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이코스, 로레알 면세점 철수로 대량 해고 위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하이코스 본사 앞에서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다국적기업 로레알TR(Travel Retail)의 화장품을 국내 면세점에서 유통하는 하청업체 하이코스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4월 14일 로레알TR이 롯데 부산면세점에서 입생로랑, 아르마니, 비오템 등 로레알 브랜드를 전면 철수하겠다고 공지하면서, 해당 브랜드를 판매하던 하청업체 하이코스 소속 노동자들이 대량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노동자들은 같은 지역 내 김해공항 면세점으로의 전보를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하이코스는 인원 T.O. 부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거나 서울·인천 등 원거리 전보 발령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5월 13일부터 전국 면세점에서 피켓팅을 진행하며 고용 안정을 요구했으며, 5월 22일부터는 하이코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 반복되는 구조조정, 면세점 산업 위기 시사
이번 사태는 지난 1월 부산 신세계 센텀점 폐점 당시에도 유사하게 노동자들에게 희생이 강요되었던 상황과 맞물려 면세점 산업 전반의 위기를 시사한다. 하이코스 소속 로레알 면세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현 상황은 향후 면세점 구조조정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하이코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했다.
결의대회에서 로레알면세지부 조합원들은 평생을 살아온 고장을 떠날 수 없으며, 청춘을 바친 회사가 고용을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퇴직 강요, 일방적 구조조정 통보”에 맞서 “하이코스 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라는 슬로건 아래 고용 안정을 위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 노동자들의 절규: “삶의 터전 지켜달라”
은지현 로레알면세지부 쟁의부장은 “하이코스는 또다시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칼을 빼 들었고, 롯데부산점 폐점으로 인해 직원들은 17명 중 고작 5명만이 김해로, 나머지 12명은 강제로 수도권으로 뿔뿔이 흩어지라는 일방적인 발령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가 선택하라고 말하지만, 이는 수도권 발령을 강요하는 잔인한 횡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초 HDC점에서 5개 브랜드를 퇴점시키며 직원들이 강제 로테이션되거나 희망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의 희망퇴직은 가면을 쓴 구조조정이라고 규정했다.
롯데부산점 소속 노동자 박건희 씨는 “원거리 로테이션은 단순한 근무지 이동이 아닌, 그동안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삶의 터전을 지켜온 직원들에게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아픔과 생활 기반을 잃어야 하는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민채빈 씨는 로레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회사와 함께한 직원들이라며, 코로나 시기에도 본사와 다름없는 스트레스와 책임감으로 매장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하이코스가 내던진 그 자리는 제가 그렇게 지킨 자리”라며, 회사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 “사람을 숫자로만 보지 말라”
이소영 씨는 회사가 “우리도 힘들다.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말하지만, 평생 살아온 집과 아이가 있는 부산을 떠나 서울이나 인천으로 가라며 고작 5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내미는 것이 피해자의 모습인지 반문했다. 그녀는 “몇 달치 월급으로 퉁치듯 던진 ‘희망퇴직’이 진짜 희망입니까?”라고 되물으며, 로레알과 하이코스가 이유나 설명 없이 인건비를 줄이겠다며 사람부터 자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람을 숫자로만 보고 지역을 손익으로만 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유정 씨는 부산 신세계면세점 폐점, 그리고 롯데부산면세점의 브랜드 철수 계획에 따라 서울 발령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황에 대해 “저의 가족과 부모님 아이는 부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그토록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야 하는 저의 가장 소중한 저의 전부가 부산에 있는데 이 전부를 버리고 서울로 가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녀는 “하이코스는 회사의 이익만 생각하고 손실만 줄이려고만 하는 그런 회사입니까? 당신들은 사랑하는 가족도 없고 상식도 없는 그런 사람들입니까?”라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의 피, 땀,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단결 투쟁으로 고용 안정 쟁취 결의
서예진 씨는 자신은 김해공항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함께 10년 가까이 일하며 서로를 의지했던 동료들이 멀리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녀는 “회사는 단순한 발령지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존중해주길 바랍니다”라며, 함께 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그저 일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 우리는 버림받고 싶지 않다! 이 당연한 외침을 회사는 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일방적인 희망퇴직 중단하라! 부산의 고용안정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단결된 투쟁 의지를 표명했다. 노동조합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개별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면세점 산업의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임을 분명히 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