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운용, 0.15%→0.05% 파격 인하 시도했으나 무산
역대급 고환율 비상 속 ‘달러 쏠림’ 현상에 당국 전격 개입
금융당국이 고환율 대응 차원에서 전 금융권에 ‘해외 투자 마케팅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하나자산운용이 퇴직연금 계좌용 ‘미국채 혼합 50’ ETF의 보수율을 파격 인하해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무산됐다.
업계가 퇴직연금 계좌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최대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이 상품 시장에서 당국 기조에 맞춰 일제히 몸을 낮춘 사이, 하나자산운용만 홀로 ‘가격 파괴’에 나섰다가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 하나운용의 ‘좌절된 독주’… 금감원 “안 하기로 협의 완료”
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이 오는 30일 시행을 예고했던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의 보수율 인하(연 0.15%→0.05%)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금감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보수 인하는 안 하기로 협의가 완료됐다”며 “해당 상품군에서 보수 인하를 신청한 곳은 하나자산운용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미국채 혼합 50’ ETF는 퇴직연금 계좌의 자산배분 규제를 교묘히 파고든 상품이다. 현행법상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는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반드시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 비중이 50% 미만인 채권혼합형 ETF는 법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투자자가 위험자산 한도인 70%를 일반 미국 주식형 ETF로 꽉 채운 뒤, 나머지 안전자산 의무 비중 30%를 다시 이 ‘주식 50% 혼합 ETF’로 담을 경우 이른바 ‘85% 전략’이 완성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바구니 속 주식 비중(15%)이 더해지면서, 계좌 전체의 실질적인 미국 주식 노출도가 법적 한도(70%)를 넘어 85%까지 치솟는 구조다. 결국 외형상으로는 ‘안전자산 30%’ 규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미국 주식과 달러 자산에 ‘올인’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하나자산운용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신탁운용(ACE), 한화자산운용(PLUS), 키움투자자산운용(KOSEF), 신한자산운용(SOL), 삼성액티브자산운용(KoAct) 등의 운용사가 동일한 방식의 ‘85% 전략’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시장 상황과 당국 기조를 고려해 연 0.15%~0.25% 수준의 기존 보수를 유지해 왔다. 반면 하나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수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0.05%로 낮추는 파격적인 인하안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 마케팅 ‘동결령’ 속 역주행… 당국이 본 것은 ‘타이밍’
당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 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시장 상황이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사실상의 ‘85% 달러 노출’ 상품에 최저 보수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붙인 점이 당국의 리스크 관리 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을 통해 증권업계에 만연한 해외투자 중심의 영업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개선과제를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요 개선과제는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 중단 ▲HTS·MTS를 통한 해외투자 리스크 안내 강화 ▲사업계획 수립 시 과도한 KPI 반영 자제 ▲거래금액 비례 이벤트 원천 금지 등이다. 실제로 키움증권 등 주요 금융사들은 당국 지침에 따라 해외 투자 관련 채널이나 이벤트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나자산운용 측은 보수 인하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보수 인하는 장기 투자 상품인 퇴직연금 고객에게 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일 뿐,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지수 상품(K200) 보수 인하도 함께 추진하는 등 국내외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으며, 달러 쏠림 등 외환 시장 이슈와 이번 결정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