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인니 적자에 본사 유동성 투입…글로벌 확장의 기회비용 ‘임계점’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영입된 정형진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사회 의장 겸임)이 취임 2년을 맞은 가운데, 그가 드라이브를 건 해외 신시장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본사가 지난해에만 약 1941억원의 현금을 직접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상 손실을 넘어 본사 유동성이 신시장으로 대거 흘러 들어가면서, ‘영토 확장’의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현대캐피탈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5년도 사업보고서와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현대캐피탈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해외 종속법인 6곳은 올해 1분기 합산 50억84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86억1100만원 손실)보다 적자 폭은 줄었으나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고, 이들 법인의 2025년 연간 합산 순손실은 454억7400만원에 달했다.
■ 호주·인니 적자에 본사 현금 1941억 투입
법인별로는 정 대표 취임 이후 본격 진출한 신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호주법인은 지난해 300억5000만원의 순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56억5800만원의 손실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9월 캡티브(전속) 영업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금융법인도 지난해 102억8400만원, 올해 1분기 14억93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도법인 역시 올해 1분기 8억14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주목할 점은 본사의 현금 투입 규모다. 현금출자 내역을 보면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한 해 동안 호주법인에 1364억4400만원, 인도네시아 금융법인에 480억2700만원, 인도법인에 96억4000만원 등 신시장 3개 법인에만 약 1941억1100만원의 현금을 직접 출자했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거둔 순이익(4206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적자가 이어지는 신시장의 손실을 메우고 영업망과 인프라를 까는 데 본사 유동성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1분기 말 기준 호주법인 투자주식 장부금액은 1522억4800만원, 인도네시아 금융법인은 745억7700만원 규모다. 회사 측은 분기보고서에서 “불확실한 금융환경과 경기침체 가능성에 따른 잠재 신용위험을 고려해 미래 경기전망 정보를 기대신용손실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적자에도 멈추지 않는 확장…영국 적자 전환·과태료까지
신시장이 비용을 치르는 사이에도 외형 확장의 고삐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 정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 이사회는 지난해 9월 신규 시장 법인 다수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위험관리위원회를 통해 ‘북미 지역 신규 진입’과 ‘Antares Senior Loan 블라인드 펀드’ 1000만달러 투자를 승인했다. 적자 늪에서도 새로운 시장과 대체투자로 발을 넓히는 정 대표식 확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숙시장은 대체로 견조하다. 현대캐피탈이 지분 49.99%를 보유한 프랑스 법인은 지난해 368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스페인 산탄데르와 절반씩 합작한 독일 법인(HCBE)도 2024년 263억원대 순손실에서 지난해 680억원대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현대캐피탈이 직접 29.99%(현대차 등 그룹 계열사 합산 49.99%)를 보유하고 산탄데르가 50.01%로 경영권을 쥔 지분법 대상 영국 합작법인(HCUK)은 올해 1분기 217억900만원의 순손실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캐피탈은 2024년 무디스(A3)·피치(A-)·스탠더드앤드푸어스(A-)로부터 잇따라 신용등급을 받아 글로벌 조달 기반을 다진 만큼, 현 단계의 신시장 적자를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초기 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확장의 필수 역량인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에서도 부담이 드러났다. 현대캐피탈은 2024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고객확인의무 위반(특정금융거래정보법 제5조의2)으로 과태료 1억1520만원을 부과받았으며, 자진 납부를 통한 20% 감경을 거쳐 9216만원을 납부했다. 자금세탁방지(AML) 규제가 엄격한 선진 금융시장 공략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컴플라이언스 관리 부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시장 진출 초기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순한 영토 확장을 넘어 실질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