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강력히 질타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오히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를 고집하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사회의 기본 원칙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1인 사내이사’ 고수하는 우리금융… 견제 없는 권력 독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임종룡 회장의 연임과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도 추가 사내이사 선임은 안건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KB금융(양종희 회장 외 이환주 기타비상무이사), 신한지주(진옥동 회장·정상혁 사내이사), 하나금융(함영주 회장·이승열·강성묵 사내이사) 등 경쟁사들이 복수의 경영진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권력을 분산하고 경영 승계 라인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3년 임 회장 취임 직후 이원덕 당시 우리은행장이 사임한 뒤 3년째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 사내이사가 많으면 오히려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이사회에는 과점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4명이 참여하고 있어 특정 집단 중심의 의사 결정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혼자 사내이사를 독점하면 이사회 내에서 경영진의 목소리는 회장 한 명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실상 이사회의 경영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고 회장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몰아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 고객보다 주주? ‘푸본현대생명’ 몰아주기 의혹
임 회장의 이른바 ‘이너서클 경영’ 의혹은 우리은행의 황당한 성과지표(KPI) 설계에서도 드러난다. 우리은행은 지주 지분 약 4%를 보유한 과점 주주이자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진 ‘푸본현대생명’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온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의 A 모 사외이사다. A 이사는 과거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인물로, 오는 23일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되었다. 과점 주주인 푸본현대생명 측 인사가 이사회 핵심으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해당 보험사의 상품 몰아주기가 이뤄졌다는 점은 ‘이너서클 경영’의 결정적 증거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 결과, 자산 규모 10위권 밖인 푸본현대생명 상품은 우리은행 내 판매 점유율 1위(15.8%)를 기록했다. 심지어 계열사인 ABL생명보다 더 많이 팔렸다. 그러나 올해 KPI에서 가산점이 삭제되자마자 판매 비중은 1%대로 급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지표가 고객 이익과 무관한 방향으로 설계되면서 특정 주주 관련 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구조”라며 “이는 소비자 보호 원칙과 내부통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21년 만의 최악 성적표’에도 쇄신 대신 ‘제 식구 감싸기’
임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연루된 2,334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태가 드러나며 내부통제 부실을 노출했다. 여신 취급 전반에서 기본적인 검증과 관리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도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실제 우리은행에서 적발된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 원 가운데, 61.8%인 451억 원은 임 회장 취임(2023년 3월) 이후 취급된 대출로 나타났으며, 전체 부당대출의 약 절반인 338억 원은 이미 부실화된 상태다.
이와 함께 전·현직 임직원(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1,604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류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본부에서 거절된 대출을 재상신하도록 압박하는 등 여신 관리 전반에서 중대한 내부통제 결함이 드러났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 같은 검사 결과를 반영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했다. 이는 우리금융으로서는 21년 만의 최저 등급으로,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3등급을 받은 사례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실적 역시 부진했다. 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2,880억 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은 ‘변화’ 대신 ‘안주’를 택했다. 본인의 연임은 물론, 11개 자회사 CEO 중 10명을 유임시키는 ‘코드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변화보다 연속성을 택한 인사라는 해석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행보는 금융권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부의 문제의식과도 대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당국 업무보고 등에서, 금융권에 소수 핵심 인물이 장기간 자리를 오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하며, 불투명한 인선과 장기 집권 관행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