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의 일선 영업현장 내부감사가 직원 전원 침묵 속에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그 배경으로 이어룡·양홍석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오너 일가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달 서부지역부문에 대한 내부감사를 실시했으나,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신증권 측은 “이번 감사는 노조 공문에 따른 특별감사가 아닌 서부지역본부 전체 영업점에 대한 정기 점검”이라고 밝혔다.
감사 착수 이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부지역 영업현장의 영업추진비 사용 문제, 특정 관리자와 관련된 계좌 배분 의혹, 과거 감사 과정에서의 진술 내용 유출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는 지난달 11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공정하고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공문에서 “과거 광주센터 관련 감사 이후 인사상 불이익 사례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직 내부에 감사 공정성과 제보자 보호 체계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막상 감사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제를 알고 있던 직원들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감사 전에는 여러 문제가 제기됐지만 정작 감사가 시작되자 목소리를 내는 직원이 없었다”며 “인사상 불이익과 조직 내 배제를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역시 직원들의 증언이 있어야 문제 제기를 이어갈 수 있는데, 현재로선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감사는 지적사항 없이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현장 문제가 아닌, 오너 일가 중심 경영 체제에서 비롯된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한다.
대신증권은 2023년 11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받은 데 이어, 2024년 4월에는 ‘설명자료 작성 부적정’ 및 ‘부당권유 금지 의무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두 차례 모두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부통제 강화 및 관련 규정 준수”를 약속했지만, 이번 감사에서 직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것은 그 약속이 공허했음을 보여준다.
■ 양홍석 재선임·진승욱 이사회 입성…오너 지배력 더욱 공고
현재 대신증권은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과 오너 3세이자 최대주주인 양홍석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양홍석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대신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홍석 부회장은 지난해 54억 2천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6억 3,500만 원에 성과급 이연분(주식 포함) 35억 5,500만 원, 일회성 상여 2억 3,000만 원 등을 합산한 수치다.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미등기 임원 신분의 이어룡 회장 역시 같은 해 45억 3,8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공시됐다. 두 사람의 합산 보수만 약 100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보수 산정 방식이다. 사업보고서는 양홍석 부회장의 상여금 지급 근거로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 수익 창출 측면에 기여”를 비계량지표로 명시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계열사인 대신저축은행은 106억 원(10,692백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가 적자에 빠진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가 ‘수익 기여’를 명분으로 수십억 원의 상여를 챙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양홍석 부회장이 보유한 대신증권 지분은 9.48%(554만 7,326주)이며, 이어룡 회장(2.55%, 149만 4,981주)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약 16%다.
올해 3월 주총에서는 대신에프앤아이 경영기획본부장, 대신자산운용 대표이사 등 그룹 내 핵심 재무·기획 라인을 두루 거친 진승욱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로써 이사회 사내이사는 양홍석·진승욱 두 명 체제로 재편됐다. 진승욱 대표이사는 선임 이후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매수하고 있다. 지난 4월 28~29일에도 총 7,0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을 21,324주로 늘렸다. 내부 감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너 주도 이사회 구조는 직원들의 제보 의지를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 뒤늦은 내부통제위 신설·감사위원회 소송 거부 논란
내부통제 거버넌스의 허점도 공시에서 드러난다. 대신증권은 사업보고서에서 “내부통제위원회는 2025년 3월 21일에 신설됐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수년간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해온 상황에서 2025년에야 위원회를 만든 것은 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주총에서 집중투표 배제조항을 삭제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적용은 오는 9월 이후로 미뤄진 만큼 현재의 오너 주도 이사회 구조는 그대로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는 구체적인 사례로 확인된다. 경제개혁연대는 2024년 11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를 감사위원회에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는 2024년 12월 9일 임시회의에서 원윤희·한승희·김창수 사외이사 전원 찬성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오너와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감사기구가 이들에 대한 소송을 막아선 것이다. 원윤희·김창수 사외이사는 현재 각각 3회 연임 중으로, 장기 연임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내부통제 인력도 실효성이 의심된다. 대신증권 Compliance부의 부서장은 근속연수가 25년 3개월에 달한다. 대신증권은 준법지원부문·Compliance부·법무지원부 등 내부통제 인력 24명을 갖추고 지난해에만 수십 건의 준법감시 활동을 공시했다. 그럼에도 관리자급 비위 의혹이 제기된 서부지역 감사 현장에서는 진술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규정과 인력은 갖췄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측근들이 요직을 장악한 구조에서 직원들이 오너 의중에 반하는 제보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내부통제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오너 일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며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대신증권이 이번 감사 결과를 단순히 ‘이상 없음’으로 종결할 것인지, 아니면 직원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경영진 스스로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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