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통제 혁신 약속은 구호뿐… 100명당 준법감시인 1명꼴
우리은행 순이익 15% 급락·저축은행 PF 부실까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닻을 올린 뒤, 하필이면 ‘박근혜·윤석열’ 탄핵 정권 시간대마다 금융권 요직을 꿰찼던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의 2029년 장기 집권 가도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했고, 정권 말기에는 경제부총리 내정자에까지 올랐지만 대통령 탄핵과 함께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이른바 ‘금융권 물갈이’ 압박 국면 속에서 내부 후보군을 제치고 우리금융 회장으로 입성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권 낙점이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임 회장은 이사회와 임추위를 사실상 장악한 내부 지배구조를 통해 연임을 관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임추위 위원 7명 중 6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인물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2025년 열린 14차례 이사회 안건은 모두 찬성으로 처리되며 견제·감시 기능 부재 논란이 현실화됐다.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결국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그가 설계했다는 ‘민영화의 미래’는 1,470억 원대에 달하는 유례없는 금융사고와 주력 계열사의 실적 급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 앞에서 빛이 바랬다.
임 회장은 과거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의 공적자금 잔여 지분 매각을 통해 완전 민영화를 주도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아 왔으나, 업계에서는 민영화 성과로 제시되는 과제가 현실의 내부통제 문제와 실적 부진을 커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탄핵된 대통령들과 교차한 그의 경력과 맞물려, 임 회장의 장기 집권이 진정한 혁신이 아닌 낡은 관치 금융의 연명에 그치고 있다는 냉소적 시선도 제기된다.
■ 21개월의 침묵… 금감원과 우리금융의 이상한 동행
2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2년 634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 직후 재발 방지책 이행을 명령했으나, 우리은행은 이를 사실상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024년 1월 수시 감사에서 이러한 불이행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즉각적인 공식 조치 대신 상당 기간 대응이 늦어졌다. 그 사이 우리은행에서는 2024년 6월 105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및 편취(사기 등) 사고가 재발했으며, 2025년 2월에는 전직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최종 확인됐다.
보안 결함을 확인한 시점부터 시스템 개선 요구까지 무려 21개월의 행정 공백이 발생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위원장 출신 임 회장의 ‘전관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707억 원 규모 횡령 사고와 관련해 금감원이 요구한 시정 조치가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관련 책임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사고를 일으킨 직원은 이미 면직 처리돼 추가 인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고위·중간 간부진 중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은 점은 사고 재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적된다.
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기업문화 혁신’을 공언했으나, 실질적인 인프라 보강은 낙제점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준법감시 인력 1인당 담당 직원 수는 100.8명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촘촘한 감시가 불가능한 인력 구조를 방치한 채 730억 원대 부당대출 사고를 21개월이나 걸러내지 못한 것은 현 경영진의 명백한 실책이라는 분석이다.
■ 은행 이익 15% 급락… 경영 능력에도 ‘의문부호’

재무 성적표 역시 참담하다. 그룹의 핵심 기둥인 2025년 기준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 5,821억 원으로 전년(3조 470억 원) 대비 15.26% 급감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고려하더라도 시중은행 중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그룹 전체 순이익은 3조 2,2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3조 1,710억 원) 대비 소폭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험사(동양·ABL생명)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그룹의 기초 체력은 오히려 약화되었다는 평가다.
첫째는 2025년 7월 1일 자회사로 편입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실적 합산 효과다. 두 보험사가 하반기 6개월간 그룹 순이익에 기여한 금액은 약 996억 원에 달한다.
둘째는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5,810억 원이 영업외수익으로 한꺼번에 반영됐다.
염가매수차익은 실제 영업활동이 아닌, 인수 대금보다 피인수사의 자산 가치가 높을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일회성 이익일 뿐이다.

이 두 가지 ‘M&A 효과’ 6,806억 원을 제외할 경우, 우리금융의 2025년 실질 영업 체력은 약 2조 5,469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가량 이익 창출 능력이 후퇴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은 우리금융지주 스스로도 에둘러 시인하고 있다. 지주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00억 원 감소하였으나, 염가매수차익 등 기중 보험사 편입 영향으로 순이익을 방어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임 회장이 과거 정책 설계자 시절 주도했던 부동산 PF 규제 완화의 부메랑은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덮치고 있다.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11.63%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으며, 지주는 이 부실을 막기 위해 1,000억 원의 자본을 투입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반복되는 대형 사고에도 임종룡 회장과 정진완 행장 등 최고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인적 제재는 전무하다. 금감원의 징계가 이미 물러난 ‘퇴직자’나 실무 시스템에만 집중되는 사이, 고위직들은 ‘면죄부’를 받으며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1개월간의 행정 공백과 요직을 독점한 ‘관료 카르텔’이 우리금융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임종룡호 2기의 순항은 불투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