.

■ 적자 본다면서 ‘두 배’…리포트가 자인한 위험신호

IBK투자증권의 지난달 22일자 콘텐트리중앙 보고서를 보면, 이 증권사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3천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직전 거래일(5월 21일) 종가가 5천88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121%의 상승 여력을 제시한 것이다. 이 목표가는 지난해 10월 31일 처음 제시된 뒤 한 차례도 내려가지 않았는데, 그사이 실제 주가는 목표가를 평균 42.85% 밑돌 만큼 벌어졌는데도 그대로였다.

IBK투자증권이 2026년 5월 22일 발간한 ‘콘텐트리중앙’ 회사 업데이트 리포트. 부도 3주 전에도 투자의견 ‘매수(유지)’와 목표주가 1만3천원을 고수했다. (자료: IBK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2026년 5월 22일 발간한 ‘콘텐트리중앙’ 회사 업데이트 리포트. 법정관리 3주 전에도 투자의견 ‘매수(유지)’와 목표주가 1만3천원을 고수했다. (자료: IBK투자증권)

근거는 자회사 SLL의 제작 물량 확대였다. SLL(에스엘엘중앙)은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사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공급하는 콘텐트리중앙의 핵심 제작 자회사다. 보고서는 이 회사의 제작 편수가 늘면서 콘텐트리중앙의 올해 연결 영업이익이 368억원으로 전년보다 220.3% 뛸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는 회사를 사업부문별로 쪼개 가치를 매긴 뒤 이를 모두 더하는 ‘SOTP(부분가치 합산)’ 방식으로 산출했는데, 당장의 손익보다 SLL 등 자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본 결과다.

그러나 매수의 근거로 앞세운 것은 ‘영업이익’일 뿐, 정작 맨 아랫줄인 ‘순이익’은 딴판이었다. 보고서가 추정한 콘텐트리중앙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1천671원을 시작으로 2027년 -799원, 2028년 -565원으로, 영업이익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향후 3년 내리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영업손실 16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며 시장 기대치(19억원)를 밑돌았다. 보고서는 부채비율이 317.8%에 이르는 점도 함께 적으며 “악화된 재무구조는 주가에 부담 요인”이라면서 “향후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적자 지속과 과중한 부채라는 위험을 스스로 짚어 놓고도 결론은 ‘두 배 오를 종목이니 사라’였던 셈이다. 이런 진단이 나온 지 3주 만인 이달 12일 JTBC가 206억원 규모 차입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냈고, 14∼15일 중앙홀딩스와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가 잇따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콘텐트리중앙은 매매거래가 정지돼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묶였다.

이런 매수 일변도는 개별 리포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IBK투자증권 내부 전반의 분석 관행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보고서에 함께 실린 자체 통계를 보면, IBK투자증권이 최근 1년(2025년 4월∼2026년 3월) 제시한 종목 투자의견 150건 가운데 ‘매수’가 139건(92.7%)이었고 ‘매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종목에 매수를 권해온 셈이다.

최재근 J&K법률세무사무소 변호사는 차입금의 만기 구조와 유동성 흐름만 면밀히 짚어봐도 위험 신호를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사안이라며, 매수 일변도였던 분석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길우 법무법인LKS 변호사는 증권사가 기업의 치명적 악재를 알고도 이를 가린 채 매수 리포트를 냈다면 단순한 분석 실패를 넘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이나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 증권사가 위기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해당 보고서에도 “기관투자가 또는 제3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작성자와 그 배우자는 해당 종목과 재산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문구가 적시돼 있다.

■ 정부가 최종 주주인 국책 증권사…’셀프 감독’ 도마

이번 사안의 무게가 남다른 것은 IBK투자증권이 단순한 민간 증권사가 아니라 정부가 사실상 주인인 국책 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에 있다. 정부 출자로 세워진 국책은행의 자회사인 만큼 일반 증권사보다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투자자 보호, 내부통제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독 대상에 정부가 최종 주주인 국책 계열 증권사가 포함되면서, 당국이 이른바 ‘관(官)의 식구’를 얼마나 엄정하게 들여다볼지를 두고 ‘셀프 감독’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의 신뢰를 바닥부터 허무는 행태가 끊이지 않는 한 밸류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풀겠다는 정부의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우량주로 포장해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인 관행을 흐지부지 넘긴다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만 더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리포트는 서정학 사장 체제의 막바지에 나왔다. IBK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최광진 경영총괄 부사장(COO)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고, 최 내정자는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회생 직전 기업에 대한 매수 권유로 불거진 책임 논란을 새 경영진이 그대로 떠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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