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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노사 ’38년 무분규’ 깨졌다…포괄임금제 폐지 갈등에 교섭 결렬

LIG넥스원

노조, 중노위 조정 신청… “군 출신 CEO, 공짜노동 구조 고수” 비판
정부 폐지 방침에도 ‘조건부 축소’ 제시…방산업계·범LG계열 확산 주목

국내 대표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의 38년 무분규 역사가 멈춰 섰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LIG넥스원지회(이하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1987년 이후 이어져 온 ‘무분규 경영’ 기록이 사실상 깨진 셈이다.

◇ 노조 “정부도 폐지 권고하는데…사측은 ‘무늬만 폐지’ 고수”

이번 갈등의 핵심은 ‘포괄임금제(고정OT)’의 전면 폐지 여부다.

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폐지 방침을 명확히 한 만큼, 조건 없는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재 24시간인 고정OT 시간을 2026년 16시간, 2027년 8시간으로 단계적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의 안은 실질적인 폐지가 아니라 유예에 불과하며, 공짜노동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임금성 항목에 대해 사측이 “추가 증액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 “군 출신 CEO 체제서 노사 신뢰 붕괴”…감시 시스템 도입 우려도

노조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현 경영진의 태도를 정조준했다. LIG넥스원은 그간 김지찬 전 대표이사 등 내부 출신 경영진 체제에서 견고한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무분규 기록을 써왔으나, 군인 출신인 신익현 대표이사 체제에 들어서며 이 흐름이 끊겼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역대 최다 영업이익이라는 성과를 만든 노동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은 회사가 쌓아온 합의와 신뢰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경영 판단으로 노사 관계를 파탄 냈다”고 비판했다.

사측이 포괄임금제 폐지의 조건으로 검토 중인 ‘PC 기반 출퇴근·근무관리 시스템’도 쟁점이다. 노조는 이를 ‘과도한 감시와 통제’로 규정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이미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동종업계 사례와 비교해 후진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 방산업계 전반으로 파장 확산되나

이번 LIG넥스원의 교섭 결렬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범 LG계열(LG전자, LS일렉트릭 등)과 방위산업계 전반의 노동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현재 포괄임금제 폐지를 촉구하는 연서명 운동을 전개하며 노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조정 신청은 단순한 임금 인상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기업의 노동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라며 “정부 정책에 역행하며 공짜노동을 유지하려는 경영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사회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노조가 파업 등 단체 행동에 돌입할지에 따라 향후 방산업계 노사 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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