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미그룹의 조직적인 ‘벌떼입찰’과 부당지원 행위를 적발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위법 행위에 직접 관여한 이석준 회장을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가 자체 고발 지침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석준 회장은 지난해 별세한 고(故) 이광래 창업주의 장남으로, 우미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다. 이 회장은 2023년 기준 우미건설(43.8%), 우미개발(46.1%), 우미글로벌(51.2%)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역시 형제 등 특수관계인에게 집중돼 있다. 지분 구조상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 483억 과징금 부과…’그룹 본부’ 주도 조직적 위법
3일 뉴스필드가 입수한 공정위 의결서(제2025-247호)와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우미그룹의 조직적인 벌떼입찰 및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483억7,900만 원을 부과하고 우미건설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우미그룹은 별도의 ‘그룹 본부’를 설치해 전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왔다. 이 조직은 인사·법무·회계는 물론 건설사의 핵심 부서인 개발영업과 건축본부까지 아우르는 사실상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했다.
특히 그룹 본부 소속 직원들은 형식상 소속 법인과 무관하게 본부의 지시를 받았고, 각종 사업과 업무의 최종 결재권은 그룹 대표 회사인 우미건설 대표이사에게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미건설 지분의 약 90% 이상을 이석준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혜영, 이석일, 우미희망재단 등)이 장악하고 있었다.

일례로 ‘A 현장’은 우미개발이 시행을, 심우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아 원칙적으로 우미건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지였다. 그러나 해당 현장의 최종 결재선에는 사업 주체가 아닌 우미건설 사장의 서명이 확인됐다.
우미건설 측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2015년~2020년 2월까지 “대표이사는 이석준 회장이 맞다”며 이 회장 관여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총수가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물고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독점적으로 총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우미에스테이트 역시 부당지원의 핵심 사례로 지목됐다.
2017년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된 우미에스테이트는 시공 실적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총 88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순위 5,402위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단기간에 35위까지 급상승했다.
이 회장의 자녀들은 이후 2022년 보유 지분 전량을 계열사인 우미개발에 매각하며 약 117억 원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공정위 이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부의 이전”이라고 규정했다.
■ ‘셀프 지침’ 어긴 공정위…전속고발권 오남용 비판
문제는 공정위가 이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 물증을 확보하고도 그를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직접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제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가 아니라,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적용했다. 조사 당시 우미그룹의 자산총액이 약 4조7,000억 원으로, 제47조 적용 요건인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에 미달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법 조항 선택이 총수 개인에 대한 고발을 배제할 근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적용한 제45조 제1항 제9호 역시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같은 항 가목은 ‘특수관계인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전형적인 위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적용 조항이 제45조라는 이유만으로 총수 개인의 형사 책임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할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미건설은 다른 계열사와 달리 그룹 본부의 핵심으로서 인사·재무·사업 전반을 사실상 총괄하며, 이 사건 부당지원 행위를 주도한 주체로 판단됐다. 공정위가 우미건설의 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하고, 다른 피심인들보다 가중된 75%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 역시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다. 그럼에도 해당 행위를 최종 승인·결재한 총수 개인에 대해서는 고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위 판단의 일관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울러 현행 공정거래법상 검찰 고발은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 경우(제129조)에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우미건설 법인을 고발했다는 점은, 이 사건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 사안(제124조)임을 공정위 스스로 공식 확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총수의 지시와 직접 서명이 확인되는 물증을 확보하고도, 공정위에만 부여된 ‘전속고발권’을 행사해 총수 개인의 형사 책임을 고발 단계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치밀한 조사 끝에 위법 행위의 ‘몸통’을 특정해 놓고도, 실제 고발에서는 법인만 처벌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전속고발권이 총수 일가의 형사 책임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작동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정거래법 제128조(양벌규정)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점이다. 해당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제124조 등 형벌 규정에 해당하는 위반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함과 동시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현행법이 예정한 처벌 구조는 ‘실제 위법 행위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구조이지만,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의 직접 개입을 입증하고도, 정작 행위자인 이 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채 법인만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의 ‘고발 지침(예규 제470호)’에 따르면, ▲의사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등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최고 등급에 해당할 경우 원칙적으로 고발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총수가 직접 결재라인에 포함된 이번 사건이 이러한 고발 기준을 충분히 충족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공정위가 우미건설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은, 내부 기준상 법 위반 점수가 최소 고발 기준선(1.8점)을 넘는 중대 사안으로 판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결재 서류에 직접 서명한 위법 행위의 ‘행위자’인 이석준 회장을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판단의 일관성에 의문을 남긴다.
법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고발하면서, 위법 행위의 최종 승인권자이자 실질적 지배주주인 총수에게만 예외를 둔 셈이어서, 이를 두고 ‘자기모순’이자 ‘총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우미건설 측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단계”라며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과징금 취소 소송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