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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어떻게 볼 것인가?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6년,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 등에서도 이를 두고 다분히 ‘관제 문제 제기’라는 언급이 있었다. 정부의 요구로 대한노인회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노인의 일반적 이익을 옹호하는 중앙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수를 줄이자는 제안을, 심지어 이로 인해 노인복지의 총량이 줄어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복지비용의 감축 내지 증가 둔화를 추진하려는 보수 정권의 기획쯤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당시 우리 사회는 대한노인회가 제안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과 사회보장 간의 관계를 놓고 토론을 벌였고, 더러는 이 이슈가 주요 언론과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의 상대빈곤율이 전체 노인의 절반 가까이 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복지에 소극적인 보수 정부에서 이런 논의가 제기됐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진보적 시민사회는 즉자적으로 반발했다. 그래서 이후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 이슈는 폭발적으로 확산되지도, 제대로 된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밟지도 못한 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이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기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이슈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고, 복지의 확대를 추구한다. 사회보장의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노선을 추구하면서 늘 제기되는 이슈는 역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다. 보수진영과 일부 전문가들만이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이 이슈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결부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노인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해가 갈수록 초저출산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는 데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도 예외일 순 없다.

지난 1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수 정부가 아니라 사회보장의 확대를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제시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에서, 그것도 복지재정의 규모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재정 부처의 주무 장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을 제기했다. 그러므로 이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이슈는 정치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라서기가 더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아주 예민한 것이고, 일부 상향 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무조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별 성과나 소득도 없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 비용만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조치는 몇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노인의 수가 줄어들면 노인에게 지출되는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가령,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기존의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되면 연간 약 3조 원의 정부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노인의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 경감과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둘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를 늦추게 된다. 현재 생산가능인구는 15세부터 64세까지인데, 노인연령 기준이 70세로 상향 조정되면 생산가능인구도 69세까지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셋째, 노인에 대한 차별 인식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노인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노인의 생산적 역할과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이미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선진국들에서는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노년학회는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올리자는 제안을 했고, 일본 노년학회도 노인연령을 삼분하여 65~74세를 준고령자, 75~89세를 고령자, 90세 이상 노인을 초고령자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은 반드시 은퇴와 사회보장의 수급이라는 중요한 요소와 결부돼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년학의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복지 정책의 영역에서 이 이슈를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소득 보장과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관건은 기초연금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은 근로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소득 단절의 위험은 사회적으로 늘 존재하는 것인 만큼, 이런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는 사회보험 제도를 운영한다. 노령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소득 보장 제도가 공적 노령연금이고, 우리나라에서 공무원·교직원·군인 등이 가입한 특수 직역연금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한다. 여기서 소득 보장 제도가 자체적으로 중요한 점은 먼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각지대는 ‘보편적 가입(적용)’이라는 ‘실질적 보편주의’의 첫 번째 원칙을 위한한 것이므로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질적 보편주의’의 두 번째 원칙은 ‘적정 보장성(소득대체율)’인데, 이는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공적 노령연금의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성이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한, 노후소득은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과 같은 우리 사회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논의를 별로 소용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보편주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공적 노령연금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낮은 보장성 문제를 차츰 해결해 나간다는 전제 하에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을 높이는 문제와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이슈는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까? 엄밀하게 대답하자면, 양자 간에는 관련성이 없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이루어진 ‘국민연금 대개혁’으로 인해 2008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수급 연령이 당시 60세에서 차츰 늦추어져 2033년이면 65세로 상향된다. 2019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2세인데, 이는 노인연령 기준보다 3세나 낮다. 그러므로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을 굳이 노인연령 기준에 맞추려고 애를 쓸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는 노후소득 보장과 재원조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별도의 논리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정하면 될 일이다.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은퇴연령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 은퇴연령은 60세인데, 2019년 현재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인 62세와 ‘2년의 차이’가 난다. 만약 은퇴연령이 60세로 고정된다면 앞으로 그 간격은 더 벌어질 것이고, 이는 ‘일생에 걸친 보편적 소득 보장’이라는 복지국가의 기본 원리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선진 복지국가들은 은퇴연령과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시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노르웨이는 은퇴연령이 67세이다. 독일과 일본은 현재 은퇴연령이 65세인데, 독일은 2027년 67세로 연장하고 일본은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은퇴연령이 65세 또는 그 이후인 반면, 우리나라는 60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나라는 이미 정해진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 스케줄(2033년까지 65세)에 대응하도록 은퇴연령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작업에 먼저 착수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후의 추가적인 공적 노령연금 수급 연령 상향 논의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노후 소득 보장과 관련해서 노인연령 기준이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노인을 위한 사회수당인 기초연금이다. 2008년 1월, 이 제도가 처음 실시될 당시에는 70세 이상의 노인이 기초연금(당시에는 ‘기초노령연금’이었음) 수급자였으나 그해 7월부터 수급 연령이 65세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은 월 20만 원이 지급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이것이 작년 9월부터 25만 원으로, 그리고 올해 4월부터는 소득하위 20% 노인에 대해 월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내년 4월에는 소득하위 40%까지, 그리고 2021년 4월이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올해 기초연금 재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담을 모두 합하면 15조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소득 보장이 되기에는 기초연금액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결국 기초연금을 40만 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문제는 역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다. ‘급속한 고령화’라는 인구학적 조건을 고려해볼 때,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후빈곤이 심각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나는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어야 한다. 첫째, 기초연금은 보편적 사회수당이므로 70세 이상의 노인 모두에게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70세 미만인 노인 중에서 기초연금이 제공되지 않음으로 인해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상태이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분들이 없도록 해야 하는 바, 이를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수급자 수를 더 늘리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근로능력이 있는 70세 미만의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과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내실 있게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65세부터 69세까지는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이 연령대에서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인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기초생계를 위한 공적 이전소득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대명제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7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월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추후 국민연금 등 공적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위소득 계층부터 월 4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합리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럴 경우 근로 의욕이 있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노인을 위한 각종 일자리 사업과 함께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가 내실 있게 진행돼야 한다. 결국,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 이슈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것이긴 하지만, 지하철 무임승차도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과 중요하게 관련돼 있다. 이 이슈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심사숙고를 한다면 무임승차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65~69세 인구 중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노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적 교통복지 지원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사회서비스 보장과 노인연령 기준,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필요’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서비스 보장과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은 관련성이 별로 없다. 혹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65세 이상의 노인을 제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마치 이들 양자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사회서비스는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기초연금 같은 소득 보장 제도와 달리 ‘서비스에 대한 필요’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나이가 66세든 76세든 의료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있다면 의료서비스 보장 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나이를 연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2008년 7월부터 실행되고 있다. 법 제1조(목적)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 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제2조(정의)에서는 제1조에 언급된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나 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를 말한다.”로 정의돼 있다. 즉,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대상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인 것이지, 65세 이상의 노인인지 아니면 70세 이상의 노인인지, 이것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과 무관한 것이며, 이는 ‘돌봄 필요’에 기반을 둔 서비스 보장 제도일 뿐이다.

다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노인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혜택인 ‘진료비 본인부담 인하’ 조치를 어느 연령대로 제한할 것인지, 이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이런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적 재정 지출도 무시하지 못할 규모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64세 이하 환자가 동네의원·한의원·치과의원에 갔을 때 진료비의 30%를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한다. 이와 달리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인 외래정액제’가 적용된다. 동네의원·치과의원·한의원(투약 없는 경우)의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낸다. 1만5000원 초과부터 2만 원까지는 10%를, 2만 원 초과부터 2만5000원까지는 20%, 2만5000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30%를 낸다. 그리고 약국에선 1만 원 이하일 때 1200원, 한의원에선 2만 원을 넘지 않으면 2100원만 내면 된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노인에게 깎아준 정액진료비는 4696억 원이다. 앞으로 정부는 현행 65세인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70세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기존의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기준을 그대로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것은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인데,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조치가 OECD 평균인 80% 수준까지 추진됨에 따라 법정 본인부담률을 모든 연령층에서 지금보다 더 낮추어야 할 것인 바, 이런 조치를 노인 연령대에서부터 먼저 시작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의학적 관점에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나이에 따른 구분이 없어야 한다. 이에 더해, 도덕적 해이가 없을 만한 조건을 갖춘다는 전제 하에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기준은 그대로 두는 게 옳을 것이다. 게다가 이 사안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과 어떤 관련성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틀니를 사례로 들어보자.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틀니를 국민건강보험 급여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틀니의 본인 부담률은 30%이다. 틀니를 하는 데, 위쪽과 아래쪽 각각 본인부담금이 40만 원쯤 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모두 약 400만 원 정도를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틀니를 장착하기 위해 4개의 임플란트를 심어야 하는데, 노인 임플란트는 2개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임플란트는 본인부담률 30%로 본인부담이 하나에 약 40만 원이 좀 안 되는데, 문제는 나머지 2개에 대해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틀니와 임플란트 건강보험은 65세 이상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62세인 사람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런 연령 제한 조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건강보험 적용 연령이 70세로 후퇴할 것이 아니라 적용의 ‘연령 제한’ 자체를 없애는 게 옳다. 틀니 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는 ‘후기 노인’일 확률이 높겠으나 개인의 특성과 경제사회적 여건에 따라 이른 나이에 틀니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필요’가 존재한다면 공적 방식으로 제공하는 게 옳다. 결국, 사회서비스는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필요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획일적 연령 조정보다 연령별 노인 인구에 대한 경제사회적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언제나 노인연령 기준이 65세였다. 평균수명이 67세이든 때도, 72세이던 때도 언제나 노인연령 기준은 65세였다. 그런데 지금 평균수명(출생 시점의 기대여명)이 83세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인연령의 기준은 65세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명이 길어지면 노인연령의 기준도 상향 조정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인들도 노인연령 기준 65세는 정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래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논의는 정치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것은 소득보장 제도의 일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초연금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도 관련돼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현금성 노인 복지 지출도 마찬가지이다.

기대여명이 늘어난 만큼 노인연령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학술적 차원을 넘어 현실의 것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67세 노인은 이제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라거나 “생산가능인구의 상한은 이제 64세가 아니라 69세”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가 쉽기 않다. 결국 65세가 노인이라는 오래된 인식은 변하기가 어렵고, 또 실제로 65세가 되면 신체적으로 각종 노인성 변화가 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65세인 기존의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림으로써 65~69세 인구가 더 이상 노인이 아닌 것과 같은 획일적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므로 엄밀하진 않지만 65~69세를 ‘초기 노인’으로, 70~80세를 ‘중기 노인’으로, 그리고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해서 각각의 연령별 노인 인구에 대해 경제사회적 대책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싶다. 대체로 이렇게 되면 노인 일자리, 소득 보장, 사회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노인의 연령대별로 비슷하게 구획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의제는 충분한 정치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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