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서 부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특정 종교 행사 참석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경영 체제 하에서 드러났으며, 여전히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주말 예배에 평일 휴가까지…’사적 영역’ 침범한 괴롭힘
9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연구 조직 내 부서장 A씨가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종교 행사 참석을 반복적으로 요구한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결론 내리고 징계 조치를 완료했다.
조사 결과 A씨의 행위는 단순 권유 수준을 넘어선 ‘압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직원들에게 주말 특정 교회의 예배 참석을 반복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평일에 출장이나 개인 휴가를 내어 교회 행사에 동행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앞서 노동부 성남지청은 지난해 7월 익명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회사 측은 “부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종교 행사 참석을 요구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사내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징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징계 수위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인사 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회사의 조사 과정과 조치 결과를 검토한 뒤 사건을 최종 행정종결 처리했다.
■ ‘남초’ 위계질서와 극심한 성비 불균형…경직된 조직 문화 도마
이번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 특유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상명하복’식 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의 최근 임원 현황(2025년 3분기 기준)을 보면, 조직의 극심한 성비 불균형과 경직된 위계질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체 50여 명의 임원진 중 여성은 조 모 사외이사를 포함해 문 모·심 모·현 모 상무 등 단 4명에 불과해 여성 비중이 7%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임원 변동 공시에 따르면 여성 임원 중 한 명이 전문위원으로 보직 변경되는 등 핵심 의사결정 구조 내 여성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상태다. 이러한 남성 중심의 견고한 위계 구조가 부하 직원의 사생활과 종교의 자유조차 무시하는 ‘시대착오적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 정기선 수석부회장, 소수점 단위 지분 매입으로 지배력 강화… 실무진, 사적 업무에 치인 조직 허리
이번 논란은 오너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지배력을 다져온 과정과 대비되며 주목받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2024년 5월 2일부터 7월 17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40차례 이상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5.30%에서 6.12%로 끌어올렸다. 매일 0.01~0.03%포인트씩 소수점 단위로 지분을 높이는 집요한 방식을 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전략부문) 수석부회장을 맡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대주주인 HD현대㈜(35.05%)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 지분 26.60%)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정 부회장은 지주사 2대 주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경영진이 이처럼 소수점 단위의 지분 확보와 승진에 몰두하며 ‘황제 경영’의 기반을 다지는 동안, 정작 조직의 허리인 실무진들은 부서장의 사적 활동에 동원되는 ‘구시대적 노사 관계’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