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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026년 4월 4일 오전,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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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강호동 회장 ‘부의금 논란’에 해명 못 내놓는 농협…내부 통제 장치 ‘시험대’

권익위 “장례 뒤 200만원 고액 부의금 확인하면 즉시 신고·반환해야”…농협은 “개인 장모상이라 확인 어려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장모상에서 농협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 고액의 부의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개인의 장모상 부의금이라 확인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밝혔다.

4일 농협중앙회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유권해석 사례집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장례 뒤 고액의 부의금을 확인한 경우 지체 없이 소속기관에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 경조사라는 농협의 설명과 법이 정한 신고·처리 절차가 맞부딪히는 대목이다.

강 회장의 고액 부의금 의혹은 전날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강 회장의 지난해 5월 장모상 당시 농협 전·현직 임직원들이 낸 고액 부의금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농협중앙회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모상 부의금 명부가 정리된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을 낸 전·현직 임직원은 100명을 넘고 이들이 낸 부의금은 9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만원을 초과해 낸 사람은 50명 안팎이며 일부는 1000만원 이상을 전달했고, 전체 부의금은 약 1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다만 정확한 부의금 규모와 실제 수수·반환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저희도 기사로 접했다”며 “개인의 장모상 부의금이라 이 항목들은 거의 경찰 수사 수준이어서 저희가 확인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부의금 전체 규모와 최종 귀속 주체, 100만원 또는 300만원을 초과한 부의금의 반환 여부, 부의자와 강 회장의 직무 관련성, 내부 감사·준법감시 부서의 인지 및 조치 여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아직 경찰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농협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해당 사진은 지난 4월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강호동 회장과 비리 백화점’ 방송 화면. (출처=MBC PD수첩)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해당 사진은 지난 4월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강호동 회장과 비리 백화점’ 방송 화면. (출처=MBC PD수첩)

■ 권익위 “장례 뒤 200만원 확인해도 즉시 신고·반환”…개인 경조사도 예외 아냐

하지만 권익위가 올해 발간한 청탁금지법 유권해석 사례집에는 이번 의혹과 구조가 유사한 장례 부의금 사례가 실려 있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부친상을 치른 뒤 유관기관 임원이 낸 200만원의 부의금을 발견한 경우에 대해 권익위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은 직무 관련 여부와 명목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례를 마치고 부의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액 부의금을 처음 확인했다면 지체 없이 소속기관에 신고하거나 제공자에게 반환해야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봤다. 개인 경조사에서 오간 부의금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고·반환 절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청탁금지법 제8조는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는 것을 직무 관련성과 명목에 관계없이 금지한다. 제9조는 수수 금지 금품을 받은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규정한다. 신고는 소속기관뿐 아니라 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권익위에도 할 수 있다.

기관 내부에도 이를 처리할 장치가 있다. 청탁금지법 제20조에 따라 청탁방지담당관은 금품 수수 신고의 접수·처리와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소속기관장의 위반행위를 발견한 경우에는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도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 윤리헌장과 윤리강령, 행동강령 등을 윤리규범으로 공개하고 있다.

■ 정부, 6개월 전 농협 ‘내부 통제 한계’ 지적…부의금 의혹은 경찰 압수수색서 드러나

이번 의혹의 핵심은 강 회장이 고액 부의금을 실제로 인지해 귀속시켰는지, 이후 신고하거나 반환했는지 여부다. 장기간 친분 등 청탁금지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부의자와의 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강 회장의 법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농협의 설명대로 중앙회가 부의금 규모와 반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기관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점검해야 할 내부 통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별도의 쟁점으로 남는다.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지난 3월 농협의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내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핵심 간부의 비위와 전횡을 실효적으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특별감사반은 농협중앙회 예산 가운데 지출 항목을 미리 정하지 않은 유보예산 비중이 약 60%에 달하고, 2024년 포상비·복리후생비 등 7개 항목에서는 편성액보다 222억원을 초과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금 유용과 특혜성 대출·계약, 분식회계 등 위법 소지가 크다고 판단한 14건은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이번 부의금 의혹도 농협 내부 점검이 아니라 경찰이 지난 7월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내부 통제의 한계를 지적한 지 약 6개월 만에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졌지만, 농협중앙회는 부의금 규모나 반환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셈이다.

농협 관계자는 향후 확인된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담당 부서가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현재 제기된 의혹이나 관련 보도를 허위라고 단정하거나 구체적인 소송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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