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가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글로벌 상표권과 지식재산권을 1132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브랜드를 라이선스해 국내에 선보인 지 14년 만에 브랜드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의류·신발뿐 아니라 화장품·세면용품 상표권도 포함됐다. 그러나 F&F그룹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는 회사는 상장사 F&F가 아닌 에프앤코다. 에프앤코는 김창수 F&F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88.96%를 보유하고 있다.
31일 F&F 공시와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거래를 통해 화장품 외에도 건강기능식품과 비알코올음료·에너지드링크 분야에서 디스커버리 상표를 출원·등록·사용할 권한을 확보했다. F&F는 패션 외 사업 진출 여부와 해당 권리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현재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1132억에 산 상표권에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음료가 들어 있다
F&F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로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상표권과 지식재산권 일체를 8000만달러에 양수하기로 결의했다. 공시일 기준 환율인 달러당 1415원을 적용한 원화 환산액은 1132억원으로, 지난해 말 연결 자산총액의 4.27%에 해당한다. 계약은 체결과 동시에 거래가 끝나는 방식이어서 결의 당일 마무리됐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F&F가 2012년 8월 국내에 선보인 아웃도어 브랜드다. F&F는 2024년 7월 아시아 사업 라이선스 권리를 확보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중국 장춘에 1호점을 열었고, 이번에 상표권 자체를 사들이면서 로열티를 내던 처지에서 벗어났다.
양수 대상에는 안경·선글라스(9·10류), 가방·의류·신발(18·25류), 소매·온라인 소매서비스(35류)와 함께 화장품·세면용품(3류) 상표권이 들어 있다. 여기서 ‘류’는 상품·서비스별 상표 분류를 뜻한다. F&F는 건강기능식품·비타민제(5류)와 비알코올음료·에너지드링크(32류) 상표를 출원·등록·사용할 권한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대금은 거래종결일에 95%인 7600만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5%는 중국 내 상표권 이전등록과 연계해 종결 1년 후 200만달러, 2년 후 100만달러, 이전등록 완료 후 100만달러로 나눠 내는 조건이다.
F&F는 거래 목적을 “브랜드 소유권 확보를 통한 사업 운영 안정성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기반 구축, 로열티 비용 부담 해소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패션 회사가 화장품과 식음료 상표권까지 확보한 이유에 대해 F&F는 패션과 뷰티가 인접 영역인 만큼 브랜드 방어 차원에서 관련 권리까지 함께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패션 외 추가 사업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1132억원을 지급해 확보한 권리 가운데 일부는 언제, 어떤 회사가 사업에 활용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F&F의 매출은 사실상 패션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국내 패션 매출은 1조6947억원, 해외 패션은 1조859억원이었고, 나머지는 연예 매니지먼트 자회사 매출 72억원이었다. 화장품 매출은 별도로 잡혀 있지 않다.
그런데 F&F그룹 안에는 이미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에프앤코다. 이 회사는 상장사 F&F나 지주회사 F&F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다. 김창수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88.96%를 갖고 있다.
■ ‘별개 회사’라는 에프앤코,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회사다
에프앤코는 2000년 2월 설립된 화장품 제조·도소매 회사로 ‘바닐라코’를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 173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 순이익 159억원을 냈다. 영업이익은 2024년 249억원에서 39.4% 줄었다. 회사는 감사보고서 주석에 “대표이사와 그의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88.96%”라고 적었고, 개인별 지분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F&F는 에프앤코가 김 회장과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F&F와는 별개로 독립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장사 F&F와 지주회사 F&F홀딩스는 에프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두 회사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프앤코는 F&F가 밝힌 그룹 계열회사 21곳 가운데 하나다. 김 회장은 F&F 회장이면서 에프앤코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양사 역시 서로를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있다. 지분으로 직접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김 회장을 중심으로 같은 기업집단에 묶여 있는 구조다.

김 회장은 2013년 10월부터 에프앤코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2004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는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에프앤코 대표이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 대표다. 김 대표는 F&F에서도 미등기 상무로 디지털본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2022년 3월부터 계열사 엔에스에프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에프앤코는 영업이익이 39% 줄어든 지난해에도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총액은 39억552만원, 주당 600원이다. 지분율 88.96%를 적용하면 34억7435만원이 오너 일가 몫이다. 2024년 배당총액은 48억8190만원이었다.
두 회사 사이에는 실제 거래도 있다. 올해 상반기 F&F가 에프앤코에 올린 매출은 18억32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4723만원보다 59.8% 늘었다. 에프앤코는 F&F로부터 공간을 빌려 쓰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12억6914만원의 예수금도 맡겨 두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화장품 상표권을 에프앤코가 쓰게 되는지에 대해 F&F는 에프앤코가 별개의 독립 회사이므로 F&F의 지식재산권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 회장이 380억에 넘긴 지주사 지분, 사들인 곳이 그 회사였다
김 회장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보유한 F&F홀딩스 주식을 에프앤코에 팔았다. 거래금액은 총 380억원이다. 이 거래로 김 회장의 지분율은 67.68%에서 62.84%로 낮아졌고, 에프앤코는 F&F홀딩스 지분 4.84%를 확보했다.
김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에프앤코가 김 회장 개인의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380억원이 김 회장에게 지급된 것이다. 현재 에프앤코 대표인 장남 김승범 대표도 F&F홀딩스 지분 6.70%를 보유하고 있다.
F&F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F&F홀딩스의 연결 자산총액은 4조3436억원으로 지정 기준인 5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F&F에서 보수 24억8100만원을 받았고, 올해 상반기에는 15억8600만원을 받았다. F&F홀딩스에서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
김 회장이 지난해 F&F와 F&F홀딩스에서 받은 배당은 모두 360억8086만원이다. F&F에서 237억9078만원, F&F홀딩스에서 122억9008만원을 받았다. 김 회장 일가 전체가 두 회사에서 받은 배당은 약 468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상장사 F&F는 1132억원을 들여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화장품 상표권까지 확보했다. 현재 그룹의 화장품 사업은 김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에프앤코가 맡고 있지만, F&F는 해당 상표권의 활용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에프앤코가 이 상표권을 사용하게 될 경우 계약 방식과 사용 대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