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 실적 악화 속 하자보수 논란… ‘당일처리’ 약속 지켜질까?
부영그룹(회장 이중근)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임대수익은 소폭 늘었지만 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자보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부영주택은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당일처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 약속이 공수표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4월, 경북 포항시 원동지구에 위치한 부영사랑 아파트 입주민이 “내일 입주하는데 깨진 타일을 고쳐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해당 입주민은 부영 본사 지침이 적힌 공지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다고 전했다. 같은 달, 전남 여수시에 거주하는 또 다른 입주민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부영에 연락했더니, 수리 중단 공문이 내려왔다”며 “언제 중단이 풀릴지 모르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것인가”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6월에는 경기 남양주시 월산지구 부영아파트 주민이 “앞 베란다 우수관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니 본사 지침으로 하자보수가 중단되었다”며 “이제부터 하자는 모든 입주민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라는 호소글을 올렸다. 입주민들의 분노는 커졌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됐다.
부영그룹은 7월 쯤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아파트 하자보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당일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하자보수 방식은 입주민이 직접 고객센터에 접수하고 기다려야 했으나, 앞으로는 관리소로 전화 또는 방문해 접수하면 관리소장과 영업소장이 직접 확인하고 즉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터졌다. 부영의 하자보수 시스템 개편 이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월산 사랑으로 부영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하자보수가 중단된 이후 생활이 매우 힘들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는 2015년에 준공되어 내년이면 10년 차 분양전환 대상이 된다. 부영은 2022년 부동산 활황기에 조기분양을 시도했으나, 저렴한 분양가 책정으로 임차인들의 반발을 사며 무산된 바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월산 사랑으로 부영아파트는 준공 10년을 앞두고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주민들은 누수, 곰팡이 등 심각한 하자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영주택은 공용부분은 이미 하자보수를 완료했고, 전유 부분은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임대아파트의 관리실이 존재하더라도 하자보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많은 입주민이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단한 보수는 가끔 이루어지지만, 본사의 승인이 필요한 고비용 보수는 중단된 상태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하자보수가 중단되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나, 부영본사와의 연락은 쉽지 않아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영 측은 하자보수와 관련, 언론에 “지난 4월 업무 개선을 위해 잠시 중단했던 것이고, 현재 재개된 상황이다”라며 “최근 월산 사랑으로 공용 부분은 이미 하자보수가 완료됐고, 전유 부분은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영주택의 영업손실 확대와 임대 아파트 하자보수 문제가 직결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주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주택의 2023년 매출액이 2022년 대비 약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액은 5564억 원에서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4675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분양수익은 4129억 원에서 2882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임대수익은 768억 원에서 822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 매출 감소에 기여하지 못했다. 공사수익도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매출 감소를 상쇄할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영업손실은 1615억 원에서 2461억 원으로 확대되었고, 당기순손실도 1148억 원에서 2518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부영그룹 핵심계열사인 부영주택이 물적분할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경영실적을 낸 것이다.
또한 부영주택의 계류 중인 소송이 늘어나면서 하자보수 문제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영주택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계류 중인 소송 사건이 총 218건이며, 총 소송가액은 4445억6300만 원에 달한다. 부영주택은 이러한 소송에 대비해 충당부채로 2692억5700만 원을 설정했으나, 이는 최선의 추정치일 뿐 실제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 산정과 관련된 소송도 심각하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공시가 의무화된 해당 소송은 결과가 매우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공시되지 않았으며, 이는 부영주택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 부영주택이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했다는 법원 판결로 또다시 기업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 25일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분양 전환 민간임대주택’의 분양가격이 정당한 가격보다 비싸다는 판결이 나와 부영주택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밝혔다.
광주고법 제1민사부는 원고 703명이 부영주택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영주택 측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적격자들에게 분양전환가격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아파트는 2005년 1월에 12개 동, 780세대 규모로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 분양되었으며, 부영주택은 2012년 이 임대주택을 분양 가능 아파트로 전환 신청했다. 그러나 일부 입주자들은 부영주택이 임대주택법에 따라 정해진 기준을 무시하고 높은 가격에 분양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부영주택은 광산구의 결정을 근거로 차액 반환을 거부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입주자 모집 당시의 표준건축비는 8579만 원이지만, 실제 투입된 건축비는 5714만 원”이라며 “감가상각비를 고려할 때 이 아파트의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은 9996만 원”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광산구의 분양전환승인과 관계없이 차액은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며, 부영주택은 일부 원고에게 정당한 분양전환가격과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