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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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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시아 펀드’ 사법·당국 검증 본격화…고려아연 최윤범, ‘자금 순환’ 의혹 시험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주도로 이뤄진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펀드 투자에 대한 사법부와 감독당국의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해당 펀드 운용사 대표가 법원에서 횡령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과 세무당국·금융당국의 전방위 조사가 잇따르면서 단순한 투자 손실 여부를 넘어 의사결정 과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부는 지난 5월 고려아연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사건번호 2025가합4454)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에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펀드 출자 및 운용에 관한 내부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제출 대상에는 투자제안서, 내부 검토자료, 기안문, 실제 출자 집행 내역, SWNC(에스더블유엔씨) 회사채 관련 거래 문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소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및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씨에스디자인그룹 계약 관련 이사 책임을 추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쟁점이 된 펀드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코리아그로쓰 제1호’와 ‘아비트리지 제1호’다. 고려아연의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코리아그로쓰 제1호에 대한 고려아연의 출자 지분율은 94.64%, 아비트리지 제1호는 54.59%로, 사실상 최대 출자자 지위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 산하 펀드들에 집중 출자한 규모는 약 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펀드 대표 ‘횡령 유죄’에 자금 순환 의혹까지…투자 경위 도마 위

고려아연이 거액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지난해 10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펀드 자금을 개인 채무 상환에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은 일반 투자자가 아니며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명시해 자금 집행의 이례적 구조를 사실상 인정했다. 지 대표와 최 회장은 측근 관계로 알려져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2019년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에 거액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 리스크 심사, 외부 실사 등 통상적인 검증 절차가 생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모든 투자는 내부 위임전결 규정과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됐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이 해당 투자 관련 내부 자료 제출을 명령한 것은 이 절차의 적정성을 사법적으로 심리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청호컴넷 및 SWNC와 관련한 자금 흐름도 문제 삼고 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이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청호컴넷 지분을 취득한 직후 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거액을 출자했고, 이 자금 중 일부가 청호컴넷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이 SWNC 발행 회사채를 인수한 후 원아시아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가 SWNC 유상증자에 참여해 해당 채무를 상환하도록 한 구조가 ‘자금 돌리기’라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 SWNC 회사채 거래 자료가 포함된 만큼, 이 구조의 실체는 향후 사법적 심리를 통해 검증될 전망이다.

■ 2024년 한 해 손상차손 1,130억…일부 환입에도 국세청·금감원 압박 가중

최 회장의 투자 판단은 재무제표상으로도 뚜렷한 타격을 남겼다. 고려아연의 2024회계연도(제51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아시아 관련 펀드 세 곳에서 2024년 한 해에만 합계 약 1,13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바이올렛 제1호에서 약 306억9,659만원의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이 인식됐고, 아비트리지 제1호에서도 약 142억6,321만원의 관계기업투자손상차손이 발생했다. 그레이 제1호에서는 약 681억3,913만원의 종속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이 인식됐다.

다만 2025회계연도(제52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올렛 제1호와 아비트리지 제1호에서는 각각 약 189억원, 약 93억원의 손상차손 환입이 발생해 일부 자산가치가 회복됐다. 반면 그레이 제1호는 2025년에도 약 25억원의 종속기업투자손상차손이 추가로 인식됐다.

검증의 칼날은 재무당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세청은 고려아연의 비상장사 투자 및 펀드 운용 구조와 관련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관련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대해 정밀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는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은 민사소송의 통상적인 절차일 뿐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재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조사가 확대될수록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원아시아 펀드 논란의 향방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수성 여부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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