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긴축경영을 촉구해온 재계 대표 경제단체가 ‘AI 강국 도약’을 전면에 내건 CEO 포럼을 열지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행사 일정의 상당 부분이 골프와 관광, 연예인 공연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국제경영원은 오는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400여 명의 기업인이 참여하는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을 연다.
올해 39회째를 맞는 이 행사의 공식 주제는 ‘대한민국, AI 강국으로의 대도약’이다. 한경협은 “AI 경영체제·AX(AI 전환)·데이터 인프라 경쟁 등을 집중 논의하는 경제계 대표 지식 교류의 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강연 라인업도 AI 색채를 갖췄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알파고를 이긴 이후의 질문’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고,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AI 반도체·데이터센터 경쟁을 발표한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박민준 뤼튼테크놀로지스 AX CIC 대표,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 송길영 작가도 강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강연은 절반, 나머지는 골프·잠수함 투어·린 콘서트

문제는 4일 행사 중 강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번 포럼 안내문에 따르면 둘째·셋째 날 오후 일정은 골프대회(롯데스카이힐CC)와 제주 미술관 투어, 템플스테이, 잠수함 투어, 선흘마을 투어 등 관광 프로그램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저녁에는 제주체임버오케스트라 공연과 가수 린의 라이브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AI 포럼을 표방한 행사지만 실제 체류 시간의 절반가량은 레저·문화 행사로 구성된 셈이다.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비회원사 기준 참가비는 1인 270만원, 부부 동반 참가 시 330만원이다. 회원사는 1인 180만원, 부부 동반 240만원이다.
여기에 제주 특급호텔 숙박비와 항공료, 골프 참가비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이 항목들을 합산하면 1인 기준 실지출은 수백만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포럼 참가 명목으로 CEO 휴양 패키지를 파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 “자금난 경고한 당사자가”…비판 자초한 타이밍
이번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한경협 자신이 최근 내놓은 경고다. 한경협은 지난달 기업 자금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88.0으로 2023년 2월 이후 3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원자재값 상승, 물류 비용 증가가 맞물려 기업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한경협은 비상경영 체제 확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기업들의 투자 축소·비용 절감을 촉구한 지 불과 수주 만에, 정작 그 경고를 발표한 단체가 수백만 원짜리 사실상 제주 사교 행사를 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경협은 이번 포럼에 대해 “기업인들이 새로운 인사이트와 협력 기회를 얻는 포럼”이라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급변하는 AI 시대에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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