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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 사진=SK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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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지분으로 560억 움직인 ‘최신원 범죄 리스크’… SK네트웍스, “미래 위반 가능성” 고백하며 투자 요구

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 사진=SK네트웍스
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 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범죄 당시 단 0.8%의 지분만으로 SKC, SK텔레시스 등 6개 계열사를 무대로 약 560억 원의 횡령·배임을 저질러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최신원 전 회장을 ‘명예회장’ 직함으로 복귀시켰다.

특히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오너의 ‘평판 리스크’와 임원의 ‘법률 위반 가능성’을 핵심 투자 위험으로 명시하면서도, 범죄 전력이 확인된 경영진을 ‘명예로운 경영진’으로 추대한 상태에서 시장에 자금 조달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장남 최성환 사장 체제 이후 실적 악화와 당장 도래한 3,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범죄 리스크’를 감수하며 ‘아버지의 40년 네트워크’를 동원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 영업이익률 1%의 늪… ‘AI 전환’ 성과 없이 자산 매각으로 버틴 3년

15일 금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매출 규모는 최근 3년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7조 4,535억 원이던 연결 매출액은 2025년 6조 7,451억 원으로 줄어들며, 불과 2년 만에 9,122억 원이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축소는 주력 사업이었던 SK렌터카 매각과 가전 사업부 양도 등 잇단 자산 매각으로 기초 체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회사가 ‘주력’으로 내세워 온 글로벌 트레이딩(글로와이드) 부문의 급격한 부진에 있다.

글로와이드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64.4% 급감한 5,763억 원에 그쳤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3%에서 8.9%로 급락했다.

반면 회사가 성장 전략으로 강조해 온 ‘AI 전환’의 성과는 2025년 사업보고서 어디에서도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 100% 자회사인 PhnyX Lab LLC는 매출 3억 원에 그친 반면 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회사는 해당 법인의 ‘해산 가능성’까지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sk네트웍스 최신원 명예회장

더 큰 문제는 수익 구조다.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1.05%, 2024년 1.49%, 2025년 1.28%로 3년 연속 1%대에 머물러 있다. 매출 7조 원 규모의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1,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863억 원 수준에 불과해, 매년 발생하는 막대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다.

■ 3,600억 원 채권 ‘돌려막기’와 범죄 리스크를 가린 ‘축소 공시’

SK네트웍스는 이달 한꺼번에 총 3,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재무적 한계 상황에 놓였다. 1,100억 원 규모의 제182-3회 채권을 포함한 3종의 회사채가 이달 17일부터 연쇄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회사는 이를 막기 위해 제187-1회·187-2회 회사채 발행으로 2,300억 원을 조달하며 ‘돌려막기’에 나섰지만, 부족한 1,300억 원은 영업으로 번 돈이 아닌 보유 현금을 헐어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발행일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4월 16일이다.

겉으로 보면 수요예측은 목표액의 5.5배가 몰린 흥행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다. 2년 만기 187-1회에서 연기금·보험·은행 등 장기 투자 성향의 실수요 기관 참여는 300억 원(13%)에 그쳤다. 사실상 ‘큰손’들은 등을 돌렸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증권사(투자매매중개업자)였다. 이들은 전체 물량의 83%(1,900억 원)를 떠안으며 발행을 성사시켰다. 더구나 ‘기관투자자8’로 분류된 특정 증권사 한 곳이 기준금리 대비 +26bp의 고금리에 1,000억 원을 단독 신청하며 발행 물량의 상당 부분을 떠받친 정황도 포착됐다.

3년물(187-2회) 역시 실수요 기관 참여 비중이 20%에 불과했다. 만기가 짧은 2년물조차 장기 투자자들이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행은 건전한 투자 수요에 기반한 성공이라기보다 특정 기관이 총대를 메고 상환을 도운 ‘인위적 흥행’, 나아가 오너 리스크와 재무 불안을 그대로 노출한 ‘굴욕적 자금 조달’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sk네트웍스 최신원 명예회장이런 가운데 SK네트웍스가 이달 발행한 2,300억 원 규모 회사채 증권신고서에 최신원 명예회장의 횡령·배임 확정 금액을 11억 5,760만 원으로만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대법원이 확정한 6개 계열사 합산 유죄 금액 약 560억 원의 2%, 검찰 기소액 2,235억 원의 0.5%에 불과하다.

검찰은 2021년 SK네트웍스·SKC·SK텔레시스 등 6개 계열사에서 총 2,235억 원의 범죄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약 560억 원을 유죄로 확정했다.

그러나 SK네트웍스의 모든 공시에는 허위 급여와 빌라 사용료 등 자사 직접 피해분 11억 5,760만 원만 반복 기재돼 있다. 그 결과 회사채 증권신고서를 접한 투자자는 사건의 전모를 ‘전직 임원의 11억 원대 일탈’로 인식하게 되며, 수백억 원 규모의 계열사 범죄라는 실체는 사실상 가려진다.

더 주목할 것은 SK네트웍스 증권신고서의 위험 경고 문구다.

“당사 및 계열회사 전직 임원들의 법률위반 혐의가 발생할 경우 당사의 사업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회사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위험의 범위는 ‘계열회사 포함’으로 넓게 잡았다.

최신원 전 회장이 범죄 당시 저지른 행위는 SK네트웍스 한 곳에 국한되지 않았다. SKC, SK텔레시스 등 6개 계열사 전반을 무대로 2,235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제기됐고, 대법원이 유죄로 확정한 금액도 약 560억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는 공시에서 자기 회사 피해액(11억 원)만 적시했다.

위험의 실체를 설명하는 숫자와 위험의 범위를 서술하는 문장이 서로 다른 층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가 이 문구를 읽고 “계열회사까지 포함한 전체 사건의 규모는 얼마인가”를 알려면 SK네트웍스 공시를 벗어나 다른 계열사 공시를 직접 찾아봐야 한다. 증권신고서 안에서는 전체 그림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가 이런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최신원 명예회장을 다시 필요로 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분은 미미하지만, 그가 가진 ‘혈통’과 네트워크 때문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의 현재 보유 지분은 0.05%(10만7,000주)에 불과하며, 장남 최성환 총괄사장의 지분(0.32%)을 합쳐도 일가 지분은 0.37%에 그친다. 여기에 최유진(0.02%), 최현서·최현호(각 0.01%), 박장석(최신원 매제, 0.02%) 등 기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해도 직접 혈통 및 친인척 총 지분은 약 0.43% 수준이다.

여기에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최신원 명예회장의 삼촌)이 설립한 (재)한국고등교육재단이 보유한 0.37%(821,488주)를 포함하면, 최신원 일가와 혈연적으로 관련된 지분은 약 0.8%에 머문다.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원심이 확정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KBS2 뉴스 화면 캡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당시 SK네트웍스 회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원심이 확정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KBS2 뉴스 화면 캡처

반면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SK㈜로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어, 법적으로 이 회사는 최신원 일가의 회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신원 명예회장은 SKC와 SK네트웍스를 중심으로 20년 넘게 사실상 단독 경영을 해왔다.

그 배경에는 SK그룹 특유의 ‘창업주 일가 분권 지배’ 구조가 있다. 최신원 명예회장은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공식 지배 사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창업주 일가의 ‘어른’으로서 소그룹을 맡아 경영하는 관행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대법원이 인정한 ‘단독 결정·지시’에 따른 범행은 이 구조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사회와 감사기구가 존재했음에도, 회장의 말 한마디가 모든 절차를 압도했다. 지분이 아니라 직함과 혈연,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된 그룹 내 네트워크가 최신원 명예회장을 무소불위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다.

관건은 SK네트웍스 지분 43.9%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의 태도다. 법적으로 SK네트웍스는 SK㈜의 종속회사이며, 대주주가 원하지 않았다면 최 전 회장의 복귀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번 이사회 의결 결과(찬성 4·반대 1·기권 1)에서 SK㈜가 파견한 김기동 기타비상무이사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은 그룹 차원의 암묵적 동의와 승인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SK㈜가 범죄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복귀를 허용한 배경에는 두 가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경영 안정’이다. 장남 최성환 사장 체제 3년 동안 매출은 9,122억 원이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1%대에 갇혔다. 당장 3,6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SK㈜ 입장에서도 자회사의 재무 리스크 방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최 명예회장의 네트워크가 단기적으로나마 시장의 불신을 완화할 수 있다면 ‘범죄 전력’은 뒷전이 된 셈이다.

둘째는 ‘가문 내부의 역학’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명예회장은 사촌 형제 관계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광복절 사면·복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미 그룹 내부적으로 복귀 조건에 대한 정리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SK네트웍스에 필요한 것은 아들이 3년 동안 확보하지 못한 ‘금융권과 투자자의 신뢰’다. 3,600억 원의 만기 압박 속에 연기금이 외면하는 냉담한 채권시장을 뚫기 위해, 회사는 범죄자일지라도 최 명예회장의 40년 인적 네트워크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문제는 ‘앞으로의 리스크’다. SK네트웍스는 현재 업스테이지(지분 6.45%), 알파인텔리전스(지분 23.08%) 등 가치 산정이 어려운 비상장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AI 지주사 전환을 표방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 투자나 해외 파트너십 협상 과정에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현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최신원 명예회장의 복귀가 준법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기조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횡령·배임으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 다시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 자체가 시장 신뢰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명예회장 선임은 단기적 ‘안정’과 중장기 ‘거버넌스 리스크’를 맞바꾼 선택에 가깝다. AI 전환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는 SK네트웍스가, 과거의 인물과 방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로 남는다.

범죄 당시 단 0.84%의 지분으로 6개 계열사를 휘둘렀던 과거의 행태가 ‘명예’라는 직함 뒤에서 재현될 경우, 회사가 스스로 고백한 ‘미래 법률 위반 가능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복귀는 한국 재벌 특유의 ‘혈통 경영’이 법적 단죄와 투명 경영의 원칙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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