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 내세운 SPC ‘상미당협의체’… 오너 3세 허진수 ‘사법 리스크’ 방패막이 논란

지주사-사업회사 분리로 오너는 ‘전략’ 후방배치…실질 책임은 전문경영인에게 전가 우려
사고 잦은 시화공장 등 현장 리스크 산적인데…승계 정책 미비 속 ‘방패막이’ 기구 의혹
SPC그룹이 오는 7월 1일 전문경영인 중심의 ‘상미당협의체’를 공식 출범시키며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오너 3세인 허진수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현장의 사법적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전가하기 위한 ‘구조적 방패막이’를 구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지주사는 ‘글로벌 전략’, 계열사는 ‘사법 책임’… 교묘한 책임 분할
26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오너 일가와 현장 리스크의 ‘완벽한 분리’에 있다.
SPC그룹은 올해 1월 기존 파리크라상을 물적분할해 지주사인 상미당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파리크라상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지주사인 상미당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내정되어 글로벌 전략과 투자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 구상에만 집중하게 된다.
반면, 내달 1일 출범하는 ‘상미당협의체’는 도세호 파리크라상 사장을 의장으로 내세워 안전경영과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등 그룹의 고질적인 난제들을 떠맡겼다.
주목할 점은 이 협의체가 그룹 차원의 법적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며, 최종 법적 책임은 각 계열사 대표가 진다는 구조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법적 잣대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오너 일가로 향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기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 사고 반복된 삼립 대표가 ‘안전 의장’… 승계 정책 없어 ‘꼬리 자르기’ 비판
초대 의장을 맡은 도세호 사장의 ‘이중 역할’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도 의장은 현재 지주사 대표와 파리크라상 대표를 겸직하면서, 최근 잔혹한 안전사고가 반복된 ㈜삼립의 각자 대표이사직까지 수행하고 있다.
㈜삼립 시화공장에서는 올해 2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도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중상을 입는 등 안전 불감증이 임계치에 달한 상태다. 또한 ㈜삼립은 지난 18일 채무보증 미공시 등으로 인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까지 받은 상태로 경영 투명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행법상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 전문경영인이 법적 화살을 모두 맞게 된다. 결국 사고가 빈발하는 계열사의 수장을 그룹 안전의 책임자로 앉힌 것은, 오너가를 대신해 사법 리스크를 감당할 ‘총받이’를 세운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기 대응을 위한 내부 시스템도 낙제점 수준이다. ㈜삼립이 지난 5월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은 여전히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위기 시마다 대표이사를 교체해 상황을 모면해온 이른바 ‘꼬리 자르기’식 인사 관행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SPC는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지배구조 부문 C등급이라는 낙제점을 받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협의체 신설을 통해 오너 리스크를 지우려 하는 것은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진정성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안전대책 없이는 겉포장만 바꾼 ‘방탄 경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