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이하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이 갑작스러운 폐쇄 통보에 직면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은 「서울특별시 위기 십대여성 지원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어 온 중요한 시설이다. 이곳은 여성 청소년들에게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한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무료 진료를 제공해 왔다. 또한 심리 치료, 생필품 및 성 건강 키트 지원, 성 건강 교육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펼치며 위기 청소년들의 건강과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5월 12일, 현재 운영 법인인 (사)막달레나공동체와의 위수탁 협약 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센터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갑작스러운 결정은 그동안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이 제공해 온 여성 청소년 대상 진료와 각종 서비스의 중단을 의미한다. 특히 올해 채용된 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해고될 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 서울시의 무책임한 결정, 위기 청소년에게 직격탄
공공운수노조 김선화 부위원장은 서울특별시 위기 십대여성 지원 조례 제3조에 명시된 시장의 책무를 강조하며 서울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여성 청소년들을 위해 한 일이 고작 센터 문을 닫게 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그의 발언은 서울시가 위기 청소년 지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해고 위기에 놓인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이가희 조합원은 서울시의 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조합원은 “이 도시가 청소년과 인권을 지키는 서울로 남기를 바란다면, 오세훈 시장은 지금이라도 이 결정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서울시가 위기 청소년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을 이용하는 청소년 A씨도 직접 참석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친구들이 믿고 의지하던 곳, 그리고 그 곁을 지켜주던 선생님들까지 하루아침에 모두 내쫓겠다는 이 결정은 너무나 가혹합니다”라고 말하며 센터 폐쇄로 인한 이용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대변했다. 청소년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반복되는 졸속 행정 비판,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원 사례 재조명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오 지부장은 “지금 이 순간 살아가고 있는 위기 청소년들과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되며,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라고 질문하며 서울시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이미 이와 같은 무책임한 졸속 행정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바로 공공돌봄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폐원입니다”라고 덧붙이며 서울시의 행정 방식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공대위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발표됐다. 이들은 ▲2025년 7월 4일로 예정된 센터 운영 종료 계획의 즉각적인 철회와 지속적인 운영 보장 ▲서울시의 위기 십대여성 지원 정책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서울시가 이번 폐쇄 결정을 재고하고, 위기 청소년 지원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