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원격의료(비대면진료) 서비스를 공공 플랫폼 형태로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영리 플랫폼 병행은 의료 공공성 훼손을 정당화하는 면피용 결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료민영화저지운동본부 등 40여 개 시민사회·노동계 단체들은 13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료 민영화’ 책임론을 의식해 공공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영리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정당화하는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원격의료 공공 플랫폼 도입 논의 배경
이들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원격의료(비대면진료) 공공 플랫폼(공공비대면진료시스템) 도입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해당 법안은 비대면 진료를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의 무분별한 난립과 영리 추구 행위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 의료 정보의 안정적인 관리와 비대면 진료의 공공성을 보장할 공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해당 단체는 해석했다. 단체는 공공 플랫폼 강조를 통해 정부가 전향적 입장으로 나아간 점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 플랫폼 구축이 어려운 기술을 요하지 않음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간 정부는 무제한 시범사업을 통해 민간 시장을 열어주는 데만 주안점을 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단체는 정부가 국가 책임을 방기하다가 법 개정 직전에 ‘의료 민영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공공 플랫폼 도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 영리 플랫폼 병행의 한계 지적
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염두에 둔 공공 플랫폼과 영리 플랫폼의 ‘병행’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단정했다. 자본력과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영리 플랫폼과 시장에서 경쟁할 때 공공 플랫폼의 결과는 배달 플랫폼 시장의 사례처럼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폭리 등에 대응해 지자체가 공공 배달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마케팅 규모에 밀려 낮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현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처럼 시장에 터 잡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공공이 할 일은 공공이, 민간이 할 일은 민간이 맡겠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단체는 영리 플랫폼의 의료 시장 진입 자체가 비영리가 원칙인 보건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행위이며, 이는 비영리가 원칙인 의료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졸속 법제화 및 객관적 검증 촉구
정부가 시범사업 평가를 토대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졸속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이들은 며칠 전 원산협이 환자 만족도 97% 등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한 배경에도 정부가 마땅히 내놓았어야 할 객관적 평가와 검증이 없는 상황이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만족도’ 기준은 객관적 성과 지표로서는 넌센스라고 평가했다.
원산협 조사 대상자 중 2,30대가 74.1%에 달해, 고령층이 많다던 정부 측 발표와는 차이가 컸다고 단체는 강조했다. 이들은 이 영리 앱이 의료 취약지 노인을 위한 것인지, 탈모, 여드름, 비만 치료제 등을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편리’와 ‘만족’을 위한 것인지 정부가 숙고하고 판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 약사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수가가 대면진료의 130%인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초래한 지난 행정에 대한 평가를 정부가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제라도 공공 플랫폼을 논의 의제에 올린 것은 다행이지만, 진정 의료 공공성을 고려했다면 영리 플랫폼에 대한 시범사업 평가를 내놓고 사회적 검증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단체는 요구했다. 그러지 않고 단지 공공성을 면피용으로 내세워 영리 플랫폼을 의료 체계에 진입시킨다면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무시한 채 최악의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 정부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정부의 이번 공공 플랫폼 도입 결정은 의료 민영화 추진 비판을 피하려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체들의 중론이다. 공공 플랫폼이 영리 플랫폼과 병행될 경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며, 보건의료 체계의 비영리 원칙 훼손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와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