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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모습 뒤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기업 로고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AI 합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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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에 한 단계 더 가까운 SK텔레콤, SK하이닉스 100% 자회사에 7383억 출자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쥐고 있던 미국 자회사에 계열사인 SK텔레콤이 7383억원을 넣고 지분을 받아 가기로 했다. 이 미국 법인은 나스닥 상장설이 도는 낸드 회사 솔리다임의 모회사다. 그동안 SK하이닉스 주주가 온전히 누리던 사업의 몫이 처음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14일 뉴스필드 취재 결과, SK텔레콤의 출자는 단순한 계열사 투자를 넘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SK텔레콤이 지분을 받는 곳은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미국 법인으로, 기존에는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핵심은 같은 사업에 대한 지분이 SK하이닉스에서 SK텔레콤으로 일부 이동한다는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거치는 것보다 SK텔레콤을 거치는 경로가 한 단계 짧아진다. SK㈜를 통해 SK텔레콤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SK㈜→SK스퀘어→SK하이닉스를 거치는 구조보다 최 회장의 현금흐름권이 더 크게 연결되는 셈이다.

단순 지분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SK텔레콤을 통한 경우 5.47%, SK하이닉스를 통한 경우 1.15%로 약 4.8배 차이가 난다. 다만 이는 실제 배당이나 이익 귀속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분율을 단순 곱한 수치다.

최태원 회장에서 SK하이닉스·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지배구조(실질 지분율 1.15%)와, 상대적으로 총수 귀속 몫이 큰 SK텔레콤(실질 지분율 5.47%)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중간법인(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7,383억 원을 직접 출자하는 자금 이동 경로를 시각화했다.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뉴스필드 그래픽)
최태원 회장에서 SK하이닉스·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지배구조(실질 지분율 1.15%)와, 상대적으로 총수 귀속 몫이 큰 SK텔레콤(실질 지분율 5.47%)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중간법인(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7,383억 원을 직접 출자하는 자금 이동 경로를 시각화했다.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뉴스필드 그래픽)

결국 논란의 핵심은 SK하이닉스가 100% 보유하던 솔리다임 관련 사업의 지분 일부를 SK텔레콤이 가져갈 경우, 그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가운데 어느 쪽으로 귀속되느냐에 따라 일반주주와 최 회장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문제 삼은 것도 이 부분이다. 포럼은 피라미드 지배구조에서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통해 갖는 현금흐름권은 낮은 반면 SK㈜와 SK텔레콤을 통한 현금흐름권은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번 출자가 SK하이닉스에서 SK㈜·SK텔레콤으로 ‘부의 이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이 최 회장과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5단 중복상장을 통한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럼은 국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출자 단계가 3단계로 제한돼 있지만 해외 법인을 활용하면 사실상 이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수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회사 상장의 가장 대표적인 명분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최근 자금 사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상 최대 실적에 대규모 현금 조달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과연 솔리다임 상장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모회사에서 39조8905억 조달, 지분 희석은 0.5%포인트

SK하이닉스는 7월 14일 신주 1779만주를 발행해 미국주식예탁증서(ADR) 265억710만달러, 원화 39조8905억원을 납입받았다. 조달금액 전액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팹 건설, EUV 노광장비 취득 등 시설자금으로 배정됐다. ADR은 7월 10일 나스닥에, 신주는 7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40조원에 육박하는 신주를 찍었지만 최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율은 20.50%에서 20.00%로 0.50%포인트 내려가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공단은 8.06%에서 7.86%가 됐다. 모회사가 직접 증자에 나서도 지배력에는 실질적 타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실적도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 상반기 누계는 98조1529억원이다. 회사는 6월 29일 공정공시를 통해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 등 약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도 내놨다. 돈줄이 막혀서 아래 단계를 상장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 한 단계 내려갈수록 깎이는 건 일반주주 몫뿐…계열사 출자는 이미 시작됐다

솔리다임 단계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셈법이 달라진다. 지분 100%짜리 자회사가 신주를 팔아 지분율이 70~80%로 내려가도 경영권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반면 그 회사가 벌어들일 이익을 온전히 누리던 SK하이닉스 일반주주의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지배력 손실 없이 외부 자금만 끌어오는 구조다.

SK텔레콤의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전자공시 화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종속법인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7,383억 8,400만 원(자기자본 대비 5.70%)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텔레콤의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전자공시 화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종속법인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7,383억 8,400만 원(자기자본 대비 5.70%)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계열사 출자는 이미 결정됐다. SK텔레콤은 6월 25일 이사회에서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미국 법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대한 출자 약정 체결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주식 1198주, 취득금액 7383억8400만원으로 결의일 환율 1538.30원을 적용하면 정확히 4억8000만달러(약 7384억원)다. 자기자본 대비 5.70% 규모다. 이 금액은 한 번에 들어가는 돈이 아니라 출자 예정 총액으로, 공시는 “발행회사의 출자금 납입요청에 따라 약정한 금액 한도 내에서 출자 예정”이라고 적었다. 출자금 최종 납입 가능일은 2030년 6월 25일이다.

1차 납입도 확정됐다. SK텔레콤은 6월 29일 출자금 납입요청 통지를 받고 642주를 3971억2904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지분율 0.62%, 주당 6억1858만원꼴이다. 취득예정일자는 당초 7월 23일이었으나 “거래종결을 위한 제반 절차 진행”을 이유로 7월 31일로 미뤄졌다. 이후 이 건에 대한 변경 공시나 취득 완료를 알리는 공시는 나오지 않았다. 취득 목적은 “당사 AI 사업과의 시너지 확보”로 적혀 있다.

SK하이닉스는 정작 솔리다임 주식을 직접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5월 29일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것은 이 미국 중간법인 지분 100%뿐이고, 솔리다임 지분 98.68%는 중간법인이 들고 있다. 상장 후보로 거론되는 솔리다임 법인 자체가 올해 1월 16일 신설된 회사다.

중간법인의 재무 상태는 부실하다. 공시에 첨부된 요약 재무상황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08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이다. 지난해 순이익 736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앞선 2년간 순손실 1497억원과 3조5806억원을 메우지 못했다. 3년 순손익을 합치면 2조9937억원 적자다. SK하이닉스는 이 법인의 부동산 임대차와 관련해 3건, 1017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제공하고 있다.

■ 최태원이 산 주식은 3620주…회사 금고엔 1원도 들어가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에서 처음 사들였다. 취득단가 135만3677원,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적힌 취득자금은 49억31만1500원이다. 발행주식총수 7억3049만2365주의 0.0005%로 공시 서식에는 소유비율이 0.00%로 표기됐다.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내매수는 기존 주주에게서 주식을 사는 것이어서 회사로 들어간 돈은 없다. 같은 달 SK하이닉스가 신주를 찍어 받은 39조8905억원은 전액 바깥 투자자가 냈다.

포럼은 논평에서 피라미드 구조의 지배주주가 “현금흐름 중 극히 일부만을 수취하기에” 주주환원보다 “사업을 추가로 확장해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거나 사익편취·터널링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바뀐 것은 법이다. 지난해 7월 22일 시행된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했다. 회사에 이익이 되면 그만이라던 기준이, 이제는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했는지까지 따지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올해 7월 23일부터는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선임 비율도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가 8월 7일 낸 자기주식 처분 공시에 처분 목적이 “독립이사 보수 지급”으로 적힌 것이 그 반영이다.

포럼이 고승범 의장과 정덕균·김정원·양동훈·손현철·최강국 이사 등 6명을 실명으로 부른 것도 그래서다. 포럼은 상법 제390조에 따라 이사가 이사회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다며, 솔리다임 상장이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지 이사회에서 따져 보라고 요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솔리다임 5조 규모 프리IPO 추진” 보도에 대해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공시했다. 재공시 시한은 다음 달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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